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경제학] 장마에 한숨 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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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사진=김창성 기자
장마철이 다가왔다. 지금까지 장마는 우리나라에 매년 많은 비를 뿌려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요즘엔 비가 적게 오는 마른장마나 예상치 못하게 특정 지역에만 많은 비가 쏟아지는 게릴라성 호우에 익숙해지고 있다. 장마의 속성과 가치가 달라진 만큼 우리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장마에 울고 웃는 이들의 면면과 습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노하우도 소개한다. <편집자주>

장마는 뜨거운 여름을 앞두고 세찬 비바람이 마른 대지를 적시는 연례행사지만 거부감도 적지 않다. 기후변화로 장마 기간이 줄었지만 오락가락하는 빗줄기와 다습한 공기가 불쾌감을 높이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는 특히 장마가 반갑지 않은 이들이 있다. 판자촌·쪽방촌에 사는 이들은 들이치는 비바람에 집에 물이 새고 곰팡이 냄새가 지독해지는 장마를 꺼린다. 재래시장과 지하상가 상인들은 상점이 물에 잠겨 피해를 입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장마는 가뭄에 단비가 되고 더위를 날리는 시원한 물줄기지만 누군가에게는 적당히 내리라고 할 수도, 그렇다고 아예 내리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계륵 같은 존재다. 장마가 반갑지 않은 이들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곰팡이 냄새 가득한 ‘판자·쪽방촌’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의 여름은 겨울 못지않게 걱정 투성이다. 허름한 집 구조 탓에 추위에 취약하고 빈번한 화재로 집이 불에 탈까 걱정인 겨울이 지나면 거센 빗줄기를 온몸으로 견뎌야 하는 장마가 그들을 괴롭힌다.

장맛비가 세차게 내리던 어느날 방문한 구룡마을의 모습은 여름에도 취약한 거주환경을 여실히 드러냈다. 겨울철 추위를 막기 위해 지붕과 벽에 덧댄 두꺼운 헝겊 재질의 천막은 방수 역할을 못하고 물줄기를 그대로 흡수해 축 늘어졌다.

마을이 산자락에 있어 좁은 골목은 계곡물이 흐르는 것과 같이 온통 물줄기로 가득했고 곰팡이 냄새가 여기저기 진동했다.

구룡마을 거주민 A씨는 “겨울에는 추위와 화재 위험 때문에 걱정이 가득하고 여름이 되면 장마와 곰팡이 때문에 걱정”이라며 “어르신들이 많아 건강을 해칠까 더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사진=김창성 기자
또 다른 주민 B씨는 “겨울은 옷이라도 껴입으면 어떻게든 버티지만 장마철의 거센 빗줄기와 푹푹 찌는 습도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 씁쓸해 했다.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역시 열악한 거주환경은 비슷했다. 그나마 시멘트와 벽돌로 지어진 집이어서 거센 비바람은 막았지만 워낙 오래돼 갈라진 외벽으로 물이 줄줄 흘렀다.

통풍이 안 되고 햇볕이 들지 않아 곰팡이 냄새도 심했다. 쪽방촌 거주민 C씨는 “월세 15만원 내고 살면서 이 정도도 감지덕지한 마음”이라면서도 “계절 환경에 취약한 거주환경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 들이칠까 걱정인 ‘지하상가’

지하상가 상인도 장마가 반갑지 않다. 과거 세찬 빗줄기 때문에 상가가 물에 잠겼던 경험이 많은 데다 장화·우산 등 계절상품 매출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매출 상승효과도 없기 때문.

대치동 은마아파트 지하상가 상인 D씨는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버스가 물에 잠길 정도로 상가 주변 배수시설이 열악했지만 지금은 빗물저장소 공사와 차수막 설치 등으로 장마에 대비한다”며 “여름만 되면 걱정에 휩싸이던 시절은 지났지만 워낙 오래된 건물이라 언제 지하로 물이 넘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여전하다”고 걱정했다.

또 다른 상인 E씨는 “평소 아파트 거주민과 외부 손님 등으로 상가가 북적이지만 통로가 좁아 항상 통행이 불편하다”며 “장마철이 되면 손님들의 손에 우산까지 들려 더 혼잡하고 바닥도 미끄러워 안전사고 위험도 있다”고 우려했다.

영등포역 지하상가는 은마아파트 지하상가보다 통로도 넓고 시설도 쾌적하지만 장마를 반기지 않는 마음은 똑같다.

상인 F씨는 “장마철 비가 많이 내리면 비를 피하려고 실내로 들어오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팔리는 품목도 한정적”이라며 “게다가 우산과 신발에 묻은 빗물과 흙탕물이 진열해 놓은 상품에 튀는 경우가 많아 상인 입장에서는 장마가 너무 싫다”고 강조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시장. /사진=김창성 기자
◆매출 ‘뚝’·손님 ‘텅’… 우울한 ‘재래시장’

재래시장은 어떨까. 재래시장 현대화 작업에 따라 통행로가 정비되고 지붕을 덮어 눈과 비 같은 계절적 장사 방해요소를 없애는 게 최근의 추세지만 아직도 일부 재래시장은 불편한 옛 모습 그대로다.

서울 마포구 공덕시장은 도심 빌딩숲 한복판에 있지만 시설은 열악하다. 시장 천장은 검은 차양막으로 덮여있을 뿐이어서 거센 장맛비에 그대로 물이 줄줄 샜다. 텅 빈 시장에 그나마 있는 손님들은 우산과 장바구니를 챙기느라 바빴다. 공덕시장을 찾은 G씨는 “집 근처라 자주 오는데 비가 오면 장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거센 장맛비가 걱정이지만 늘 이렇게 버텼다. 시장 상인 H씨는 “대형마트처럼 쾌적한 환경이 아니라 매출이 계절적 영향을 많이 받지만 늘 이렇게 지냈다”고 토로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모래내시장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시장 천장을 천막으로 덮었지만 너무 낡아 여기저기 뜯겨 거센 장맛비가 그대로 시장 안에 쏟아졌다.

재개발을 앞두고 있어 상점은 거의 문을 닫았지만 아직 장사를 하는 30여곳의 상점은 스티로폼 상자와 양동이를 동원해 떨어지는 빗물을 받아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바로 앞에 들어선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깔끔한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모래내시장 상인 I씨는 “재개발 여파에 상인들이 떠나며 손님의 발길도 끊긴 지 꽤 오래됐다”며 “워낙 낡은 시장인데 장맛비까지 들이치니 우울할 따름”이라고 씁쓸해 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8호(2018년 7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solrali@mt.co.kr

머니S에서 건설·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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