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공공임대, 갈등 주범은 ‘판교 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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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아파트 전경. /사진=머니투데이 DB
임대아파트 서민이 시세차익이라니
4억원 내고 사는 입주민은 서민 아니다 “특혜 안돼”

“내년이면 계약이 끝나는데 84㎡ 시세가 10억원이에요. 10년 전 보증금 1억5900만원에 월세 36만원, 10년 동안 임대료 꼬박꼬박 올려내느라 대출이자도 있고요. 저희 같은 서민에게 10억원이 있을까요. 10년 동안 살던 집, 직장, 아이들 학교 포기하고 어디로 이사할지 눈앞이 캄캄해요.”

최근 10년 공공임대아파트 분양전환가를 두고 논란의 중심에 선 경기도 판교의 한 아파트단지. 지난달 25일 낮 주민들은 입주자대표회의 사무실에 모여 대책을 논의 중이었다. 일생일대 최고의 위기라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여한 주민도 있었다.

10년 공공임대아파트는 참여정부 때 도입된 서민 주거지원제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건설사가 공공택지를 싸게 매입해 아파트를 짓고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빌려주다가 10년 만기 시 세입자에게 우선분양권을 준다. 문제는 10년 후 감정평가액 이하로 분양전환가를 정한다는 규정을 놓고 입주민과 건설사가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점이다.

지난 10년 동안 판교 집값이 너무 많이 오른 게 문제의 핵심이다. 10년 전 판교 분양가는 84㎡ 기준 4억원가량이었다. 10년 새 아파트값이 2.5배 뛴 것이다.

입주민들은 분양전환가의 기준이 되는 감정평가액에 시세를 반영하는 것은 서민 주거지원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다고 주장하는 반면 임대사업자인 건설사는 장기 임대사업 구조상 시세차익을 통해서 낮은 임대료로 발생한 손실을 보전한다는 입장이다. 양측 입장이 첨예하기 대립하는 상황이라 정책당국인 국토교통부도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입주민들 서민 아니라는 LH

LH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임대차계약서를 보면 분양전환가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각자 선정한 감정평가사의 감정평가액 평균 이하로 정하도록 규정한다.

여기서 감정평가액의 산정방법을 두고 입주민들은 시세를 기준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일부는 법을 잘 모르고 서명한 서민들을 길거리로 내쫓는 깜깜이 계약서라고 주장한다.

판교 LH 입주민 최모씨는 “입주상담 시 직원이 감정가 이하라는 조항에 대해 시세의 60~70%선이라고 말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LH 등은 입주민들의 주장을 높은 시세차익을 얻고자 계약서상 합의된 분양전환가를 변경하려는 나쁜 의도로 본다. 또 입주민들이 임대차계약 당시 분양전환방식을 인지했고 집값 상승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떼를 쓴다는 주장도 한다.

LH 관계자는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10년 동안 안정적으로 거주한 점, 입주민들이 얻을 수 있는 시세차익이 수혜라는 비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3억~4억원의 임대료를 내고 사는 입주민들을 서민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이유로 특혜를 줘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판교 아파트단지에 걸린 분양전환가 반대 현수막. /사진=김노향 기자
이런 주장에 대해 최씨는 “정부가 분양가를 규제하면서 로또아파트라는 말도 생겨났는데 그런 뉴스를 볼 때 임대아파트 사는 사람들은 자존심이 구겨진다”며 “로또아파트에 투기하는 사람은 괜찮고 임대아파트 사는 서민에게는 시세차익을 노린다고 비판하는데 주변만 봐도 살던 집값 올랐다고 팔고 이사할 사람은 거의 없다. 설령 시세차익 얻고 이사해도 욕 먹을 일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10년 공공임대는 최소한 10년 뒤 예측가능한 가격이라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판교 주민 문모씨는 “세금으로 산 공공택지에서 10년 동안 임대수익을 얻은 LH가 시세차익까지 누리려고 하면서 입주민이 얻는 시세차익을 비판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판교 집값이 뛰기 전인 2008년에도 관련 집단소송이 일어난 바 있다. 당시 판교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계약자들은 10년 뒤 분양전환가가 LH에 유리하게 돼 있다며 약관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계약자 대부분은 청약저축을 납입한 무주택자나 판교신도시 개발에 따른 철거민이었다.

◆임대기간 연장 등 대안 될까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분양전환방식이 입주자모집 공고문과 임대차계약서에도 명시된 사항이므로 소급변경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이미 우선분양권으로 분양받은 입주민들이 있어 형평의 문제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입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광화문 촛불집회, 청와대 1인시위, 국민청원 등으로 사태가 번지자 정부도 어쩔 수 없이 대안을 고심하는 중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분양전환 예정인 세입자에게 임대기간을 연장하고 감정평가에 참여하는 방안 등을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마저 10년 후 내집 마련이라는 꿈을 좌절시키는 임시방편이라는 게 입주민들 의견이다.

국회에서는 관련 법률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분양전환가를 기존 5년 공공임대아파트 분양전환가와 동일하게 건설원가와 감가상각비를 반영해 산정하거나 분양가상한제처럼 가격을 제한하는 법안 등이 발의돼 있다. 법안을 발의한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세입자에게 예측가능한 분양전환가를 제시해 주거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태와는 관련성이 적지만 과거 공공임대아파트 분양가와 관련 LH가 패소한 사건이 있었다. 2011년 대법원은 광주 LH 입주민이 임대차계약 종료 후 법정분양가를 초과해 낸 금액을 돌려달라고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원고 손을 들어줬다. 이후 분양전환을 앞둔 입주민들이 잇따라 비슷한 소송을 내는 발단이 됐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8호(2018년 7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해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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