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의 자영업자] ② "한마리 팔면 1500원 남아요"… 치킨집 사장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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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자 폐업률 80% 시대.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 최저임금 인상,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워라벨 문화 등이 맞물리면서 자영업자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자영업자 폐업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연간 100조원에 이르지만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는 다가서지 못했다. 머니S는 정부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기 위해 직접 자영업자를 만났다.<편집자주>
/사진=이미지투데이
"한마리 팔면 1500원 남아요. 많아야 2000원…."

대전 갈마동에서 9년 동안 치킨집을 운영한 박모씨(남·51)는 '요새 치킨집은 안정적이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과거 서울에서 경찰로 근무했다는 그는 "처음에는 큰 꿈을 가지고 (치킨집을) 창업했다"며 "하지만 요새 장사가 안돼 큰일이다. 힘들지만 자식을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장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최저임금까지 인상되면서 그나마 있던 배달 직원 한명과도 작별했다"고 말했다.

서울 신촌에서 A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이한별씨(가명)의 경우 월 매출액이 3000만원 정도다. 임대료가 150만원으로 싼 편이지만 본사납입금이 1500만~2000만원에 달한다. 각종 세금 및 관리비를 제하고 나면 동업자 2명이 밤늦도록 일해서 가져가는 순이익은 1인당 월 300만원이 전부다.

머니S는 치킨업계의 체감경기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 대전, 충북 각 지역의 치킨집 상인들을 만났다. 주택가 인근 프랜차이즈부터 대학가 치킨집 등 인터뷰에 응한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굳은 표정으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몇년 째 체감경기가 바닥을 맴돌면서 경기상승 기대감마저 내려놓은 상인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원재료비+배달료, 점주 가져가는 돈 '10%'
서울 종로구 인근 한 치킨집이 폐업한 모습. /사진=강산 기자
기자가 만난 치킨집 점주는 지난해에 비해 모두 매출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큰 걱정거리는 본사에 지급하는 '원재료비'와 배달업체에 주는 '배달수수료'다. 

머니S 취재 결과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본사는 치킨 한마리당 닭 원재료비 5000원 이상을 점주로부터 받고 있다. 날개·순살 등 품목에 따라 차등된 재료비를 받는다. 여기에 식용유, 무, 소스 등의 재료비를 합치면 7000원이 훌쩍 넘는다.

배달비도 큰 골칫거리다. 배달수수료는 그동안 '공짜'라는 인식이 강했다. 배달 주문은 식당 운영·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없고 단골이 되면 매출에도 도움이 돼 점주들이 선호한 덕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배달수수료까지 오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1만6000원짜리 치킨 1마리를 팔았을 때 배달업체가 받는 수수료는 3500~4500원이다. 

이처럼 원재료비와 배달수수료에 임대료, 인건비 등을 빼면 점주가 가져가는 몫은 사실상 매출의 10%도 안된다.

서울 종로에서 5년 동안 B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한 정모씨(남·46)는 "배달 때문에 매출이 10% 이상 줄었다"며 "치킨 한마리를 팔아도 본사에 5000원 이상의 닭값을 주고, 배달업체에 배달비 4500원을 준다. 또 배달앱에 15%의 수수료까지 주면 남는 것은 2000원이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배달업체가 아닌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면 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씨는 "최저임금이 올랐는데 직원 뽑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아냐"며 버럭 화를 냈다. 정씨는 "월드컵·명절 등 가끔 주문이 몰리는 경우가 우리(치킨업계)에게는 중요한 날"이라며 "전단지를 돌려줄 아르바이트생 한명 뽑는 것도 일인데 배달직원을 어떻게 뽑나. 그렇다고 배달업체에 부탁하자니 배달비가 비싸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배달앱'을 이용하는 이유
배달 업체 수수료. /사진=C프랜차이즈 치킨집 사장 박씨 제공
배달앱 수수료 또한 자영업자들의 큰 골칫거리다. 기자가 방문한 치킨집 모두 매출의 15%가량을 배달앱 이용 수수료로 내고 있었다. 치킨 한마리당 수수료는 1300~1500원 꼴로, 2개의 앱에 등록된 가게도 있었다.

비싼 수수료를 내면서라도 이들이 배달앱을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C프랜차이즈 치킨집 사장 박모씨(남)는 "배달앱은 매출과는 별도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생존방안"이라며 "배달앱은 사실상 업계에서 필수다. 전단지를 뿌릴 아르바이트생을 뽑지 못하니 앱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배달앱이 효과가 있을까. 박씨는 "주 소비층인 20대의 경우 대부분 배달앱에서 주문한다"며 "하지만 배달앱 수수료를 고려하면 (매출에) 큰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가끔 (배달앱의) 서버오류가 생겼을 때 우리 같은 상인에게는 큰 손해지만 제대로 (사측에) 항의할 수도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게를 홍보할 직원을 뽑지 못하니 앱을 사용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3월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외식업체 중 77.5%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상태가 악화됐으며 앞으로도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80%가 넘었다. 종업원수도 평균 31.9%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배달앱을 통한 연간 국내 배달거래액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한다. 연간 총 10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국내 배달음식 시장에서 적지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대다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업주들은 수익의 일부분을 떼어주더라도 배달앱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

◆배달료 2000원 시대… 치킨집 '눈물'
인천의 한 교촌치킨 가맹점의 모습. /사진=뉴스1
치킨 프랜차이즈업계 매출 1위인 '교촌'은 지난 5월부터 고객으로부터 2000원의 배달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간 '국민 간식'으로 대표되는 치킨은 배달이 필수이자 당연히 무료로 제공받는 서비스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별도의 이용료를 내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이에 교촌치킨 관계자는 "가맹점의 악화된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검토된 여러 방안 중 배달서비스 유료화가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인건비가 상승해 어쩔 수 없이 배달료를 도입한다는 사측의 입장에도 가맹업주들의 매출 걱정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업계 1위인 교촌치킨이 배달료를 따로 받기로 한 만큼 다른 치킨업체들도 가격 인상에 동참할 것이고, 고객들은 배달료를 받지 않는 햄버거·피자·토스트 등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배달 앱 요기요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현재 전국에서 배달료를 받는 음식점은 1만4000여개로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했다. 또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배달음식 이용 경험이 있는 15~59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5%가 "배달료를 내면서까지 배달음식을 먹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평소 치킨을 즐겨 먹는다는 직장인 류모씨(남·28)는 "배달료를 받는 치킨집 연락처를 삭제했다"며 "배달료 2000원을 내느니 차라리 다른 음식점이나 패스트푸드를 먹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치킨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이제 다른 업체들도 가격을 올리지 않겠느냐"며 "치킨업계의 경우 배달앱 등이 생기면서 가맹점의 부담이 커진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강산 kangsan@mt.co.kr

강산 기자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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