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들고 다니는 게 세련된 거라고요?"

인터뷰 /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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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전쟁] ⑤ ‘폐기물 감축’ 효과적인 대책은?

일회용품이 사라진다. 정부는 이달부터 커피전문점과 외식 프랜차이즈의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하고 위반 시 가맹점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키로 했다. 앞으로 일회용품 감축 대상은 플라스틱에서 비닐봉지, 과대포장지로 확대된다. 친환경 소비문화가 확산될 거라는 기대감과 함께 일회용품 대체에 드는 비용 부담을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머니S>는 일회용품 퇴출현황을 살피고 재활용 폐기물 규제의 실효성을 진단했다. 아울러 전문가에게 일회용품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들어봤다.<편집자주>


‘일회용품 없는 사회’ 담론은 지난 4월 불거진 ‘재활용쓰레기 미수거 대란’이 기폭제가 된 듯하지만 오래전부터 논의된 사안이다.

편의성은 일회용품 사용 증가를 불렀다. 환경오염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일회용품 사용을 억제하는 제도가 마련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당부분 규제가 완화되자 일회용품 사용은 무분별하게 늘어났다. 지난 1일부터 커피전문점의 일회용컵 사용을 제한한 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폐기물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져서다. 그러나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국장에게 일회용품을 두고 펼친 그간의 정책과 실질적인 배출감소를 위한 대책을 물어봤다.

◆‘자발적 협약’이 면죄부 줬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일명 자원재활용법)이 제정된 게 1992년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폐기물 최소화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낸 결과다.

법은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일회용컵 및 종이쇼핑백 등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며 규제가 완화됐다. 이후 일회용품 사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대신 정부는 간접 규제법을 내놨다.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자발적 협약을 민간기업이 환경부와 체결토록 한 것이다. 하지만 김 국장은 이 정책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 업체는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있는 면죄부를 받습니다. 매장면적이 150㎡를 초과할 경우 다회용품을 사용해야 해요. 그 이하는 일회용품을 90% 이상 회수해 재활용해야 하고요. 이를 어기면 매장 면적에 따라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지자체가 부과합니다. 하지만 환경부와 자발적 협약을 맺으면 이 규제에서 자유로워진다는 맹점이 있습니다. 실제 많은 기업이 지자체 단속을 피하기 위해 환경부와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 경우가 많아요. 협약은 권고사항일 뿐이어서 체결만 하고 실제론 일회용품 사용을 늘려왔어요. 한편으론 환경 친화적 기업이라고 홍보도 할 수 있고요.”

기업으로 치면 평사원이 직속 부장의 결재를 건너 뛰고 임원과 업무를 진행하며 비호를 받는 셈이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국장. /사진=서대웅 기자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사실 문제가 되는 일회용품의 종류는 많지 않다. 플라스틱컵, 종이컵, 봉투 및 쇼핑백, 각종 용기, 응원용품, 면도기, 샴푸 및 린스 등 소모품 등이 일회용품에 속한다. 이 가운데 사용량이 가장 많은 건 일회용컵이다. 환경부와 민간기업이 맺은 자발적 협약의 대상이 대부분 일회용컵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일회용컵을 두고 체결한 자율적 협약의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2014년 환경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커피전문점에서 사용하는 일회용컵은 2007년 매장당 3만1102개였지만 2012년 11만3925개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래도 커피전문점의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환경부가 지난 1일부터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매장 안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할 경우 5만~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하면서다.

하지만 여기에도 맹점은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컵은 안되지만 일회용 종이컵은 가능하다. 그간 플라스틱 용기에 담겼던 아이스아메리카노는 머그잔이나 텀블러로만 받아야 하지만 종이컵에 부어주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테이크아웃용 잔을 사용해도 괜찮다는 얘기다. 종이컵도 일회용품임에도 무상제공 규제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2008년 이명박정부 때 종이컵은 규제 대상에서 빠졌죠. 종이는 재활용하기 쉽다는 인식에서였어요. 같이 제외된 게 종이봉투였고요. 이후 환경단체들이 일회용 종이컵과 종이봉투도 제외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한번 제외한 건 다시 규제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되면 반쪽짜리 정책밖에 안됩니다. 자원재활용법 제2조 및 시행령 5조 별표 1의 사용억제 대상에 종이컵을 다시 포함시켜 일회용종이컵 규제를 강화해야 해요. 특히 종이컵은 커피전문점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수천개의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매장, 수만개의 음식점에서도 일회용 종이컵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부-기업-시민 ‘3박자’ 맞춰야

일각에선 일회용컵 사용을 제한하면 오히려 환경오염이 심해질 거란 주장도 펼친다. 매장에서 용기를 씻기 위한 세재 사용이 늘어날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김 국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2016년 12월 환경부와 자원순환사회연대가 펴낸 ‘일회용품 제도개선 전문가 포럼 운영’ 보고서를 보면 에너지 사용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량은 종이컵, 플라스틱컵, 머그컵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종이컵 2000개를 매립할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량은 38kgCO2인데 반해 머그컵은 아예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국장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시민이 동시에 의식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회용품 사용규제를 더 이상 완화하면 안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오히려 규제 강화를 위한 새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예컨대 크기가 작은 USB를 재활용이 어려운 커다란 포장지에 넣는 것에 대한 규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된다. 재활용이 쉬운 재질로 제품을 포장하도록 유도하는 정책도 시급하다고 김 국장은 강조했다.

지난 3일 열린 ‘제9회 1회용 비닐봉투 안 쓰는 날, 플라스틱 어택’ 캠페인. /사진=자원순환사회연대

시민의 참여도 중요하다고 거듭 설명했다. 가정에서도 보다 확실한 분리배출로 ‘쓰레기 대란’의 여지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분리수거를 할 때 깨끗이 씻어 배출하기만 해도 더 쉽고 빠른 재활용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난 이유는 물론 편리해서였겠죠. 하지만 문화가 바뀐 결과이기도 해요. 일회용컵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1990년대 말 국내에 커피전문점이 본격적으로 생기면서 ‘커피는 들고 다니는 게 세련된 것’이라는 시각이 생긴 거죠. 사실 이전엔 자리에 앉아서 다회용품에 차를 따라 마시는 게 보편적이었거든요. 시민의 인식이 바뀌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거예요. 다행히 최근 시민의식이 점차적으로 바뀌는 걸 체감하고 있어요.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를,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문화가 좀 더 확산돼야 합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2호(2018년 8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서대웅 mdw1009@mt.co.kr

<머니S> 금융팀 서대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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