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포기한 2030] 보육정책, ‘선별’ 넘어 ‘보편적 복지’로

 
 
기사공유
합계출산율이 1명 안팎으로 떨어질 만큼 저출산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기성세대는 결혼하고 출산하고 아이를 키우는 것을 인생의 당연한 과정으로 여기지만 ‘N포세대’는 반문한다. “결혼을 왜 해야 하느냐”는 물음이다. <머니S>는 연중기획 <혼돈의 2030, 길을 찾아라> 시리즈 7번째 기획 ‘결혼·출산마저 포기한 2030’을 통해 청년의 고달픈 외침에 귀를 기울였다.

#. ‘워킹맘’ 김소율씨(가명·36)는 오전 7시30분 네살배기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퇴근 후 아이를 데리러 갔다가 봤던 친구들 없이 혼자 덩그러니 있는 모습이 눈에 밟혀서다. 베이비시터에 맡길 수도 없다. 생후 10개월 된 둘째를 월 170만원가량 내며 베이비시터에 맡기고 있는 터라 이미 부담이 크다. 앞으로 만 8세 이하 아동의 부모는 노동시간을 하루 1시간 유급으로 줄일 수 있지만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씨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는 “워라밸도 일부 대기업이 이제야 도입하기 시작한 문화일 뿐 중소기업에선 인력이 부족해 상사와 동료 눈치를 봐야 한다”며 “전업주부로 있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 요즘엔 일을 포기해야 할지 고민이 커졌다”고 말했다.

김씨의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아이 키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다행히 가속화되는 저출산 현상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국가도 육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에 맞춰 최근 여러 보육정책을 내놓고 있다. 보육인프라도 과거와 비교하면 빠르게 확대되고 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럼에도 개선해야 할 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전업vs비전업 주부’ 가르는 보육지원금

2013년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도입한 무상보육정책은 국가의 육아책임 수준을 한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정책의 한계도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국내 보육정책은 크게 현금지원과 서비스지원으로 나뉜다. 현금지원정책은 영유아보육료 및 가정양육수당 지급으로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보육료는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만 5세 이하의 영유아를 둔 가정에 바우처(아이행복카드)로 지급된다.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으면 보육료 대신 양육수당을 받는다. 만 7세 미만 아동까지가 대상이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저출산대책 합동 브리핑에서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러한 현금지원정책에도 맹점이 하나 있다. 보육료에 비해 양육수당이 현저히 적다는 점이다. 보육료는 종일반 기준 0세 44만1000원, 1세 38만8000원, 2세 32만1000원인 반면 양육수당은 0세 20만원, 1세 15만원, 2~7세 10만원에 불과하다. 보육시설 운영비용 등을 감안한 정책이지만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는 가정과 직접 돌보는 가정에 차이를 둬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보육료 지원정책에서도 한계가 엿보인다. 보육료 지원금액은 종일반(오전 7시30분~저녁 7시30분)과 맞춤반(오전 9시~오후 3시)에 따라 나뉘며 종일반이 좀 더 높다. 문제는 종일반은 맞벌이 가정, 맞춤반은 외벌이 가정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윤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취지야 어찌됐든 전업주부와 비전업주부로 층을 가르는 정책이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맞춤반 운영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벌이 가정도 대개 종일반을 이용해서다. 일하지 않아도 고용센터에서 취업준비 중이라는 증빙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고 이것만으로 맞벌이로 인정돼 아이를 종일반에 맡길 수 있다. 부모 입장에서 시간의 여유가 생기는 셈이다.

◆‘선별적 지원’ 아이돌보미… 한계 뚜렷

서비스지원정책으론 여성가족부 소관인 아이돌봄서비스가 있다. 만 12세 이하 아동을 둔 맞벌이 가정에 아이돌보미가 방문, 아이를 돌봐주는 서비스다. 국가가 인증한 아이돌보미를 여가부가 각 센터에 위탁해 채용한 후 가정에 연결해준다. 아이돌보미를 ‘베이비시터’라고도 부른다.

다만 이 서비스는 현금지원정책과 달리 모든 계층에 지원되진 않는다. 현재 중위임금 120%(3인가구 기준 월 442만원) 이하 가정에 대해서만 정부지원금이 차등적으로 최대 80% 제공된다. 이외의 가정은 세탁기 돌리기, 놀이공간 정리 등 아동 관련 가사서비스가 제외된 일반형의 경우 시간당 7800원, 종합형은 1만140원을 내야 한다. 민간 서비스에 비하면 그나마 싼 편이다.

문제는 국가인증 아이돌보미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점이다. 여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전국에 222곳, 아이돌보미는 2만878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민간 베이비시터를 구하지만 비용부담이 만만찮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아이 1명을 돌봐주는 데 월 200만원 안팎이 든다. 육아공백이 발생하는 출퇴근 시간에만 베이비시터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아 결국 많은 비용을 들여 종일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돌보미 수를 4만3000명까지 확대하고 2022년까지 서비스 대상자를 현재 9만명에서 18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지원대상도 중위소득 150%(3인가구 기준 월 553만원)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보편적 복지·사회적 합의’ 절실

정책 한계를 보완하면 아이 키우기가 수월해질까. 바꿔 말해 보육인프라를 더 확충하면 양육환경이 나아질까.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물론 전문가들도 고개를 내젓는다. 보육환경 개선을 위해선 정책은 물론 기업문화, 사회적 인식 개선도 동시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가 없을 경우 출산을 포기하는 이들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해 5월 결혼한 이상진씨(가명·35)는 출산 계획을 1년 미뤘다. 아내도 일을 하는데 육아휴직 시 승진에서 떨어지는 등 인사불이익이 우려돼서다. 그는 “아내가 육아휴직을 쓰고 1년 뒤 복직할 때 자리가 남아있을지 여부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결국 육아휴직을 마음껏 쓰지 못하고 보육시설에 맡긴 아이를 데리러 가려 해도 일찍 퇴근하기 힘든 기업문화,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이 보육인프라의 발목을 잡는다. 이윤진 부연구위원은 “노동시장, 주거시장, 육아책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등이 유기적으로 개선되고 상호 연결돼야 보육정책이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육정책 예산을 늘리는 것과 함께 아동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바꿔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제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 사회재정연구센터장은 “서유럽은 2차 세계대전 후 GDP의 2~3%를 가족정책에 투입하고 있다.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로 여겨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GDP의 1%에도 못미친다”며 “보육 선진모델로 꼽히는 프랑스와 스웨덴은 아동을 국가가 함께 길러야 할 대상으로 여겨 보편적 복지가 이뤄진다. 이들 보육정책에는 이러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0호(2018년 7월25~3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서대웅 mdw1009@mt.co.kr

<머니S> 금융팀 서대웅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055.60상승 1.8112:14 12/11
  • 코스닥 : 667.36하락 3.0312:14 12/11
  • 원달러 : 1129.50상승 312:14 12/11
  • 두바이유 : 59.97하락 1.712:14 12/11
  • 금 : 60.22상승 1.8312:14 12/11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