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식 통합개발', 후퇴할까 전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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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교에서 바라본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사진=김창성 기자
용산·여의도가 들썩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통합개발 마스터플랜 발언에 따라서다. 집값 안정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해온 정부는 서울시의 움직임에 즉각 제동을 걸었다. 일각에서는 개발보다 보존과 재생에 무게를 뒀던 박 시장의 행보와 상반된 용산·여의도 개발계획에 대해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전시성 행정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머니S>는 용산·여의도 통합개발 마스터플랜의 내용을 짚어보고 해당 지역 주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다. 또 용산·여의도의 올바른 개발 방향에 대해 전문가의 조언도 구했다. <편집자주>

[용산·여의도 개발, 여의주 품을까] ① 
부담 커진 ‘용의 승천’ 큰그림

“용산·여의도를 통합개발하겠다.” <박원순 서울시장>
“국토부와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서울 용산·여의도 개발 계획을 두고 정부와 지자체가 충돌했다. 박원순 시장이 최근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의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집값 폭등을 우려한 정부가 제동에 나선 것.

박 시장은 그동안 서울시 정비사업을 '보존 가치'에 초점을 맞춰 추진했지만 마지막 임기 4년은 도시의 다양성과 미관 향상을 염두에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용산·여의도 통합개발 발언으로 이어졌고 해당 부동산시장은 시세 급등의 기대감에 들떴다.

집값 잡기 화두를 놓지 않고 있는 국토부는 즉각 제동을 걸었고 ‘국토부-서울시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운영에 들어갔다. 서울시 개발 권한을 쥔 박 시장과 협의를 강조하는 정부의 힘겨루기는 어떤 결말을 내놓을까.

◆‘통합개발’ 의지에 시세 급등

힘겨루기의 포문을 연 건 박 시장이다. 지난달 초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받으러 싱가포르를 방문한 박 시장은 철저한 계획도시로 가꿔진 싱가포르와 서울을 비교하며 '다양성 부족'을 서울시 도시계획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용산·여의도 통합개발 발언은 여기서 흘러나왔다.

우선 박 시장은 용산에 광화문광장급 대형광장과 산책로를 만들고 서울역-용산역 철로는 지하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철로 지상에는 ‘회의·관광·전시·이벤트’를 유치할 마이스(MICE) 단지와 쇼핑센터를 지을 방침이다.

여의도는 공원과 커뮤니티 공간을 보장하면서 건물의 층수는 높일 계획이다. 서울시는 여의도를 국제 금융중심지로 개발하기 위한 ‘여의도 일대 종합적 재구조화 방안’(여의도 마스터플랜)을 짜고 있다. 여의도 일대 아파트 재건축 방향은 이 계획과 연동해 결정된다.
용산역 철로. /사진=뉴스1 DB
박 시장의 이 같은 청사진은 즉각 시장 분위기를 달궜다. 아직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이 발표되지 않았음에도 박 시장 발언 이후 용산구와 영등포구 시세는 올랐다. 내놓은 매물을 거두는 집주인이 있는가하면 호가를 높게 불러 거래를 성사시킨 경우도 생겼다.

◆정부 제동, 통합개발 향방은?

서울시가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용산·여의도 일대 부동산 시세가 급등하자 정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현안 질의에서 “도시계획은 시장이 발표할 수 있지만 실질적인 진행은 국토부와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부의 집값잡기 계획에 박 시장이 자칫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김 장관의 작심 발언으로 박 시장의 용산·여의도 일대 통합개발계획은 암초를 만났다. 박 시장의 의지대로 계획이 실현될지, 전면 수정될지는 지켜볼 대목이지만 그동안 보존가치를 중시하던 그의 정비사업 철학과는 분명히 궤를 달리하는 정책이어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가 많다.

박 시장은 임기 내내 규모를 앞세운 개발을 지양했다. 보존에 가치를 둔 도시재생사업은 그의 대표적인 정책 방향성을 보여준다. 도시재생전문가인 진희선 도시재생본부장을 행정2부시장으로 임명한 것도 도시재생사업에 힘을 더 실어줄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그는 한편으로 용산·여의도 등 특정지역을 지목하며 야심찬 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언급해 투기세력을 집결시키는 부작용을 야기했다.

◆밀어붙여도 수정해도 '부담'


박 시장의 갑작스런 개발 행보가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전시성 사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박 시장은 시민과 호흡하는 낮은 자세로 행정에 임했지만 정작 이렇다 할 정책 성과물이 없다.
여의도 샛강역에서 바라본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사진=김창성 기자
따라서 이명박 전 시장의 청계천 복원사업과 오세훈 전 시장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조성 같이 마지막 임기 4년 안에 눈에 띄는 결과물를 내려고 무리한 사업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재 박 시장이 쥔 카드는 반반이다. 기본적인 정비사업의 경우 박 시장 권한으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거쳐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이마저도 시장 과열을 우려한 국토부의 제동에 움찔한 상황이다.

여기에 구체적인 마스터플랜 발표 전까지 개별 진행 중이던 재건축 심의를 보류한 상황이라 자칫 주민 기대감에 못 미치거나 국토부 제동에 기존 방침을 철회할 경우 주민 반발 등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철도가 얽힌 용산개발계획은 박 시장 권한 밖이다. 철도 부지의 경우 국가재산이라 국토부 승인 없이는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다.

현재 서울시는 국토부와 구성한 정책협의체를 통해 갈등 봉합과 의견 조율에 나섰지만 각자의 사업 권한과 정책 방향이 엇갈려 해결 실마리를 도출하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게다가 이미 박 시장을 통해 용산·여의도 개발 마스터플랜의 큰 그림이 나온 상황이라 조만간 발표될 구체적인 계획에 따른 기대감과 실망감은 모두 박 시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3호(2018년 8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solrali@mt.co.kr

머니S에서 건설·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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