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으로 본 신약 기술 수출의 진짜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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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산업의 핵심인 신약개발은 실패 위험도가 높고 오랜 기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해 세계 제약·바이오산업을 주도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기까지 평균적으로 10~15년이 걸리며 26억달러(약 2조9000억원)가 소요된다.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실패율은 매우 높다. 임상1상을 통과한 후보 의약품이 최종 승인을 받을 확률은 12%에 불과하다. 연매출이 1조원이 넘는 제약사가 한손에 꼽을 정도로 세계 제약시장에서 변방에 속하는 국내 제약업계가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에 매달리는 이유다.

다만 국내 제약사들이 내놓는 신약 기술수출 성과는 자료의 옥석을 가려 진짜 가치를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계약금은 ‘현재’, 마일스톤은 ‘미래’ 가치

지난달 26일 유한양행은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와 퇴행성디스크질환 치료제 ‘YH14618’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 기술수출 금액은 2억1815만달러이며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은 65만달러다. 계약금 중 10만달러는 계약서명 시 받았으며 나머지 55만달러는 오는 12월14일까지 수령할 예정이다. 나머지 2억1750만달러는 마일스톤 기술료로 개발·허가·매출 등에 따라 단계별로 지급받는다.

외형상 2400억원 이상의 대형 계약으로 보이지만 올 연말까지 유한양행이 실제 받는 금액은 약 7억원(약 0.3%)에 불과하다. 나머지 금액은 받을 수도 못 받을 수도 있는 불확실한 금액이다. 즉 YH14618의 현재 가치는 7억원이라는 뜻이다.

유한양행은 YH14618 임상2b단계에서 위약 대비 약효가 기대치 이하로 나타나면서 2016년 10월 임상을 중단했다. 임상 중단은 사실상 해당 파이프라인의 사형선고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퇴행성디스크 치료제가 없다는 점에서 미래 가치를 높게 보고 스파인바이오파마가 YH14618의 모든 권리를 사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몇년 전부터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특정 제약사의 기술수출 관련 소식이 전해졌을 때 계약금을 중심적으로 보고 투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은 앞선 사례들로 이미 증명됐다.

이를테면 한미약품은 2015년 7월 베링거인겔하임과 내성표적항암신약 ‘올무티닙’ 기술수출 계약을 맺으며 계약금 5000만달러, 총액 7억3000만달러의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2016년 9월 베링거인겔하임이 올무티닙 개발을 포기하고 권리를 반환하며 실제 한미약품이 받은 돈은 계약금과 일부 마일스톤료까지 총 6500만달러에 그쳤다. 당초 밝힌 총계약금의 10분의1도 못 받은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발표되며 60만원대를 넘나들던 한미약품 주가는 한달 만에 반토막으로 뚝 떨어져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눈물을 흘리게 했다. 물론 이 사건은 늑장공시·미공개 정보유출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지만 계약 해지가 주가 하락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동아에스티는 2016년 4월 미국 토비라와 당뇨치료제 ‘에보글립틴’을 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가 이듬해 11월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았다. 계약 규모는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포함해 총 6150만달러에 달했지만 동아에스티가 수령한 금액은 전체 계약 규모에 비해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계약금 규모 미공개).

이외에도 LG생명과학·부광약품·종근당 등도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가 개발이 중단된 바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마일스톤료 못 받은 사례 수두룩

심지어 계약금 반환 요청을 받은 경우도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세계 최초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의 기술수출로 미츠비시타나베제약으로부터 받은 계약금 25억엔을 돌려달라는 요청을 받고 ‘돌려줄 이유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6년 11월 일본 미츠비시타나베와 인보사의 일본시장에 대한 독점적 개발 및 판매 권리를 넘기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25억엔이며 인보사의 일본 내 개발·허가·상업화에 따른 단계별 기술수출료로 432억엔을 받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미츠비시타나베는 인보사 기술수출 계약 취소와 계약금 반환을 코오롱생명과학에 통보했다. 인보사 원개발사인 티슈진이 미국3상을 위한 임상시료 생산처 변경을 고려하고 있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았고 미국 임상에서 FDA로부터 받은 임상3상 시료에 대한 사용승인을 받은 후 임상을 개시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서(Clinical Hold Letter)를 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 취소를 통보한 것.

이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기술수출 계약 당시 티슈진이 기존 생산처인 Wuxi에서 임상시료를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그 후 임상시료 생산처를 글로벌 세포치료제 CMO인 Lonza로 변경했으며 이러한 과정을 미츠비시타나베와 충분히 공유해 왔기 때문에 계약취소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사안은 국제상업회의소로 공이 넘어가 중재가 진행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기술수출 계약 소식이 전해질 때 총계약금을 모두 받을 것을 기대하는 것은 신약개발 성공률을 감안하면 도박에 가깝다”며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것 자체는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불확실한 미래 가치인 마일스톤료보다 현재 가치인 계약금을 중심으로 성과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주열 sense83@mt.co.kr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제약·의료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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