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배가 뜨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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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욕조에 물을 담자. 욕조 안의 물은 정지해 있다. 다음에는 가볍고 투명한 얇은 비닐봉지를 물 안에 넣자. 남아있는 공기 없이 물만으로 봉지를 가득 채우고 입구를 꼭 동여매자. 실제로 비닐봉지를 넣을 필요는 없다. 욕조 안의 물 덩어리를 가상의 비닐봉지가 둘러쌌다고 상상해도 된다. 상상의 막으로 둘러싸인 이 물 덩어리는 가만히 제자리에 있다. 왜 그럴까.

물리학에서 어떤 물체가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머무르려면 조건이 있다. 물체에 작용하는 힘을 모두 더했을 때 전체의 합이 0이어야 한다. 욕조 안 상상의 봉지 속 물 덩어리가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래로 지구가 끄는 중력만 있다면 그 자리에 머물 수 없다. 주변의 물이 상상의 비닐봉지 속 물 덩어리를 위로 미니까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거다. 바로 부력이다.

다음에는 상상의 비닐봉지 안의 물을 모두 비워내고 그 안에 공기를 넣었다고 상상해보자. 공기는 가벼워 중력을 거의 무시할 수 있지만 상상의 비닐봉지 주변 물이 봉지를 위로 미는 부력은 남아있다. 물 속 공기방울이 위로 떠오르는 이유다.

배가 떠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중력과 부력이 평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배 전체의 중력이 무게중심에 작용하는 것처럼 배에 작용하는 부력도 부력중심이라 불리는 한 점에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무게중심과 부력중심의 위치가 배의 안정성을 결정한다. 떠 있는 배 전체를 무게중심과 부력중심을 잇는 긴 막대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먼저 무게중심이 부력중심보다 아래에 있는 경우다. 중력은 아래를 부력은 위를 향하니 곧게 선 나무막대의 아래쪽 끝에 무게중심이, 위쪽 끝에 부력중심이 있는 경우다. 이 막대를 옆으로 살짝 기울여 아래 끝을 아래로 당기고(중력방향), 위 끝은 위로 당기면(부력방향) 막대는 다시 곧추서게 된다. 즉 무게중심이 아래에 있을수록 배는 더 안정적이다.

문제는 반대의 경우다. 부력중심이 거꾸로 무게중심보다 아래라면 살짝 기울인 막대의 아래 끝을 위로 밀고(부력방향), 위 끝은 아래로 미는(중력방향) 꼴이 된다. 막대는 곧추서지 않고 옆으로 쓰러질 수밖에 없다. 무게 중심이 위에 있을수록 배가 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배의 아래에 있어야 할 평형수를 줄이고 같은 무게의 짐을 배의 갑판 위에 올려도 배 전체의 무게는 같으니 가만히 떠있는 모습은 똑같아 보인다. 하지만 배의 무게 중심이 위로 올라간 배는 극도로 불안정해질 수 있다.

전시된 배의 이름을 딴 바사(Vasa) 박물관이 스톡홀름에 있다. 폴란드와 패권을 다투던 17세기, 스웨덴 왕국은 화력을 높이려고 갑판 위에 대포를 두층으로 배치한 배를 만든다. 올라간 무게중심으로 안정성을 잃은 배는 출항 직후 30분 만에 침몰한다. 이게 무려 400년 전 얘기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4호(2018년 8월22~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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