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도 문화다] 1인가구 느니 ‘가심비·소확행’이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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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소비’의 시대가 열렸다. 이성적인 계획 아래 합리적인 소비를 미덕으로 여기고 사치를 경계하던 과거와 달리 자기만족과 행복을 최우선에 둔 소비가 보편화됐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비합리적이고 충동적인 소비는 더 이상 흠이 아니다. <머니S>가 달라진 소비문화를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코엑스에서 열린 라이프스타일 쇼핑 컨벤션에서 관람객이 그릇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최근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도를 가리키는 ‘가심비’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이 소비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필요나 유행이 아닌 개인의 만족도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뜻이다.

◆비싸도 마음에 들면 구매

# 결혼생활 5년차인 김모씨(36)는 최근 식기세트를 모으는 취미가 생겼다. 김씨는 명품 브랜드 식기세트를 구입하기 위해 수백만원을 썼다. 그는 “모은 그릇이나 식기는 음식을 먹거나 차를 마실 때 사용하지 않는다”며 “그저 인테리어를 하거나 가끔 한번씩 꺼내 닦으면서 볼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씨가 평소 사용하지 않는 식기세트에 수백만원을 쓴 건 가심비를 중점에 둔 소비다. 식기세트처럼 본래 목적 외에 인테리어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품목뿐만 아니라 기능성제품에도 만족도를 더하는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소형가전인 무선청소기가 대표적이다. 기존 무선청소기는 비싸면서도 일반 유선청소기보다 흡입력이 약하고 장시간 사용이 불가능해 대다수 소비자에게 외면받았다. 그러나 최근 출시된 무선청소기들은 혼수가전으로 각광받는다. 가격은 여전히 비싸지만 기술력으로 약점을 보완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기능을 추가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인 것이 주효했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일렉트로룩스의 무선청소기 ‘뉴 에르고라피도’는 혼수용 가전제품이 가장 많이 판매되는 4월 기준 하중심 청소기시장 점유율 43.9%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뉴 에르고라피도’는 강력한 흡입력과 미세먼지 99.99%를 여과하는 기능을 갖췄고 손목 하중도 줄였다. 나아가 엉킨 머리카락을 자동으로 잘라 흡입하는 ‘브러시롤 클린’, LED라이팅, 셀프 스탠딩 등 편의기능까지 갖췄다.

무선청소기업체 관계자는 “화목한 가정을 연상시키는 마케팅과 만족도에 중점을 둔 기능추가가 무선청소기에 대한 소비자의 마음과 감성을 자극했다”며 “예전에는 주부, 여성을 타깃으로 강력한 흡입력과 기능성만 강조했다”고 말했다.

◆소확행, 워라밸 타고 확산조짐

# 직장인 강모씨(34)는 퇴근 후 집 앞 편의점에 들러 수입맥주 4캔과 감자맛 과자를 사는 것이 어느덧 일상이 됐다. 그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사온 캔맥주를 냉장고에 넣고 샤워를 한다. 강씨는 “샤워를 마치고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을 보면서 시원한 캔맥주와 짭조름한 감자맛 과자를 먹는 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그의 행복은 1만원 남짓이면 충분하다.

가심비가 가격보다는 만족도에 중점을 둔 소비라면 소확행은 가격과 만족도를 모두 아우르는 소비라고 볼 수 있다. 소확행은 최근 정부가 강조하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로 인해 직장인 사이에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실제로 기업들도 소확행에 맞춘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롯데시네마는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라 오는 24일까지 직장인 ‘소확행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평일 오후 6시부터 밤 10시59분까지 사원증을 갖고 롯데시네마를 방문하면 관람료 및 콤보할인을 제공한다.

또 티몬은 매월 1일부터 일주일간 700여가지 인기상품을 1만원 균일가로 판매하는 ‘만원의 행복’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싸구려 상품이 아닌 시즌이슈와 트렌드를 반영해 소비자들이 주로 원하는 2만~3만원대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소확행 맞춤 프로모션’이다. 이재후 티몬스토어 그룹장은 “매월 초, 만원으로 작지만 확실한 쇼핑의 행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꾸준히 좋은 상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통채널업계 관계자는 “큰돈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확실한 행복을 느끼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업체별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거나 계획 중”이라면서도 “다만 업체 시각으로 바라봤을 때 남는 이윤이 크지 않아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소비트렌드”라고 토로했다.

◆소비주체의 변화

가심비나 소확행이 빠르게 확산된 이유는 1인가구 증가의 영향이 크다.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가치소비 성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가치소비란 가치를 부여하거나 만족도가 높은 소비재는 과감히 구입하고 가치가 없거나 낮은 소비재는 철저하게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패턴을 뜻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가구는 의류에 월평균 인당 6만3624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전문업체 트렌드모니터가 만 19~59세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가치소비 경험품목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의류는 33%로 여행, 음식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도 소비트렌드 변화에 한몫했다. 지난해 기준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은 52%로 1999년 대비 5%포인트 이상 늘었는데 가치소비 경험여부를 조사(트렌드모니터)한 결과 여성이 48.9%로 41.2%인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많았다.

하누리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소비자는 더 이상 무난한 수준의 가격, 품질, 심리적 만족도와 타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가치소비는 제품이나 상품의 기능성보다 개인의 감정이나 가치관이 우선시된다. 이를테면 무색의 단순한 머그잔은 커피를 마시기 위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지만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에게는 커피를 담아 마시는 도구가 아닌 감상의 용도로 소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일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현대의 소비자는 더 이상 상품의 기능만을 소비하지 않는다”며 “소비욕망은 그 제품이 가진 원래 기능만으로 충족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8호(2018년 7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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