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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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출산율이 1명 안팎으로 떨어질 만큼 저출산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기성세대는 결혼하고 출산하고 아이를 키우는 것을 인생의 당연한 과정으로 여기지만 ‘N포세대’는 반문한다. “결혼을 왜 해야 하느냐”는 물음이다. <머니S>는 연중기획 <혼돈의 2030, 길을 찾아라> 시리즈 7번째 기획 ‘결혼·출산마저 포기한 2030’을 통해 청년의 고달픈 외침에 귀를 기울였다.
"결혼이요? 꼭 해야 하나요?"
"취업도 못했는데 결혼은 언감생심이죠."


요즘 20대는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대학생은 알바하랴 스펙 쌓으랴 정신이 없고 대학 졸업 후에는 번듯한 직장을 구하기 위해 이력서를 들고 뛴다. 최대한 대학 졸업을 늦춰보지만 취업문은 난공불락이다.

'N포세대'라 자조하는 20대들은 '헬조선'에서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며 그 선택도 가급적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혼인 건수는 6만6200건으로 전년 동기대비 3.5%(2400건) 줄어 1981년 최초 집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령별 1000명당 출산율을 보면 30~34세는 101명인 반면 25~29세는 46명에 그쳤다.

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미룬 이유는 뭘까. <머니S>는 서울, 대전에 거주하는 20대 남녀 3명과 '결혼·출산'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다양한 의견이 오갔지만 한가지 통일된 화두는 이들이 모두 '경제적 압박'을 받는다는 것이다.
- 결혼·출산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김미선씨(가명·여·28·직장인)= 사물인터넷(IoT)이 세상을 지배하고 각국의 언어가 스마트폰으로 번역되는 시대에서 '결혼=의무'라는 말은 모순이다. 결혼·출산은 자율이지 강요할 문제가 아니다. 결혼은 최대한 늦게 할 생각이다.

▶정태준씨(가명·남·25·취업준비생)= 자신을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한다고 느낀다. 하지만 경제적인 여건이 갖췄을 때 해야 행복할 수 있다. 불과 5년 전까지는 일찍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잘 모르겠다. 지방에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서둘러 배우자를 찾아야 할 것 같지만 당장 급한 취업 때문에 20대에 결혼하는 것은 무리다.

▶송민우씨(가명·남·22·대학생 겸 군인)= 결혼은 남자에게 '독'이라고 생각한다. 결혼하면 남자는 돈을 버는 기계가 된다고 들었다. 요즘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시대다. 어차피 결혼해도 힘들 거라면 차라리 나에게 오랫동안 투자하면서 살고 싶다.

- 언제쯤 결혼할 생각인가. 늦게 하면 더 힘들 것 같은데.

▶정씨= 당장 취업이 급하기 때문에 20대에 결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학점과 기사 자격증, 어학시험을 준비하느라 아직 기업에 원서 한번 못 내봤다. 취업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후 대출이라도 받아 집을 마련하면 결혼할 생각이다.

▶김씨= 당장은 생각이 없지만 굳이 예상한다면 30대 중반쯤 하지 않을까. 여자여서 서른살 이전에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나도 내 인생이 있고 유학, 창업, 출판 등 하고 싶은 게 많다. 늦게 하면 뭐가 힘드나.(버럭) 빨리 해도 힘들다.

▶송씨= 결혼은 일찍 하든 늦게 하든 힘들다고 들었다. 즐길 거 다 즐기고 배울 거 다 배우고 모을 거 다 모은 후 나를 사랑해주는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할 것이다. 백발이 될지라도….(웃음)

- 출산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아이를 꼭 낳아야 하나.

▶송씨= 배우자가 낳고 싶다고 하면 낳고 그렇지 않다면 낳지 않을 생각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의사를 먼저 존중할 것이다.

▶정씨= 올 1분기 출생아수가 역대 최저라는 기사를 읽었다. 의무는 아니지만 권장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물가 상승, 최저임금 인상 등 경기침체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김씨= 결혼과 마찬가지로 출산도 자신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출산을 '미덕'으로 여긴다. 우리 부모님도 "저 나이쯤 되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고 할 때인데 쟤는 뭐하는 건지…"라고 매일 말한다. 기성세대와 (출산에 대해) 대화를 하려고 해도 이미 사고방식이 다르다.

- 여자친구(남자친구)가 있나.

▶김씨= 남자친구 없다. 나이가 들수록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와 성품, 경제력 등 보는 게 많아지는 것 같다. 실업률이 역대 최악이라더라. 이제 곧 서른이어서 (이성교제를) 해야 한다는 압박은 있다. 하지만 결혼을 전제로 만난다면 양가 부모님 챙기기에 바빠 외국어학원이라도 제대로 다닐 수 있겠나. 아직은 내 삶을 위해 살고 싶다.

▶송씨= 당장 언제 생길지 모르겠지만 여자친구한테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한달 후 제대하는데 밖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결혼은 아니어도 연애는 많이 해보라고 하더라.(웃음)

▶정씨= 오래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현재로서는 가진 게 없어 결혼할 수 없다. 취업에 성공하고 직장인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돈을 모았을 때 결혼할 의향이 있다. 7년쯤 뒤에는 그렇게 되지 않겠나. 

◆20대가 결혼을 포기한 이유

20대에게 "그 나이 때 나는 결혼했어"로 시작하는 어른들의 훈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았던 1980~1990년대와 달리 현재의 청년들은 대부분 대학에 진학한 후 구직활동을 시작한다. 실업자 100만명시대. 비좁은 취업문을 두드리기 위해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무한경쟁을 펼친다.

이들은 유례없는 최악의 실업률, 경제적으로 양극화된 사회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채 결혼·출산이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구직자 446명을 대상으로 '구직난'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0%가 '구직난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있다'고 답했다.

또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대 성인남녀 26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0대의 58.5%가 고독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복수응답)로 '더욱 치열해진 무한경쟁 때문'이라는 응답이 44.8%로 가장 많았으며 ▲'흑수저 vs 금수저' 등 사회 양극화현상 심화 35.4%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높아진 취업문턱 33.6%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와 관련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일자리가 없고 주거가 안정되지 않은 청년들에게 아이 낳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청년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0호(2018년 7월25~3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강산 kangsan@mt.co.kr

강산 기자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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