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경제학] 수천억 우수수… 돈 되는 '빗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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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 다가왔다. 지금까지 장마는 우리나라에 매년 많은 비를 뿌려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요즘엔 비가 적게 오는 마른장마나 예상치 못하게 특정 지역에만 많은 비가 쏟아지는 게릴라성 호우에 익숙해지고 있다. 장마의 속성과 가치가 달라진 만큼 우리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장마에 울고 웃는 이들의 면면과 습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노하우도 소개한다. <편집자주>
비 내리는 월요일에 출근하는 직장인들 /사진=뉴시스 임태훈 기자

연일 ‘물폭탄’에 시달리는 우리나라는 ‘물부족국가’에 포함된 지 오래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는 1993년 한국은 1인당 물 사용가능량이 1470㎥로 물 부족국가에 해당한다는 분석자료를 내고 갈수록 물사정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물의 소중함을 느껴본 적이 얼마나 있을까. 그저 햇빛이나 공기처럼 무한한 것으로 여길 뿐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우리나라의 평균강수량은 1232mm다. 세계평균인 약 973mm보다 높지만 주로 6~8월에 집중해 쏟아지는 데다 국토의 70%가 산지여서 물이 쉽게 바다로 흘러내려간다. 이런 이유로 농업을 중시한 우리 민족에겐 물을 다스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물을 가두고 이를 이용하는 시설이 발달한 배경이다.

우리나라는 7월쯤 되면 장마가 시작된다. 이맘때면 세력을 확장하는 북태평양기단과 자리를 굳힌 오호츠크해기단이 힘싸움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두 기단 사이에 긴 전선이 생기는데 이를 장마전선이라 한다. 보통 6월 말부터 시작해 7월 하순까지 한달쯤 이어지다가 북태평양기단이 전선을 밀어올리면 이때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다. 이후 가을이 올 때쯤 다시 한번 장마전선이 형성돼 점차 아래로 내려간다.

장마는 4계절이 비교적 뚜렷한 한·중·일 3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현상이라는 게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장마는 여러 기단의 영향을 골고루 받기 때문에 변수가 많아 분석하고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위 조절하는 팔당댐 /사진=뉴스1 오장환 기자

◆장마의 경제적 가치는 2470억원

장마는 여름이 다가옴을 알리는 신호탄이면서 반가운 비를 내려주는 고마운 존재다. 기단의 세력확장 여부에 따라 장마전선이 오르내리며 많은 비를 뿌리는데 이때 강수량은 평균적으로 400~600mm 쯤이며 연간 총 강수량의 30~40%를 차지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장마의 이점은 크게 5가지다. 경제, 수자원, 생활, 농업, 환경 측면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고마운 존재다. 기상청의 ‘2011 장마백서’에서는 장마의 경제적 가치를 약 2470억원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업체들은 장마철이면 레인마케팅을 펼쳐 평소보다 판매가 늘어난다. 많은 비가 내리면서 대기질이 좋아지고 하천의 수질을 개선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고인 웅덩이의 물을 씻어내 모기의 알을 없애준다.

사람들의 생활도 변한다. 물에 닿아도 괜찮은 옷과 신발을 주로 이용한다.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우울한 기분을 본능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단백질과 비타민B가 풍부한 파천이나 부침개 등의 식품을 찾게 된다.

최근 장마의 성격은 예전과 달라졌다. 지난해는 ‘마른장마’로 불릴 만큼 비가 적게 오다가 오히려 뒤늦게 집중호우가 쏟아져서 큰 피해를 야기했다. 이처럼 예측이 어렵게 바뀐 강우 형태는 경제적 가치를 환산하기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기후변화 때문에 장마도 아열대성 호우 형태로 바뀌며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면서 “기온이 오르면서 유입되는 수증기 양도 함께 늘어나는데 변수가 많아진 만큼 예전처럼 경제적 가치를 환산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좁은지역에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 산사태나 홍수 등의 재해가 생기는데 이런 경우엔 오히려 손해가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호우 피해현황 /자료=국민안전처 통계연보

강수량이 많은 해에 홍수피해액도 함께 늘어난 점이 이 같은 설명을 뒷받침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기상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로 꼽힌다. 이에 기상청은 지난달부터 기후변화에 따른 집중호우 경향을 반영, 호우특보 발표 기준시간을 3시간 간격으로 변경했다.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관측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상관측, 레이더관측, 위성관측 등 수많은 자료를 분석해야 한다. 우리나라 관측자료 외에도 세계의 공식관측소 자료도 살펴야 한다. 이를 분석하고 필요한 정보를 도출하는 데 수치예보모델이 필요하고 이를 계산하는 건 슈퍼컴퓨터의 몫이다.
 
기상청은 슈퍼컴퓨터 1호기를 2000년에 처음 도입했고 5년 주기로 새로운 슈퍼컴퓨터를 도입 중이다. 지난 6월에는 10㎞ 간격의 전 지구 수치모델의 해상도를 구현했는데 이는 영국, 미국과 동등한 수준이다. 아울러 내년이면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이 도입되는데 이를 운영할 슈퍼컴퓨터 5호기도 추가할 예정이다.

반 센터장은 “앞으로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이 도입되면 3일 이내 단기예보의 정확도가 꽤 높아질 것”이라며 “나아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예보기법도 도입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의 요구수준이 높아져서 앞으로는 보다 국지적인 예보와 함께 습기예보도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기상청 관계자는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한다기보다 방대한 자료를 다각도로 분석해 정리한 자료를 예보관에게 전달함으로써 그들의 통찰력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예보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물 이용현황 /자료=수자원공사 제공

◆중요도 높아지는 물관리

최근엔 예보의 정확도를 높여 대비하는 것과 함께 비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주목받는다.

전문가들은 비가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빈도가 늘어난 만큼 빗물을 저장하는 시설을 늘리면 물의 흐름을 분산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이렇게 모은 빗물을 화초에 뿌리거나 청소용, 화장실용 등으로 활용(중수도) 가능한 만큼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또 물이 부족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데다 지하수를 뽑아올리는 데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니 이른바 ‘빗물금고’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는 중이다.

서울시에서는 현재 소형 빗물이용시설(빗물금고) 설치비의 90%를 지원한다. 올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억6400억원의 예산으로 120곳의 설치를 지원할 방침이다.

또 우리나라는 빗물 손실률이 43%에 달하며 이용 가능한 수자원 총량의 28%만 활용 중인 만큼 앞으로 콘크리트 대신 흙과 자갈로 빗물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나아가 선진국처럼 분산형 빗물관리시스템의 도입도 필수로 꼽힌다. 빗물과 오물을 분산처리함으로써 하수처리 비용을 줄이고 환경오염을 방지할 수 있어서다.

이왕 내리는 비를 지혜롭게 활용한다면 당장 눈앞의 비용 외에도 엄청난 기회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8호(2018년 7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찬규 star@mt.co.kr

산업2팀 박찬규 기자입니다. 자동차와 항공, 해운, 조선, 물류, 철강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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