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에 금전 요구까지… 또 그 ‘손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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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컨슈머의 행태가 도를 넘어섰다. 그들은 부당한 요구를 넘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범법행위까지 서슴지 않는다. 블랙컨슈머 문제는 단순한 소비자 불만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너무 커졌다. 손님은 어떤 기준까지 ‘왕’이어야 할까. <머니S>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블랙컨슈머의 횡포를 진단했다. 블랙컨슈머와 화이트컨슈머를 가르는 기준, 사례별 기업의 대응방안 등을 살펴봤다. 나아가 블랙컨슈머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전문가에게 들어봤다. <편집자주>


[블랙컨슈머의 악몽] ① 일탈 넘어선 범죄 ‘악성 민원’

/사진=이미지투데이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블랙컨슈머는 악성을 뜻하는 ‘블랙’(Black)과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nsumer)를 합친 신조어. ‘상습적으로 악성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일컫는다. 이를테면 특정 상품을 구입해 오랜 기간 사용하고 뒤늦게 물건에 하자가 있다고 환불·교환을 요구하거나 멀쩡한 음식물에 고의로 이물질을 넣어 보상금을 챙기려는 자들이다. 이런 행위는 기업의 서비스 비용을 늘려 궁극적으로 그 피해를 다수의 선량한 소비자에게 전가한다. 또한 사회 전반의 불신을 조장해 불필요한 사회비용을 발생시킨다.

◆‘갑질과 범죄’의 경계

블랙컨슈머는 변질이 쉬운 식료품을 표적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식료품의 변질·이물질 문제는 제조·유통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인지 구입 후 발생한 문제인지 구별하기 어렵고 상대적으로 다른 상품에 비해 더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물론 금융권 및 서비스직종도 예외는 아니다. 은행에서 다양한 대출을 받은 고객이 담당 직원에게 매일 그날의 대출 금리를 문자로 알려달라고 요구하거나 매장 직원의 실수에 ‘무릎을 꿇고 빌어라’와 같은 상식을 벗어난 횡포를 벌이는 경우도 있다.

콜센터상담원 대부분은 일부 블랙컨슈머 고객의 ‘욕설’, ‘성희롱’ 등 언어폭력에 시달린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콜센터상담사 11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5%가 ‘언어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수많은 관계자가 블랙컨슈머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경창철은 2016년 하반기 100일간 ‘갑질문화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총 6017건의 갑질사건을 적발하고 7663명을 검거했는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3352명(43.7%)을 블랙컨슈머 유형의 범죄로 입건했다. 갑질의 절반 가까이가 부당한 요구를 넘어 범법행위로 이어진 블랙컨슈머의 사례였다.

블랙컨슈머는 소비자 관련 기관을 거치지 않고 해당 기업에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제품교환보다는 과다한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거나 사회적 파장을 거론하며 언론·인터넷·SNS에 관련 사실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행태를 보인다.

이들의 행위는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다수의 선량한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힌다. 기업의 경우 입막음을 위해 블랙컨슈머에게 수십만~수천만원의 금전적 보상을 해주거나 몇년에 걸친 법적 소송으로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기도 한다. 

기업이 블랙컨슈머의 부당한 손해배상 위험을 판매가격에 포함할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소비자의 문제행동을 경험한 기업이 비슷한 유형의 정당한 소비자 불만을 잘못 인식해 선량한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업종, 상품, 서비스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블랙컨슈머, 화이트컨슈머(착한소비자), 그레이컨슈머(보통소비자)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과도한 보상금액에 대한 기준도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블랙컨슈머를 대하는 기업의 태도는 매우 조심스럽다. 자칫 언론이나 인터넷상에 블랙컨슈머가 거짓정보를 공개하면 사실 유무에 관계없이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고 이를 해결는 데 막대한 노력과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블랙컨슈머로부터 피해를 입는 빈도와 정도는 더 심각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중소기업 20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블랙컨슈머 대응실태’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83.7%가 ‘악성민원을 그대로 수용한다’고 답했다. ‘법적 대응을 통해 적극 대처한다’는 답변은 14.3%에 불과했고 ‘무시한다’는 응답은 2%에 그쳤다.

부당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선 ‘기업의 이미지 훼손 방지’(90.0%)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고소·고발 등 상황 악화 우려’ 5.3% ▲‘업무방해를 견디기 어려워서’ 4.1% ▲기타 0.6% 순으로 답했다. 블랙컨슈머가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기업의 3분의1(33%)이 ‘경영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고 답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소비자 권익이 강화되고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블랙컨슈머는 기업의 자원 집중역량을 분산시키고 생산성을 떨어뜨려 경영에 차질을 빚게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머니S 디자인팀
◆성숙한 소비문화 필요

하지만 제대로 된 대응조직을 만들어 블랙컨슈머를 상대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중소기업 51.7%는 ‘블랙컨슈머 전담부서 없이 담당자만 두고 대응한다’고 답했다. 이어 ‘전담부서를 설치해 대응한다’는 응답은 30.5% ▲‘별도 조직·인력 없이 매뉴얼에 따라 대응한다’ 12.8% ▲‘대응조직이나 대응책이 없다’ 5.0% 등으로 집계됐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블랙컨슈머는 극히 일부일 뿐이지만 이로 인해 기업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특히 중소기업의 피해가 심각하다”며 “소비자가 합리적이고 책임 있는 소비를 할 경제주체임을 인식하고 건전한 소비자문화가 정착되도록 관련 정책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블랙컨슈머가 늘어난다고 기업들이 정당한 문제제기를 하는 소비자의 목소리까지 외면해서는 안된다”며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절차를 투명하게 처리하고 잘못이 있으면 공개적으로 사과한 후 보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업에게 이득이 될 것이다. 소비자도 성숙한 소비문화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4호(2018년 8월22~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sense83@mt.co.kr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제약·의료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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