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응급실 폭행’… 근절 방안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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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응급실에서 위급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에 대한 폭행행위가 반복되고 있다. 응급의료 현장에서 이뤄지는 응급의료종사자에 대한 폭력은 단순히 개인에게만 피해를 입히는 게 아니다. 병원을 찾은 다른 응급환자들의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하는 중대한 범법행위다.

하지만 최근 한달 사이에만 ▲전북 익산 응급실 의료진 폭행 ▲강원 강릉 전문의 폭행 ▲전북 전주 응급구조사·간호사 폭행 ▲경북 구미 응급센터 전공의 폭행 등의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사진=뉴시스
◆응급의료종사자 폭행, 연간 수백건 발생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응급의료종사자들은 폭행 365건, 위협 112건, 위계·위력 85건, 난동 65건 등 총 893건의 피해 및 의료행위 방해를 받았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582건의 의료행위 방해 사건이 신고돼 전년보다 피해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응급의료 방해로 신고된 사건의 가해자 중 68%(398건)는 주취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법원은 음주 등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의 범법행위에 대해 관대(?)한 처벌을 지속적으로 내리고 있다.

지난해 응급의료 방해 혐의로 신고·고소된 전체 사건 중 처벌받은 사람은 93명, 징역형은 2명, 벌금형은 25명에 그쳤다.

현행 의료법과 응급의료법에는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응급의료종사자와 환자를 폭행·협박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폭행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법당국의 솜방망이 처벌과 처벌 규정 미비 등을 이유로 같은 사건이 되풀이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 응급의료종사자가 폭행·협박을 당하더라도 보복을 우려해 신고 및 고소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폭행의 ‘반의사불벌조항’과 처벌 근거 미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서울소재 K대학병원 응급의학과 한 전공의는 “최근 술에 취해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을 찾은 60대 남성 환자에게 갑자기 멱살을 잡히고 뺨을 맞고 심한 욕설을 들어 경찰에 신고했더니 다음날 가해자와 가족들이 찾아와 ‘술에 취해 실수를 했다’며 사과하고 경찰도 웬만하면 합의해주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며 “합의를 하지 않더라도 처벌이 가벼운 사례도 많이 봤고 합의해주지 않으면 계속 찾아올 것 같아 합의서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전북 익산시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임모씨(46)가 의사 A씨(37)씨를 폭행한 직후 경비원들에게 제지당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솜방망이 처벌’ 강화 목소리↑

이처럼 응급실 폭행이 빈번하게 발생하며 위기감이 커지자 국회와 응급의료단체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의사 출신 신상진 의원(자유한국당)은 지난 9일 응급실 등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발생한 폭행·협박 사건에 대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현행법상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날 신 의원은 응급의료종사자에 대한 폭행·협박이 다른 환자에 대한 ‘살인행위’에 준하기 때문에 가중처벌이 필요하다며 의료행위 중인 의료인과 응급의료종사자를 폭행해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발의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이날부터 폭력 없는 안전한 응급의료 환경 조성을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대한응급의학회 측은 서명운동의 배경에 대해 “응급의료 현장에서 이뤄지는 응급의료종사자에 대한 폭력은 개인에 대한 단순 폭력이 아니라 다른 응급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법행위라는 측면에서 언론의 관심과 여론의 공감에도 국회의 구체적인 입법 성과나 정부의 가시적인 정책 변화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응급의학회가 서명운동 취지문을 통해 밝힌 주요 메시지는 ▲의료법·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등 관계 법령 개정을 통해 반의사 불벌조항 삭제 ▲응급의료종사에 대한 상해 시 가중처벌 조항 신설 및 구속수사 원칙의 엄정한 법 집행 ▲법원의 엄중한 법 적용 등이다.

대한응급의학회 관계자는 “서명운동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하고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과 정부 관련 당국의 적극적인 법률 개정과 정책 변화를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허주열 sense83@mt.co.kr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제약·의료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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