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비닐과 전쟁 중인 대형마트, "스티로폼은 어쩔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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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전쟁] ③ ‘소비자 인식’ 안 바뀌면 공염불

일회용품이 사라진다. 정부는 이달부터 커피전문점과 외식 프랜차이즈의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하고 위반 시 가맹점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키로 했다. 앞으로 일회용품 감축 대상은 플라스틱에서 비닐봉지, 과대포장지로 확대된다. 친환경 소비문화가 확산될 거라는 기대감과 함께 일회용품 대체에 드는 비용 부담을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머니S>는 일회용품 퇴출현황을 살피고 재활용 폐기물 규제의 실효성을 진단했다. 아울러 전문가에게 일회용품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들어봤다.<편집자주>

“매장 내 비닐롤백 사용을 절반으로 줄이겠다.” 국내 대형마트들이 환경부와 ‘일회용품 감축 자발적 협약식’을 갖고 한 목소리를 낸지 3개월째. 과연 이 약속은 현장에서 잘 이행되고 있을까. 지난달 31일 <머니S>는 일회용품 절감 정책을 시행 중인 서울 시내 대형마트 3곳(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을 찾아 비닐포장과 플라스틱 사용 실태를 들여다봤다.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한 고객이 비닐롤백에서 비닐을 뜯고 있다/사진=김설아 기자
◆ 비닐롤백 크기 줄이고 설치 간격 넓혀


“비닐이 안보여요. 예전보다 확실히 준 것 같아요. 눈에 보이니 (비닐에 안담아도 될 상품들까지) 더 담아 쓰게 됐는데 이젠 자연스레 덜 쓰는 것 같아요.”

홈플러스 강서본점에서 만난 주부 윤모씨(57)는 자신이 장본 카트 안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 윤씨의 카트 안의 과일, 채소, 라면 등의 상품은 1차 포장된 모습 그대로 담겨있었다. 포장된 상품을 몰아 다시 포장한 비닐롤백(원통에 말려있는 비닐 포장주머니가)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매대마다 걸어뒀던 비닐롤백을 30% 가까이 줄인 결과다. 속비닐은 마트 비닐 낭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재질이 얇고 한번 물기가 묻으면 닦아내기 어려워 재활용이 어렵다.

매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낱개제품이 진열된 곳 위주로 꼭 필요한 곳에만 두고 나머지 매대에선 속비닐을 다 뺀 상황”이라며 “비닐 사이즈도 기존(350*450mm)보다 더 작게(300*400mm) 조정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강서점 내부/사진=김설아 기자
채소코너에는 양배추와 호박, 파프리카, 브로콜리 등 낱개로 진열된 곳에만 비닐롤백이 놓여 있었고 양념에 잰 고기, 손질된 생선 등 플라스틱 용기로 포장된 제품이 진열된 매대에서는 롤백을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매장 직원이 랩으로 포장된 제품을 다시 비닐에 담아 고객에게 주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지만 생선 등 냄새가 심한 일부 식재료에 불과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비닐롤백 사용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물이 떨어지는 수산물, 흙이 묻은 채소 등 부득이하게 비닐에 담아야 하는 상품들은 예외”라고 설명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마트는 신선 매장(정육·어패류·과일·채소 등을 파는 코너)에 설치된 비닐롤백을 40%가량 줄였고 롯데마트도 점포에 따라 롤백 비치대수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 홈플러스와 마찬가지로 롤백의 크기도 기존보다 작게 했다.

이마트 가양점에 비치된 비닐 모습/사진=김설아 기자
이마트 가양점에선 특히 비닐을 롤백형태로 두지 않고 하나씩 뽑아 쓸 수 있도록 비닐 안에 접어둬 눈길을 끌었다. 이렇게 비치하면 롤백보다 사용량을 더 줄일 수 있다는 게 이마트 측의 설명이다.

매장 관계자는 “롤백의 경우 고객들이 무심코 2~3장 뜯어 남은걸 가져갈 수 있지만 하나씩 뽑아 쓰도록 하면 대부분 필요한 1장만 사용한다”며 “수고스럽지만 비닐 사용을 줄이고 고객이 구매한 상품을 빨리 담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 유색 스티로폼 사용 여전… 고객 인식 딜레마

다만 3사 모두 육류·어류 등의 제품이 담긴 유색 스티로폼 받침 사용은 여전했다. 홈플러스 강서본점, 이마트 가양점, 롯데마트 김포공항점 모두 초밥, 튀김, 고기, 회 등의 즉석조리식품을 유색 트레이에 담아 판매했다.

위 홈플러스 수산물 진열대, 아래 이마트 수산물/사진=김설아 기자
일부 흰색 스티로폼 받침도 있었지만 대부분 파란색 또는 검은색이었고 형형색색 무늬가 인쇄된 코팅 받침을 사용하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이런 받침은 육류·어류 진열대 중 절반 이상에서 사용했다. 색깔이 있거나 무늬가 인쇄된 스티로폼 받침은 재활용품의 질을 떨어트리기 때문에 전량 소각·매립된다.


이들 대형마트는 재고소진 단계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유색 받침은 대부분 협력사에서 스티로폼 포장을 해오는 경우”라며 “대량 선주문한 재고가 남아있어 소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도 “생물과 냉동을 구분하거나 진열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유색 받침을 사용했다”면서 “재고를 소진하는 대로 점차 흰색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1+1 묶음 제품, 골라담기 상품 등의 과대포장도 일부 눈에 띄었다. 과자나 빵, 소스류, 캔음료 등 상품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없는 제품을 묶음으로 만들거나 담는 과정에서 필요없는 이중포장이 이뤄지고 있었다.

롯데마트 김포공항점에서 고객들이 과자를 비닐안에 담고 있다/사진=김설아 기자
이마트 관계자는 “1+1 상품은 대부분 비닐로 재포장이 되는데 하반기에 비닐 대신 종이 띠 형식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도 “추가포장, 패키지 추가 제작 등을 지양하고 단순 테이핑 작업 위주로 포장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매장 측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고객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이날 매장 곳곳에선 비닐 5~10장을 한꺼번에 뜯어 카트에 담는 고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매장에서 만난 관계자는 “고객들이 집에서 필요하다며 아무렇지 않게 대량으로 비닐을 가져간다”며 “비닐롤백 배치를 줄인 이후 전체 사용량이 줄었지만 고객 인식이 곧바로 바뀌는 게 아니어서 일회용품 사용이 크게 줄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롯데마트 김포공항점에 안내문이 비치되어 있다/사진=김설아 기자
롯데마트는 3사 중 이 문제에 가장 적극적이다. 롯데마트 김포공항점은 “비닐롤백 사용 줄이기에 동참해주세요”, “환경부 1회용품 사용규제에 따른 비닐봉투 유상판매 안내” 등 고객의 시선이 닿는 곳곳에 안내 문구를 부착했다. 비닐롤백을 비치한 일부 공간에만 안내문을 내건 다른 마트와 대조적이다.

롯데마트 매장에서 만난 이모 매니저는 “안내 문구를 최대한 많이 배치해 고객들이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당연히 공짜라고 생각하던 롤백의 유상판매(20원)에 대해서도 계산대 직원들이 수시로 안내하며 인식 전환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일회용품 줄이기에 발벗고 나서더라도 고객의 피부에 닿지 않는다면 공염불일 수밖에 없단 소리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대형마트 일회용품 감축의 성패도 결국 고객의 인식이 얼마나 바뀌는지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2호(2018년 8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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