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때문에 주름 깊어지는 보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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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DB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 가입이 실현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하고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 적용기준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가 현실화된 것이다.

보험사의 주름은 깊어진다. 몇만명 수준의 전속설계사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보험사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지만 오히려 거액의 고용보험료 부담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다. 보험설계사도 근로자로 인정받는 반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 수 있어 고용보험 의무화를 마냥 반기지 못한다.

◆보험사, '근로자' 설계사 품을까

지난해 문재인정부는 출범 초기 특수고용직 노동자(보험설계사·학습지교사·카드모집인·캐디 등)에 대한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보장 정책을 추진해 왔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현행법상 노동자가 아니며 개인사업자 형태다. 본사가 노동을 지휘·감독하지만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계약의 외형은 도급위임계약이거나 이와 유사한 계약이 대부분이다. 

개인사업자이다 보니 업무상 부대비용은 전부 설계사들이 부담한다. 당연히 사회보험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다. 사실상 회사에 종속돼 활동하는 근로자지만 근로자 대접을 받지 못한다. 결국 정부는 단계별 보장정책의 일환으로 특수고용직 노동자 중 수가 가장 많은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부터 우선 추진키로 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 중에서 보험설계사는 34만명으로 2위인 학습지교사(6만명)보다 월등히 많다.  

이처럼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 가입이 현실화되자 보험업계는 술렁인다. 보험사는 수년 전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 가입, 노조설립 등의 이슈가 나올 때부터 유지비용 증가와 설계사 관리 측면에서 매우 비효율적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설계사의 고용보험 가입은 보험사에 높은 유지비용 부담을 안겨준다. IFRS17 도입을 앞두고 달라진 회계기준에 따라 자본을 늘려야 하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날벼락이다. 2016년 기준 전속설계사의 월 평균소득은 생명보험 317만원, 손해보험 254만원이다. 이를 바탕으로 보험업계가 입법조사처에 제출한 고용보험료 추산액은 약 435억원 규모다.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는 설계사채널의 실적하락도 초래할 수 있다. 설계사는 캐디, 학습지 교사와 달리 회사와 판매계약만 맺을 뿐 스스로 일정을 조절하고 실적에 따라 본인의 수입이 결정되는 개인사업자다. 이들은 보험계약체결 건당 수수료를 받거나 보험계약유지율에 따라 일정 비율로 수당을 받는다. 

하지만 보험사는 설계사의 고용보험 가입 시 비용 증가를 피할 수 없어 이들의 인센티브나 수당을 축소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설계사들의 영업 동기부여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낳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 상대적으로 수당이 높은 독립보험대리점(GA)으로의 설계사 이탈을 유발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제 일부 보험사는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 이행 시 대규모 설계사 해촉을 고려하고 있다"며 "아르바이트 쓰듯 설계사를 무작위로 고용해 온 보험사가 굳이 거액의 고용보험료를 내가며 이들을 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는 대형GA(설계사 500인 이상)도 피할 수 없다. GA의 경우 회사규모에 따라 시차를 두고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험사 소속 전속설계사와 달리 자유로운 출·퇴근과 높은 수당 등으로 많은 설계사 영입에 성공한 대형GA 입장에서도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는 고민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GA업계 관계자는 "대형GA의 경우 1만명이 넘는 설계사를 보유하고 있고 웬만한 중소보험사보다 매출도 높다"며 "고용보험 의무화가 진행되면 우리도 설계사 관리가 어려워진다. 적정 설계사수를 유지하면서 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계사도 고용보험 놓고 '갈팡질팡'

고용보험 혜택의 당사자인 보험설계사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앞서 지난해 10월 보험연구원이 조사해 발표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입법에 대한 보험설계사 인식조사'(보험설계사 800명 전화설문)에서는 설계사 38%가 고용보험 의무화에 반대했으며 45.5%는 가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찬성 비율은 10%대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전국보험설계사노조가 조사한 설문조사(보험설계사 147명 온라인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77.6%가 '고용보험 의무화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두 설문조사의 대상 설계사와 조사시기 등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도 고용보험 의무화에 대한 생각의 격차가 꽤 컸다. 이는 설계사들 사이에서도 고용보험 의무화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보험연구원의 설문조사는 당시 설문대상이 생명보험사 소속으로 국한됐고 참여자 명단이 사전에 보험사에 누출됐다는 점에서 조작 의혹도 제기됐다. 오세중 전국보험설계사 노조 위원장은 "보험사가 이윤추구를 위해 보험설계사 보호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를 막으려고 여론을 왜곡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설계사의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에 대한 의견은 실제로 많이 엇갈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는 설계사들 스스로 고용보험 가입에 따른 실익과 손해를 아직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연봉이 억대인 설계사는 굳이 고용보험을 가입해가며 근로자 권위를 찾고 싶어하지 않는다. 설계사별 수익과 처한 영업환경이 모두 다르므로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를 바로 도입하기보다는 설계사들에게 가입 선택권을 준 뒤 이후 결과를 보고 판단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9호(2018년 7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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