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물질 나오면 로또 맞은 ‘진상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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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컨슈머의 행태가 도를 넘어섰다. 그들은 부당한 요구를 넘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범법행위까지 서슴지 않는다. 블랙컨슈머 문제는 단순한 소비자 불만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너무 커졌다. 손님은 어떤 기준까지 ‘왕’이어야 할까. <머니S>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블랙컨슈머의 횡포를 진단했다. 블랙컨슈머와 화이트컨슈머를 가르는 기준, 사례별 기업의 대응방안 등을 살펴봤다. 나아가 블랙컨슈머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전문가에게 들어봤다. <편집자주>


[블랙컨슈머의 악몽] ③ 기업 피해사례 살펴보니


“안전장치가 미흡해 사고가 났으니 치료비를 달라”
(건물 주차장에서 접촉사고를 낸 후)

“레이저 시술이 생각보다 효과가 없는 것 같다. 200만원 전액 환불해달라.”
(피부과 시술 패키지 마지막 20회차를 받고)

“물건을 배송시켰는데 집을 비웠다 돌아오니 유통기한이 지났더라. 새것으로 교환해달라.”
(고객이 한달 이상 해외여행을 다녀온 후)

“몰에 입점한 OO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났다. 아파서 여행도 못가고 일도 못했으니 정신적 피해보상까지 기회비용으로 환산해 1000만원을 내놔라. 안주면 언론에 제보하겠다.”
(OO식당에 1차 항의 후 합의금을 받은 뒤 쇼핑몰 본사에 2차 요구)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검은 불청객', 블랙컨슈머가 활개를 치고 있다. 제품 혹은 서비스에 불만이 있다며 소리부터 지르고 보는 일은 이미 고전적인 수법이다. 단순 변심을 제조사나 유통사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터무니없는 보상금액을 요구하거나 언론제보, 온라인 게재를 들먹이며 협박하는 사례까지 나온다. 아예 직업이 블랙컨슈머인 사람도 있을 정도. 이들이 큰소리치는 기본 논리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바로 ‘고객은 왕’.

◆ 이물질 나오면 ‘로또’… 진상 유형 셋

블랙컨슈머는 업종을 막론하고 모든 제조사, 유통업체에 골칫거리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고통을 겪는다. 정도와 대응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과거나 지금이나 소위 이물질 하나로 팔자를 고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달라진 점이라면 요구하는 보상 단가가 훨씬 커졌다는 것”이라며 “기업이 대부분 소비자 민원을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상'의 유형도 가지각색이다. 우선 돈을 내지 않으려는 목적으로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고객. 이른바 스키퍼다. 이런 고객의 특징은 행동이 매우 고의적이고 상습적이다.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메뉴 맛이 예전 같지 않다”며 돈을 줄 수 없다거나 호텔에서 체크아웃하며 “서비스가 맘에 들지 않으니 숙박비를 내지 않겠다”는 등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서울의 모 특급호텔 입구에 택시기사와 시비가 붙은 한 남성은 “이 호텔로 오기 위해 택시를 탄 것이니 호텔이 책임을 져라”라는 어처구니 없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결국 택시비를 지불한 것은 해당 호텔 총지배인이었다.

'억지 컴플레인'도 대표적인 사례다. 이 경우는 통상 컴플레인이 금품요구로 이어진다. 한 자동차부품회사는 “과속 단속에 걸렸으니 벌금 8만원을 대신 내라”는 고객 항의를 받았으나 알고 보니 고객이 데이터베이스 업데이트(갱신)를 하지 않은 경우였다.

가정파탄 책임을 홈쇼핑업체에 물은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아내 몰래 불륜을 저지르던 한 남성이 홈쇼핑을 통해 내연녀에게 줄 선물을 샀고 해당 구매 내역이 드러나면서 아내에게 불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자 이 남성은 가정이 파탄나게 됐다며 홈쇼핑업체를 상대로 막대한 배상을 요구했다.

