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43%)-빈부격차(35%) 털고 '업그레이드 코리아'

[업그레이드 코리아] ① '갈등의 대한민국'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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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이면에는 대다수 국민이 주거불안이나 교육불평등, 성차별로 고통받는 현실이 있다.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과 이를 지지한 국민 주도의 촛불혁명이 역사적인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대립과 반목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갈수록 커지는 빈부격차는 계층간 갈등을 초래하고 사회불안을 키워 ‘갈등사회’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지금 대한민국은 자본주의가 정착됐음에도 담론은 과거 경제개발시대에 머무는 전환기를 거치고 있다. 이는 결국 사회·정치적 의사소통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머니S>가 창간 11주년을 맞아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서 불거진 갈등 요인을 짚고 그 해법을 모색했다. <편집자 주>

[업그레이드 코리아] ① ‘갈등의 대한민국’ 해법은?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 3364만원, 연간 수출액 5737억달러.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갖춘 나라다. 세계 경제와 문화의 중심 뉴욕을 가도 한국산 스마트폰을 손에 든 외국인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대내적으로는 무상공교육 보편화, 기초생활 보장 등 복지가 정착한 지 오래다. 그러나 이런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대다수 국민이 여전히 주거불안이나 교육불평등, 성차별로 고통받는 현실이 있다. 갈수록 커지는 빈부격차는 계층간 갈등을 초래하고 사회불안을 키워 ‘갈등사회’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갈등사회는 자본주의가 고도화할수록 빈부격차가 줄어들기는커녕 자본 자체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이 늘어난 결과다. 해외여행 가서 돈을 펑펑 쓰기는 좋은데 서울에 자리잡고 살기는 힘든 나라가 됐다. 문제는 정부의 복지정책도 모든 국민이 잘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조금 형편이 나은 사람에게서 세금을 더 걷고 자본축적을 막는 방식을 벗어나지 못해 계층간 혐오를 조장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금 대한민국은 자본주의가 정착됐음에도 담론은 과거 경제개발시대에 머무는 전환기다. 이는 결국 사회·정치적 의사소통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으며 우리는 낡은 환상에서 벗어나 무거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머니S>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리서치기업 두잇서베이와 공동으로 ‘업그레이드 코리아’를 위한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한국 정치·경제·사회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앞으로 더 나은 대한민국으로 발전하려면 어떤 정책적 노력과 국민의식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사진=뉴스1

◆'부패·분열' 심각… 남북관계 개선 기대

프랑스 학자 기소르망 전 파리정치학교 교수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한 강연을 통해 “한국사회의 분열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은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며 변화의 시작단계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2016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작해 전세계가 주목한 촛불혁명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정권교체와 경제·사회분야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여전히 정치는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기득권층의 부패와 비리도 끊이지 않는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문제의식이 그대로 나타났다. ‘한국정치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1855명(49.4%)이 ‘보수의 부패·분열’이라고 답변했다. 그 뒤를 이어 ▲집권세력의 독선 18.5% ▲지역기반 정당정치 13.2% ▲이념갈등 9.5% ▲대통령 집중 권력구조 9.4% 등의 답변도 많았다.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점수를 묻는 질문에는 70~79점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1208명(32.2%)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80~89점 22.6% ▲60~69점 18.5% ▲60점 미만 16.8% ▲90점 이상 10.0% 순이었다.

문재인정부 국정운영의 아쉬운 점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1546명(41.2%)이 경제정책이라고 답했다. 이어 ▲적폐청산과 남북관계에 집중됐다 26.9% ▲반기업 친노동 정책이 마음에 안든다 12.9% ▲전반적으로 아쉽다 10.3% ▲융통성이 부족하다 8.7% 등의 의견도 있었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30대 직장인 김솔이씨(가명)는 “현정부의 국정운영 성과를 높게 평가하지만 지금 우리사회가 겪는 이념갈등이나 분열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언제든 끌어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인 답변이 나왔다. 현재 시점을 남북관계의 대전환기라고 보는 응답자가 1405명(37.4%)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 4월 성사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은 국민들에게 오랜 분단과 대립을 끝내고 평화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희망을 안겨줬다. 남북 정상이 손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은 전세계로 중계되며 이목을 집중시켰을 뿐 아니라 북미 정상회담과 비핵화협정의 첫발을 떼는 역사적 성과도 거뒀다.

이와 더불어 ▲외형은 요란한데 실속은 없다 27.2% ▲무분별한 북한지원을 자제해야 한다 16.7% ▲비핵화를 진전시킬 교류확대가 필요하다 10.5% ▲통일이 다가온 것 같다 8.2% 등의 의견도 있었다. 기소르망 전 교수는 북한문제와 관련 “한국인들은 통일에 대한 시각이 서로 다른데 국가적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외국인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인은 사회발전이 아닌 현상유지를 원한다”고 비판했다.
/사진=머니투데이

◆최저임금·주52시간 '국민적 지지'

경제분야에서는 많은 응답자가 경제성장보다 국민의식 제고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성장시대가 다시 오기 힘든 상황에서 미국이나 유럽, 일본같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소득증대와 세금인상, 복지확대 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대한민국이 경제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항목으로 ▲국민 의식수준 제고 29.1% ▲소득주도 성장 23.8% ▲세금인상과 복지확대 21.4% ▲기업규제 철폐 16.1% ▲외교력 강화 9.7% 등을 꼽았다.

