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경제학] 비 오면 부침개가 '땡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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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 다가왔다. 지금까지 장마는 우리나라에 매년 많은 비를 뿌려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요즘엔 비가 적게 오는 마른장마나 예상치 못하게 특정 지역에만 많은 비가 쏟아지는 게릴라성 호우에 익숙해지고 있다. 장마의 속성과 가치가 달라진 만큼 우리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장마에 울고 웃는 이들의 면면과 습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노하우도 소개한다. <편집자주>

/사진=머니투데이DB

매년 7월을 전후해 한반도는 약 한달간 장마에 돌입한다. 지루할 정도로 비가 내리는 이 기간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지역의 기상 특징으로 장마(한국), 메이유(중국), 바이우(일본)라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매실이 익을 무렵 긴 비가 시작되면 세 나라는 다양한 변화를 겪는다.

2011년 기상청이 발간한 장마백서에 따르면 평균 6월 24~25일 전후로 장마가 시작되며 7월 중하순 장마전선이 북쪽으로 이동할 때까지 한달간 전국에 비를 뿌린다. 이 기간에는 연평균 강수량 1200㎜의 20~30%인 350㎜ 안팎의 비가 집중적으로 내린다.

◆장마철 부침개 매출 오르는 이유

장마가 시작되면 대기가 습해져 사람들의 생활패턴도 바뀐다.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며 자연스럽게 소비형태도 변한다. 흐린 날이 계속되고 우울한 느낌이 들면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음식 판매가 급증한다.

일례로 장마기간 중 국내에서 파전과 녹두전 등 부침개 매출이 평소보다 2배가량 늘어난다. 부침개류에 함유된 단백질과 비타민B가 우울함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비 오는 소리와 부침개를 부치는 소리가 비슷해 사람들이 부침개를 더 찾는다는 속설도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배달음식 매출도 장마기간 중 눈에 띄게 늘어난다. 한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의 조사결과 장마기간 동안 전체 배달 주문은 약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배달앱 관계자는 “외출이 불편한 장마철엔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경우가 평소보다 많다”며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서 집과 회사에서 식사하기 위해 배달서비스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장마로 인한 피해도 곳곳에서 발생한다. 집중호우로 도로가 유실되고 건물이 붕괴되는가 하면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축사가 침수돼 가축이 집단 폐사하는 사태도 빚어진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전라도에 쏟아진 비로 전남과 전북에서 농경지 3500㏊가 물에 잠기고 닭과 오리 등 가금류 6만여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마른장마·국지성 호우가 바꾼 삶

최근 들어서는 한반도의 장마 형태가 ‘마른장마’로 변모하는 양상이다. 마른장마는 장마기간은 길어지는데 반해 강수량은 줄어드는 형태를 일컫는다. 마른장마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최근 5년간 장마 데이터와 평년값을 비교할 경우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평균 장마 일수는 33일이었다. 이는 1981년부터 2010년까지 30년간 평균치인 평년 장마 일수(32일)보다 1일(3.1%) 증가한 수치다. 기상청 관계자는 “하루 차이는 언뜻 보면 크지 않은 것 같지만 지난 35년과 비교해볼 때 결코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장마의 또 다른 형태는 ‘반쪽장마’와 ‘국지성 호우’다. 반쪽장마는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내리는데 남부지방에서는 폭염이 이어지는 기상현상을 의미한다. 국지성 호우는 말 그대로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폭우가 쏟아지는 형태다. 국지성 호우의 사례로는 지난해 여름 청주를 들 수 있다. 당시 청주지역에는 시간당 91㎜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졌고 도시 절반이 물에 잠기면서 도심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한마디로 최근 한반도의 장마는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특정 지역에 강한 비를 쏟는 형태로 변한 셈이다.

장마의 변화는 우리의 삶도 바꿨다. 오랜 기간 이어지는 장마로 건조기와 제습기산업이 호황기를 맞았다. 전자업계는 올해 국내 건조기판매량이 100만대를 훌쩍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최근 저지대 일반주택은 갑작스레 쏟아지는 폭우로 수해를 입을 것을 우려해 ‘필로티’(건물 최하층을 기둥만 세우는 구조) 형태로 집을 짓고 건축물의 배수관도 커지는 추세다. 

/사진=마리나 버라지

◆싱가포르에서 배우는 물관리

동남아시아는 최근 변화한 한국의 장마와 유사한 기후가 연중 펼쳐지는 지역으로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2013년 7월 경기 양평군에는 열흘 동안 560㎜의 스콜성 폭우가 쏟아졌다. 특히 13일과 22일에는 하루 평균 150㎜의 비가 내렸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5~10월이 우기다. 이 기간에는 하루 한두차례 강한 햇볕으로 대류현상이 발생해 시간당 수십㎜의 소나기가 내리는데 이 영향으로 대부분의 지방에서 습도가 70~100%에 이른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 싱가포르는 물관리 정책으로 극한의 환경을 극복한 나라다. 싱가포르는 1960년대 엄격한 물배급제를 실시할 정도로 치수환경이 열악했는데 이후 거시적인 물관리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싱가포르는 서울시와 비슷한 면적의 영토를 가진 세계에서 두번째로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국가다. 하지만 이렇다 할 취수원이 없다. 싱가포르의 물 자급률은 60% 수준으로 한사람당 가용수자원량이 연간 121㎥로 세계평균(6383㎥/년)의 53분의1에 불과하다.

따라서 싱가포르는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15번째 저수지인 ‘마리나 버라지’를 2008년 완공했다. 마리나 버라지는 싱가포르 강과 바닷물 사이에 높이 28m의 9개 수문이 자리 잡고 그 위로 마리나 동쪽과 남쪽을 연결하는 350m의 다리가 있다. 수문을 개폐해 수위를 조절할 수 있고 만조 시 물을 방류하지 못할 경우 7개의 대형 펌프시설이 물을 빨아들이도록 설계됐다.

싱가포르는 마리나 버라지 완공으로 ▲수자원 공급 ▲홍수조절 ▲휴식공간은 물론 빗물 집수의 비율을 기존 30% 수준에서 50%대로 끌어올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싱가포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해 싱가포르정부와 함께 전세계 물 부족국가를 지원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의 도전과 실험이 국제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보편 원리로 공인받은 셈이다.

옹 세이 렁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 “싱가포르의 계획은 공격적인 전략이다. 아직 전부 달성하지 못했다”며 “야심 찬 목표로 추진해 더 높은 곳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8호(2018년 7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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