남북 SOC사업, ‘평화와 번영의 길’ 놓을까

 
 
기사공유
지난달 28일 열린 남북 도로협력 분과회담. /사진=뉴시스 전진환 기자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 도로협력 분과회담이 지난달 말 급작스럽게 진행되자 산업계가 들뜬 모습이다. 남북을 잇는 철도·도로사업은 공사규모가 크고 공공공사라 공사비를 떼일 위험이 없어 최근 대내외적으로 수주가 줄어든 건설사들 입장에서 보면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다.

무엇보다 남북 경제협력을 넘어 실제 남과 북을 잇는 역사적의미가 큰 사업이라는 점에서 건설기업 종사자들도 자부심을 갖는다. 다만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나 국제사회 등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건설사들은 직접 의사결정이 불가능하고 적극적인 참여도 어렵다는 분위기다.

◆북한사업 지원경쟁 치열

남북은 지난달 28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도로협력 분과회담을 열고 경의선 개성-평양과 동해선 고성-원산 도로의 현대화사업에 합의했다. 남북 공동보도문에 따르면 남북은 도로 현대화사업이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이룩하는 데 중요한 의의를 공유하며 범위와 대상, 방법 등을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아직까지 공사시기나 공사주체 등은 명시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보도문은 남북 공동 현지조사를 다음달 초 시작할 방침이라고 밝혀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사업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도문은 남북이 설계와 시공을 공동진행할 계획이며 이에 앞서 다음달에 경의선 현지조사를 수행하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대형건설사들은 북한 관련 팀을 꾸리고 정보수집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이다.

대우건설은 남북정상회담이 있은 지난 4월 말 이후 북방사업지원팀을 만들어 현재 2명의 직원이 자료조사 등을 수행 중이다. 팀원을 6~7명까지 늘릴 계획으로 사내 지원자를 모집한 결과 50여명이 몰려 치열한 경쟁률을 보였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북한사업에 대한 회사 안팎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1990~2000년대 현대건설과 함께 북한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 등에 참여했다. 특히 1914년 개통돼 서울과 함경남도 원산을 잇는 경원선은 국토분단으로 일부구간만 운행 중이지만 대우건설 등이 2015년 연결공사를 착공한 바 있다. 2016년 사업이 중단됐다가 지난해 사업비를 늘려 올 초 설계와 토지구입, 보상문제가 해결된 상태다. 사업 재개시기가 이르면 올해 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물산도 상무급 임원을 포함한 4명이 북한 TF(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 삼성물산은 지난 5월 대한건설협회가 주관한 ‘건설통일포럼’에도 참석해 통일한국의 국토 재건을 구상하는 ‘한반도 개발 청사진’을 듣는 자리를 가졌다. 대한건설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건설산업이 남북경협, 나아가 통일에 대한 역할과 책임이 크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대림산업과 GS건설은 인프라부문 10여명의 북한 TF를 구성해 사업확대를 계획 중이다. 정보수집 등의 업무가 주를 이룬다. 롯데건설도 북한 TF를 신설했다.

아쉬운 점은 북한사업이 건설사 내부적으로는 의사결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정치적 문제가 많이 걸린 사안이므로 동향을 지켜보는 것이 현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우리 정부와 미국, 국제사회 등이 공조해야 하는 일이라 건설사가 직접 사업계획을 세울 수 없고 정부 승인을 기다려야 한다”며 “뉴스 스크랩이나 대외 정보교류 업무 등을 강화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북미 정상회담 후 신경전이 있다는 보도나 UN 제재 여부도 지금으로선 변수”라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는 북한 관련 좀 더 구체적인 업무진행이 이뤄지고 있지만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정부 승인을 기다리는 상황이고 8월 현지조사를 위한 준비작업을 한다”고 밝혔다.

◆북한 SOC사업 경제효과는?

그렇다면 북한사업으로 인해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국내에서는 아파트 공급과잉과 정부규제, 금리인상으로 건설업계 수익성이 떨어지고 해외도 중국기업의 저가수주,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산유국 불황으로 우리 건설사의 기회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건설업계 밖을 봐도 무역경쟁, 고령화, 저성장 등이 지속돼 한국경제가 현 수준을 뛰어넘기는 힘들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경제협력은 제2의 고성장이 가능한 유일한 방편이 될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국토연구원은 지난 4월 우리 건설사가 북한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를 수행할 경우 가능성 있는 사업규모가 2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한국 수출규모인 512억3000만달러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상준 국토연구원 부원장의 ‘북한 도로현황과 추진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전체 도로 포장률이 26.5%에 불과하며 이 중 43.5%는 도로폭이 2.4m 이하인 1차선도로다. 평균 주행속도가 50㎞인 실정이다.

삼성증권 보고서도 북한의 인프라점수를 분석 대상 46개국 중 41위로 평가했다. 이처럼 북한의 열악한 산업기반이 인프라 구축 경험을 가진 우리 건설사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북한도 이번 분과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회담 이튿날인 지난달 29일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북남 고위급회담 합의에 따라 도로협력 분과회담이 판문점 우리 측 통일각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을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단계로 들어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8호(2018년 7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해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289.19상승 6.923:59 07/21
  • 코스닥 : 791.61하락 4.8823:59 07/21
  • 원달러 : 1133.70상승 0.523:59 07/21
  • 두바이유 : 73.07상승 0.4923:59 07/21
  • 금 : 71.52상승 1.1123:59 07/21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