심한 모욕감과 성희롱, 협박, 심지어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모욕감과 성희롱은 콜센터 직원들이 자주 겪는 일이다. “지금 모델이 입고 있는 속옷이 비치는데 클로즈업해서 자세히 볼 수 있나? XX 부분이 잘 안 보인다”는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거나, 직원 응대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경우 “이런 XX, 내가 맘카페 회원인데 여기 불매운동하고 언론에 제보할 거야”라는 욕설과 협박을 하는 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새 휴대전화를 구매한 한 남성은 기존 제품을 해지하고 번호 이동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2시간가량 휴대전화 사용이 불가능했던 점을 빌미로 무려 1000만원의 피해보상금을 요구했다. 급기야 해당 상담원에게 자신의 집으로 직접 찾아와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요구를 하는 일도 있었다.

대형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미흡한 서비스가 있을 수도 있고 일부 기업 과실일 수도 있지만 블랙컨슈머들의 사례는 대부분 악의적인 목적으로 분풀이하는 경우가 많다”며 “서비스 직종(백화점, 마트 등) 직원들은 하대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과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서비스직 종사자도 누군가의 어머니나 아버지고 소중한 자식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인식전환이 절실하다”며 “소소한 실수 하나로 마치 복권이라도 당첨된 것 마냥 거액의 이익을 챙기려는 생각도 고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당근 대신 채찍 드는 기업들

참다못한 기업들이 블랙컨슈머 대응 방책을 만들어 진상 고객 퇴치에 나섰다. 이전까진 기업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쉬쉬’하고 덮었지만 최근 몇년 새 정도를 넘어선 보상 요구가 급격하게 늘면서 적극적으로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백화점업계는 직원들에게 ‘고객 컴플레인 대응 매뉴얼’ 교육을 실시한다. 매뉴얼은 ▲자신의 부주의로 파손된 제품을 갖고 와 무작정 교환·환불을 요구하는 고객의 경우 일단 별도의 소비자 심의기관에 사안을 의뢰한다 ▲매장에서 폭력을 행사하거나 소란을 피우면 고객과 사원 보호를 위해 비상 연락 체제를 가동한다 ▲사진과 동영상 등 추후 대응을 위한 입증 자료를 확보한다 등 상황별 상세한 대응 지침으로 구성했다.

콜센터 상담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매뉴얼도 있다. 이마트는 고객이 상담 중 폭언과 욕설을 하면 일단 직원은 경고 멘트를 하고 그럼에도 지속되면 상담거부 ARS를 내보낸 후 재량껏 끊을 수 있다. 

서울120 다산콜센터는 폭언이나 성희롱 발언을 하는 고객에 대해 1회 경고 후 바로 상담을 종결하고 법적 조치를 취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해 상담원을 보호한다. 또 KTis도 세번 경고 후 상담원이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있는 업무 매뉴얼을 운영 중이다. SK텔레콤은 상담원에게 폭언 등을 할 경우 전화상으로 1차 경고를 하며 등록된 고객의 주소지로 내용증명을 발송해 고소·고발 조치를 취한다.

식품업계의 경우 멀쩡한 음식을 먹고도 “이물질이 들어 있었다”, “배탈이 났다”며 피해 보상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한다. 증거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따라 문제 상품과 일대일 교환, 답례품 증정 등 보상을 실시한다. 반면 문제가 없는 제품임에도 악의적으로 협박해 보상금 요구를 지속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선다.

전문가들은 고객이 무조건 왕이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입을 모은다. 왕다운 서비스를 받느냐 마느냐는 고객의 자세와 태도에 달렸기 때문. 비인격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을 '블랙'이라 부르면서도 '컨슈머'(고객)라고 존중할 수밖에 없는 기업의 비애를 한번쯤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 본 기사는 <머니S> 제554호(2018년 8월22~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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