올해 경제분야 최대 화두였던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응답자 절반 이상인 2087명(55.6%)이 ‘동의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전적으로 동의한다 18.4% ▲반대하지만 언젠가 가야할 지향점이다 11.5% ▲반대한다 10.5% ▲중립 4.0% 순으로 응답자가 많았다.

주52시간 근무제의 경우 가장 많은 2001명(53.3%)이 ‘동의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답했고, 이어 ▲전적으로 동의한다 21.9% ▲반대하지만 언젠가 가야 할 지향점이다 9.1% ▲반대한다 9.0% ▲중립 6.7% 순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이 유사한 응답률을 보인 점도 눈에 띈다. 둘 다 근로자의 권익신장을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대체로 동의하거나 반대하더라도 우리사회가 가야 할 지향점이라는 데 80% 이상의 절대다수가 공감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설문결과에서 나타났듯 문재인정부의 소득분배 정책은 고용부진과 빈부격차를 키워 정책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지난 8월 통계청 조사 결과 올 2분기 소득하위 20%의 한달 평균소득은 132만4900원, 소득상위 20%는 913만4900원으로 두 계층간 소득격차가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에 대해 “시장과의 소통과 호흡이 중요하므로 국회와 의논해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머니투데이

◆'성차별·불평등' 상시갈등 해소해야

촛불집회가 우리사회에 일으킨 변화는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 광화문광장은 정치분야를 넘어 대한항공 오너가의 갑질논란, 남성의 성폭력에 대항하는 미투(Me Too)운동, 페미니스트 집회 등의 장으로 이용되면서 특정집단의 목소리를 사회에 전달하는 상징이 됐다.

이처럼 사회갈등이 확산된 것은 새로운 시대로 가는 불가피한 과정이지만 그만큼 큰 부담이다. 설문 응답자들은 한국사회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로 ▲기득권의 부패·비리 42.9% ▲계층·지역별 빈부격차 35.1% ▲사회 각 분야 갑질논란 15.2% ▲성차별 3.5% ▲세대갈등 3.2% 등을 꼽았다.

가장 심각한 사회현상은 ‘맘충·급식충·급여충·틀딱충’ 등 혐오문화를 꼽은 사람이 1792명(47.7%)으로 가장 많았다. 혐오문화는 사회 전체계층을 혐오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편가르기와 반목을 유발하는 새로운 사회문제다. 응답자들은 ▲남성 우월주의 20.0% ▲페미니즘 19.9% ▲다문화 8.1% ▲성소수자 4.3% 등도 사회문제로 꼽았다.

청와대 청원이 급증하고 인터넷 댓글이 활발한 현상에 대해서는 ▲매스컴의 과잉보도 32.4% ▲사회불안감 확산 21.7% ▲개인주의 18.0% ▲사회약자의 권리신장 15.2% ▲소수집단의 발언권 확장 12.7%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김문조 고려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서울시 주최로 열린 갈등포럼에서 “양극화가 부른 사회적 단절과 불평등의 심화는 상시적 갈등시대를 가져왔다”며 “국민의 자존감을 회복시켜 사회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는 화해적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한편 이번 설문을 통해 주소비계층의 트렌드도 분석해볼 수 있었다. 응답자들은 가장 공감하는 소비트렌드로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41.6% ▲욜로(You Only Live Once) 22.1% ▲미니멀라이프(최소한의 소비를 추구) 15.2%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 14.1% ▲한탕주의 7.0% 등을 꼽았다.

로또나 투기 등 한탕주의를 선호하는 응답이 제일 적은 반면 소박한 소비를 즐기는 소확행, 미니멀라이프, 가심비가 인기를 끌고 ‘인생은 한번뿐’이라는 의미의 욜로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이번 설문조사의 응답자 중 대다수인 2030이 경제적 불평등과 한계를 일부분 극복하고 ‘풍요 속의 빈곤’을 사는 세대로 성숙했음을 보여준다.

설문조사 어떻게 진행됐나

설문 응답자는 총 3754명으로 14~85세의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했다. 인터넷 이메일과 SNS 등을 이용해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는 지역별로도 고른 분포를 나타냈다.

<설문 응답자 정보>
▲성별: 여성 2237명, 남성 1517명
▲나이: 10대 98명, 20대 963명, 30대 1276명, 40대 899명, 50대 393명, 60대 105명, 70대 17명, 80대 3명
▲지역: 서울 1078명, 경기 833명, 인천 262명, 강원 70명, 대전 120명, 충남 107명, 세종 1명, 충북 86명, 부산 256명, 울산 69명, 경남 185명, 대구 211명, 경북 141명, 광주 133명, 전남 71명, 전북 107명, 제주 24명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558호·5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해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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