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 후유증’ 앓는 항공업계 정비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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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정비작업 /사진=박찬규 기자

국내 항공업계가 성장통을 앓는다. 그동안 대형항공사(FSC)가 차근차근 성장하다가 최근 10년 새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각종 문제에 노출된 것. 최신 항공기 도입이라는 화려한 간판 뒤에 숨어있던 기내식 대란이나 정비불량으로 인한 지연, 공항 주기장에서의 접촉사고, 각종 안전문제 등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특히 최근 몇년간 LCC의 정비불량 등 항공안전이 도마에 올랐지만 FSC의 사고와 정비불량도 이에 못지않았다. 이와 관련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업계가 급속도로 성장한 탓에 그동안 간과했던 문제가 드러났다”고 평했다. 성장우선전략을 펼치다 보니 문제점이 상대적으로 작게 비춰졌다는 얘기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MRO(항공정비)에 집중해야 앞으로 먹거리를 찾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FSC도 예외 아닌 항공정비

우리나라 항공여객은 크게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 상반기 항공여객수는 3834만명이었지만 올해는 이미 5807만명을 넘어섰다. 이전 최고치였던 지난해보다 11% 이상 성장한 실적이다. 해외여행객은 같은 기간 2673만명에서 4223만명으로 늘었다. 국적항공사 분담률은 68.8%고 이 중 FSC는 39.8%, LCC 29.0%였다.

이 같은 증가세는 항공기수와 운항횟수가 늘어남을 뜻하며 운항스케줄도 빡빡하게 짜여질 수밖에 없다. 한 항공기의 문제가 다른 항공편의 연쇄 지연으로 이어지기가 쉽다는 것. 특히 올 들어 LCC들은 대대적인 기단확장을 강조하는 중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이 제2터미널을 오픈하고 지방공항들이 활성화되면서 공항인프라는 예전보다 크게 개선된 상황”이라며 “하지만 항공사 정비문제는 여전히 개선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항공업계의 성장통은 올 들어 더욱 도드라졌다. 지난달 아시아나항공은 이른바 ‘기내식 대란’을 겪었고 문제가 일정부분 해결된 이후에는 기체결함 등의 이유로 항공기가 자주 지연돼 여행객의 불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아시아나의 항공기 정비문제는 항공기의 노후화 문제라기보다 정비인력과 관련부품의 재고부족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로 구성된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 이 같은 의혹이 확산됐다. 결국 국토부는 지난 3일 끝내려던 특별점검을 10일까지 연장 진행하기도 했다. 운항스케줄 대비 정비인력, 예산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것.

이에 우리나라 제2국적 대형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잇따른 사건사고로 미국의 안전품질컨설팅업체인 프리즘(PRISM)에 의뢰해 정비체계와 운영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받는다.
항공기 타이어 점검하는 제주항공 /사진=뉴스1 이석형 기자

◆LCC 정비문제는 괜찮나

자체 항공기 정비시설을 갖춘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등 FSC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하지만 LCC는 얘기가 조금 다르다. 문제를 알더라도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

항공업계에 따르면 MRO는 A체크부터 D체크까지 4개 등급으로 나뉜다. A와 B는 기본적인 운항정비로 정비사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국내 LCC는 A와 B체크를 위한 정비인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LCC는 중정비에 해당하는 C와 D체크에 취약하다. 기체를 분해하고 들어올릴 커다란 특수설비가 없어서다. 물론 진에어는 대한항공에,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에 정비를 맡겨 D체크의 일부까지 해결한다.

반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은 C와 D체크를 하려면 싱가포르, 몽골, 인도 등 해외 MRO업체에 맡겨야 한다. C는 2년, D는 8년에 한번이 정비 주기라 이에 맞춰 미리 예약함으로써 문제를 일정부분 해결할 수 있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건 감수해야 한다.

◆국내 MRO사업은 이제 첫 걸음

이는 LCC 출범 이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항공시장은 날로 덩치가 커지는 반면 정비시장은 오랜 시간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이에 정부가 나서 MRO사업을 추진했고 최근엔 민간 MRO사업체가 설립되면서 올 연말부터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첫 항공 MRO사업체인 한국항공서비스(KAEMS)가 주목받은 배경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경남 사천에 본사를 둔 KAEMS는 최근 법인 등록을 마치고 국토교통부의 정비조직인증 절차를 밟는 중이다. 정부는 국내 첫 MRO사업체가 설립된 만큼 앞으로 국내 MRO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지난 8일부터 정부가 직접 나서서 8만개 항공 일자리에 대해 채용과 취업을 연계하기로 한 만큼 우수한 정비인력 확보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하지만 KAEMS가 사업을 시작해도 국내 LCC가 이를 이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입장. 올해부터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문제점을 보완하며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려면 노하우를 쌓을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 게다가 정부의 단계별 계획에 따르면 내년까지 2단계 산업단지 조성공사가 진행되고 2027년에 3단계 공사가 마무리된다.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가깝다는 것과 비용이 조금 더 저렴할 수 있다는 이점 외에 MRO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면서 “사업에 지분을 투자한 LCC는 일부 정비물량을 맡기려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LCC 관계자는 “실제 운항에 필요한 기본정비가 매우 중요한 만큼 관련 정비인력을 최대한 확보하는 중”이라며 “국내 첫 MRO사업장이 가진 이점이 많기에 되도록 이를 활용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당장 이 시설을 이용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3호(2018년 8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찬규 star@mt.co.kr

산업2팀 박찬규 기자입니다. 자동차와 항공, 해운, 조선, 물류, 철강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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