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조 투자'에 담긴 이재용 부회장의 '뉴삼성' 밑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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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경기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를 방문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최동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통큰 결단을 내렸다. 지난달 인도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달라"고 당부한 데 대해 '18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화답했다.

정부의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주도적으로 뒷받침, 재계 1위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투자도 정부가 집중 육성하려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분야에 집중됐다.

또한 '일자리 정부'를 위해 4만명의 직접채용을 포함해 70만명의 직간접 고용계획도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뉴삼성'이 방향성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사회적 책임에 '방점'

삼성은 3년간 투자 규모를 총 180조원으로 확대하고 이 중 연평균 43조원씩 총 130조원을 국내에 투자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 될 AI, 5G, 바이오·전장부품을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삼고 약 25조원을 투자해 미래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고 국내 혁신 생태계 조성에 앞장선다.

평택 반도체 공장 증설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 등에 따른 고용 유발 40만명, 생산에 따른 고용유발 30만명 등 총 70만명의 고용 유발 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이 가진 기술과 경험, 혁신 노하우도 전향적으로 오픈해 공유한다. 이를 통해 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청년들을 교육해 취업기회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2500개 중소기업의 스마트팩토리 전환을 돕는 등 상생 프로그램도 대폭 확대한다.

당초 재계에서는 삼성의 투자규모가 100조원 초반, 최대 140~150조원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삼성은 이를 뛰어넘는 금액을 제시했다.

발표시점 역시 예상을 벗어났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삼성 방문을 앞두고 정부가 삼성에 투자를 구걸한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삼성은 투자계획 발표를 보류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삼성이 하반기채용이나 추석 등 일정한 시점에 따라 사업부문별로 투자와 고용계획을 달리 내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삼성은 김 부총리와의 회동 이틀만에 대대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정부의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과제에 공감한만큼 투자·고용계획 발표를 미룰 필요가 없다는 이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경영복귀 빨라지나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재계 서열 1위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해 국정농단 사태 연루로 실추된 신뢰를 회복,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삼성이 되기 위한 전환점 마련에 나선 것으로 관측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달 9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단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안내를 받고 있다. / 사진=뉴시스 박진희 기자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27일 항소심 결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제 꿈은 삼성을 이어받아 열심히 경영해 우리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제가 받아온 혜택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사회와 나눌 수 있는 참된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싶은 것 뿐이다”고 밝힌 바 있다.

창업주부터 이어온 '무노조 경영 원칙'을 올 들어 사실상 폐기한 것과 지난 11년을 끌어온 삼성전자 반도체 근로자 백혈병 논란을 매듭지으려 중재 합의서에 서명한 것도 '사회적 인정'을 위한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과거와는 다른 성격의 '뉴삼성'의 정체성 정립이 속도를 내면서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도 빨라질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경영전면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을 자제해 왔다.

대신 주로 해외출장을 떠나 글로벌 사업현황을 읽고 삼성의 미래사업과 관련된 분야의 협력을 논의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인도에서 삼성의 총수 자격으로 문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지난 6일 문재인정부의 경제수장인 김 부총리와 경제성장 협력을 논의했다.

같은 날엔 예정에 없던 화성 반도체연구소를 깜짝방문 임직원을 격려하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미래 반도체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선 '기술 초격차'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후 이틀만에 정부의 경제정책을 위한 대대적인 계획을 발표하는 등 행보가 빨라지고 있어 만큼 경영일선 복귀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투자로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 명분이 생긴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투자발표를 앞두고 '구걸', '거래 논란' 등 잡음이 있었고 이 부회장 개인적으로도 대법원 판결을 앞둔 만큼 당장의 복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한듬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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