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펀딩 피해 사례로 본 'P2P투자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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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초반인 A씨(여)는 지난 5월 P2P(개인간)대출업체 폴라리스펀딩의 골드바 담보상품 2개에 500만원씩 1000만원을 투자했다. 2개월 만기에 수익률은 연 20%였다. 업체는 담보물인 골드바를 은행 금고에 보관해 안전하다고 홍보했다. 연체율과 부실률도 0%라고 공시했다. 광고도 활발했다. 서울 시내버스 및 택시, 경기 수원역사, 네이버 등에서 이 회사를 알리는 광고판을 쉽게 볼 수 있었다. A씨는 “업체가 투자 설명회를 열고 대중교통 등에 광고해 공신력이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A씨가 폴라리스펀딩을 의심하기 시작한 건 지난달 중순이다. A씨는 투자액(1000만원)의 3%를 리워드(캐시백) 받았는데 이 업체가 ‘5% 리워드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기존 투자자도 이벤트 대상이 되냐는 질문에 폴라리스펀딩은 재투자하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A씨는 개인투자자가 한 업체에 연간 투자 가능한 한도(1000만원)를 이미 채운 상태였지만 폴라리스펀딩은 그 자리에서 투자한도를 늘려줬다. 그 시기 한 P2P투자 카페에선 ‘폴라리스펀딩이 사기업체 같다’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의심은 현실이 됐다. 지난달 27일 폴라리스펀딩의 투자자와 대출자를 연결하는 PG사 페이게이트가 이 업체의 이상한 자금 흐름을 발견했다. 투자액은 특정인에게 흘러갔다. 페이게이트는 폴라리스펀딩 측에 소명자료를 요청했지만 응답은 없었다. 페이게이트는 이같은 사실을 금감원에 신고했다. 이 소식을 접한 A씨는 업체에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지난달 29일 영등포경찰서에 폴라리스펀딩을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업체는 ‘허위 차주’를 이용해 투자자금을 유용했으며 실질 대표 2명은 해외로 도주한 것으로 파악된다. A씨는 “지난 4월 P2P투자를 처음 알게 된 후 그간 모은 돈으로 투자했는데 허망하다”고 말했다.

P2P투자가 주의보를 넘어 ‘경보’ 수준에 이르렀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사기혐의를 받고 있는 폴라리스펀딩이 투자자를 모집한 사례는 현 P2P 시스템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P2P업체 대부분이 취한 ‘대부업체 연계형’ 대출구조가 사기에 취약한 시스템이라는 지적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대부업연계형 P2P 구조적 취약성

P2P업체는 은행·저축은행과 연계하거나 대부업체를 통해 대출자에게 돈을 빌려줘야 한다. 이 시장이 급성장하기 시작한 2016년 12월 금융위원회가 ‘P2P대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장치다.

은행·저축은행 연계형은 P2P업체가 은행 등에 담보금을 입금한 후 은행이 대출자에게 대출해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구조에선 대출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으며 P2P업체는 자금유동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P2P업체 대부분이 대부업 연계형의 구조를 따르고 있다. 대부업체에 투자금을 지급하면 대부업체가 대출자에게 대출해주는 방식이다. 이때 대부업체는 P2P업체에 ‘원리금수취권’을 매도하고 P2P업체는 이를 투자자에게 건넨다. 즉 대출자에 대한 원리금수취권을 투자자가 갖는 것이다. 원리금수취권이란 대출자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투자자가 이 수취권으로 투자자에게 원리금을 달라고 할 수 있는 증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은행·저축은행 연계형의 경우 채권은 금융회사가 가지고 있지만 대부업 연계형은 투자자가 갖는다. 하지만 원리금수취권이 정확한 채권양도 또는 질권의 성격을 갖는 것도 아니다. 이에 대한 판례도 없다. P2P대출 구조상 대출자는 투자자가 누군지도 파악하기 힘들다.

폴라리스펀딩 피해자 단체 고소 및 민사소송을 준비 중인 박진세 변호사는 “채권을 실행하려면 채권자이거나 채권양수인이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업 연계형 P2P업체의 경우 투자자가 대출자한테 직접 금액을 청구할 수 있는 듯하지만 실질적인 채권양도는 아니다”며 “민법상 권리지급권도 아니어서 투자자가 대출자한테 직접적인 청구행사를 할 수 없다. P2P투자자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원리금수취권이란 증서로 안정적인 느낌만 받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폴라리스펀딩 홈페이지 메인화면. /사진=폴라리스펀딩 홈페이지 캡처.

◆폴라리스펀딩, 단기간에 투자자 어떻게 모았나

폴라리스펀딩은 이러한 취약구조를 악용했다. 실제 대출자를 모집하지 않고 이 업체와 연계된 사람을 대출자로 내세워 투자물을 만들었다. 투자자들이 이 채권에 투자한 금액은 모두 허위 대출자에게 들어가도록 한 것이다. 특히 이 업체의 모든 골드바담보물의 대출자는 1명이었다. 이 업체 실질 대표와 연관된 허위 대출자로 추정된다.

지난해 10월 설립된 폴라리스펀딩은 초기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대출자에게 수익률을 모두 건넸다. 대대적인 광고를 진행했으며 투자간담회도 열었다. 간담회에선 골드바를 직접 보여주며 투자자를 현혹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페이지엔 골드바 보증서를 올렸지만 허위로 보인다.

부실률 등도 허위로 공시하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신뢰를 확보한 이 업체는 지난 3~6월 투자상품을 집중적으로 내놨다. 서류상 대표도 실질 대표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회사의 실질 대표는 2명으로 파악되는데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투자금 미상환 규모는 70억원 정도며 실제 피해자는 2000명가량으로 추정된다. 1인당 평균 투자 피해액은 350만원이지만 최대 3억원까지 투자한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P2P투자자들이 보통 리워드에 현혹되는데 투자상품이 정상적인지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신용대출상품이나 부동산상품이 아닌 골드바와 같은 기타 담보물의 경우 수익률이 높다고 무조건 투자하는 건 금물이다. 부동산담보의 경우 상품소개에 나온 지번주소를 인터넷등기소에서 등기부를 열람해 근저당권이 설정됐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서대웅 mdw1009@mt.co.kr

<머니S> 금융팀 서대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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