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연금 미지급 논란, ‘보험사 사업비’로 불똥 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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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사들의 즉시연금 미지급 논란 후폭풍이 거세다. 금융당국이 즉시연금 미지급분에 대해 ‘일괄지급하라’고 권고했지만 삼성생명의 거부로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여서다.

또한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로 당국이 보험사 사업비를 손질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른 생보사들도 현재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아 즉시연금 문제는 앞으로 보험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맏형의 당국 ‘지급권고’ 거절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는 2012년 9월 삼성생명 즉시연금에 가입한 A씨의 민원으로 시작됐다.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보험료 전액을 한번에 납입하고 매달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문제가 된 만기환급형 상품의 경우 매달 연금도 받고 만기 시 낸 보험료도 전부 환급받는다. 보험료 10억원을 예치한 A씨는 월 300만원 이상의 연금을 받다 금리하락으로 지급액이 100만원대로 떨어졌다.

즉시연금은 보험사가 일시납 보험료를 받을 당시 공제한 사업비만큼 만기까지 채워 넣기 위해 매달 연금에서 사업비 충당목적으로 일정 금액을 떼어놓는다. 가입자에게 지급되는 연금은 이 금액을 뗀 나머지다. 사업비 등을 차감한 뒤 계약자에게 돌려줄 보험금을 적립하는 것이다.

하지만 즉시연금 상품을 판 대부분의 생보사 약관에는 이런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사업비 차감을 몰랐던 A씨는 기대했던 연금액을 받지 못하자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고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6월, 같은 이유로 제기된 조정 신청건에 대해 만기·상속형 즉시연금 만기 적립금을 차감하지 말고 가입자에게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5월 취임 이후 금융감독의 최우선 과제로 소비자보호를 꼽으면서 생보업계에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지급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삼성생명 이사회가 “일괄 지급의 법적 근거가 없다”며 금감원의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미지급금 4300억원 일괄 지급 권고안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당국과 생보사간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다.

삼성생명 이사회는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계약서상 최저이율 예시 금액에 못 미치는 부분은 환급키로 했다. 즉시연금 상품 최저보증이율(연 1.5~2.5%) 예시 금액과 실제 받은 연금액의 차액만을 지급한다는 입장인 것. 환급액 규모는 370억원 수준으로 가입자 5만5000여명으로 나누면 1인당 평균 67만원 꼴이다.


삼성생명은 이번 사태가 법적인 쟁점이 커 법원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당국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는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법원 판단에 맡기겠다는 결정은 앞으로 제기될 수 있는 소비자 소송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뜻”이라며 “우리가 먼저 당국이나 소비자에 소송하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밝혔다.

의중이 어떠하든 생보사 맏형의 결정에 아우들은 혼란스럽다. 생보사 빅3 중 한화생명(850억~1000억원)과 교보생명(650억~700억원)도 즉시연금 미지급액이 꽤 높은 수준이다. 한화생명은 이달 10일 전까지 즉시연금 지급에 대한 입장을 금감원에 전달할 계획이다. 교보생명도 내부 논의 중이다. 반면 지급액이 빅3 생보사에 비해 높지 않은 생보사들은 일괄지급을 일부 결정했고 나머지 생보사도 당국과의 잡음을 없애기 위해 일괄지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보험사 잘못된 약관이 문제

이번 사태의 문제는 잘못된 약관이다. 보험약관에는 상품의 보장개시일, 보험금 지급사유 및 해지사유 등 계약당사자의 권리와 의무 등이 기록돼 있다. 2016년 논란이 된 자살보험금 사태도 보험사들의 잘못된 약관이 초래한 일이다.

삼성생명 즉시연금 상품약관에는 ‘연금계약의 적립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금월액을 매월 계약해당일에 지급한다’고 기재돼 있다. 어디에도 사업비를 차감한다는 내용이 없다. 삼성생명 측은 상품설계서에 사업비가 차감돼 계산된 보험금이 기재돼 있다고 주장하지만 분조위는 그 내용이 약관에 포함된 것이 아니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다른 생보사들도 약관에 사업비 차감 부분을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아 문제다.

이에 대해 생보사 관계자는 “금감원의 일괄지급 권고에 보험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이번 문제가 즉시연금 상품에 한정된 이슈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라며 “사업비 차감에 대해 딴지를 걸면 사실상 대부분의 보험상품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삼성생명 본사./사진=삼성생명 제공
보험료는 순보험료와 사업비로 구성된다. 순보험료는 사망이나 만기 보험금 지급에 사용되는 보험료며 사업비는 보험사가 사용하는 경비로 보험설계사 수수료를 포함해서 계약 유지관리비용으로 사용된다. 이때 많은 가입자가 보험료에 사업비가 포함됐다는 사실을 모른다. 보험 가입 시 보험사로부터 사업비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해서다. 즉시연금 미지급에 관한 분쟁도 결국 사업비공제를 알지 못한 가입자의 민원으로 시작됐다.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로 당국의 사업비 조정 압박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부터 보험사 사업비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으로 알려졌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금융감독혁신 과제’ 발표를 통해 수수료·보수 체계를 점검하고 합리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사업비 절감 노력을 기울인 보험사에 대해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사업비는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정한다. 그동안 금감원은 독립보험대리점(GA)에 과도한 시책(인센티브)을 주는 보험사의 사업비 감사를 진행했다. 주로 GA시책에 따라 문제가 된 사업비 감사를 진행한 금감원이 이번 즉시연금 사태를 계기로 보험사 사업비 책정이 타당한지 살펴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국은 그동안 과도한 보험료 상승의 원인이 된 사업비를 절감하려고 꾸준히 주문해왔다”며 “이번 즉시연금 사태로 보험사 사업비 타당성에 대해 대대적인 점검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2호(2018년 8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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