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문화, 가장 심각한 사회현상" 48%… 해결고리는?

[업그레이드 코리아] ④ '갈등의 사회' 청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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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이면에는 대다수 국민이 주거불안이나 교육불평등, 성차별로 고통받는 현실이 있다.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과 이를 지지한 국민 주도의 촛불혁명이 역사적인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대립과 반목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갈수록 커지는 빈부격차는 계층간 갈등을 초래하고 사회불안을 키워 ‘갈등사회’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지금 대한민국은 자본주의가 정착됐음에도 담론은 과거 경제개발시대에 머무는 전환기를 거치고 있다. 이는 결국 사회·정치적 의사소통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머니S>가 창간 11주년을 맞아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서 불거진 갈등 요인을 짚고 그 해법을 모색했다. <편집자 주>

[업그레이드 코리아] ④ ‘갈등의 사회’ 청산하자


‘촛불’로 모인 국민이 저마다 다른 이유로 광화문광장에 다시 선다. 사회 갈등구조가 복잡해지면서 특정집단을 배제시키는 혐오문화가 확산되고 사회구성원 전체가 자신과 타인을 다른 부류로 규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비혼자가 아이엄마를 미워하는 ‘맘충’ 혐오, 젊은 세대가 노인을 공경하지 않는 ‘틀딱’(틀니 딱딱) 혐오, 기성세대가 청소년을 미워하는 ‘급식충’ 혐오, 학생이 회사원을 비하하는 ‘급여충’ 혐오 등이다.

이런 개개인의 갈등은 ‘묻지마 범죄’로 이어졌다. 2016년 여성이 자신을 깔본다는 이유로 행인을 살해한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은 여성혐오에 저항하는 움직임을 촉발하며 ‘미투(Me Too)운동’에 영향을 미쳤다.

성을 불문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질문화’도 청산과제다. 최근 광화문광장은 정치분야를 넘어 대기업 오너 갑질에 대한 반발 등 특정집단의 목소리를 사회에 전달하는 ‘외침의 장’이 됐다.

여기에 예멘 난민수용 문제까지 더해져 지금 우리 사회는 성 갈등, 계층 갈등, 국경 갈등이 복합적으로 뒤얽힌 폭발 직전의 상태다. 사회갈등이 빠르게 확산되는 데는 매스컴 보도가 많아지고 인터넷 댓글, SNS, 청와대 국민청원 등 의견교류의 창구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이는 다른 시각에서 보면 불통으로 인한 갈등을 소통으로 풀 수 있다는 긍정적 신호다. 물론 이것은 불가능해 보이는 현실 앞에 마주하는 힘든 과정이자 싸움이 될 것이다.
/사진=머니투데이

'성·계층·다문화'… 커지는 사회갈등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심판한 촛불집회는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일으키며 균열을 드러냈다. 암묵적으로 용인되던 사회관습이 문제시되며 갈등구조가 복잡다단해지자 ‘갈등사회’라는 말도 생겨났다. 갈등의 영역이 정치에서 사회로 이동하며 나타난 균열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적으로 같은 입장을 취하던 사람들의 생각이 젠더나 난민 문제 등의 영역에서 다원화·구체화됐다”면서 “단순한 진영의 균열을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사회갈등이 확산된 것은 새로운 시대로 가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지만 그만큼 부담이 적지 않다. <머니S>가 창간 11주년을 맞아 리서치기업 두잇서베이와 공동으로 ‘업그레이드 코리아’를 위한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들은 우리 사회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로 기득권의 부패·비리(42.9%)와 계층·지역별 빈부격차(35.1%)를 가장 많이 꼽았지만 사회 각 분야 갑질논란(15.2%), 성차별(3.5%), 세대갈등(3.2%) 등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체없는 두려움이 혐오문화로

요즘 SNS를 보면 갑자기 숨이 멎을 듯 고통스러워 병원이나 신경정신과를 찾는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직장상사 때문에, 사회 일각의 어두운 소식 때문에, 인생의 든든한 버팀목인 가족의 불화 때문에…. 많은 사람이 경제적으로는 먹고살 만해졌다고 느끼면서도 여전히 행복하지 않다.

이런 우울증은 ‘특별한 이유 없이 불안한 공황장애’로 이어진다. 대한불안의학회 자료에 따르면 공황장애 환자가 2010년 약 5만명에서 지난해 약 14만4000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갈등사회에 만연한 분노와 반목은 이유없는 불안에서 오는 두려움의 표출이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30대 직장인 김유리씨(가명)는 “최근 주말 서울역에서 난민 반대집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궁금해서 가봤는데 이슬람에 대한 혐오나 난민 범죄에 대한 분노 등은 이해할 수 있지만 난민이 우리 생계를 위협하고 성폭행할 것이라는 실체없는 두려움에는 공감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설문에서도 가장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혐오문화를 꼽은 사람이 1792명(47.7%)으로 가장 많았다. 혐오문화는 일부 공공의식이 결여된 소수의 비뚤어진 의식과 행동에 대한 편견을 집단 전체로 확대시키는 풍조를 낳았다. 또 응답자들은 남성 우월주의(20.0%), 페미니즘(19.9%), 다문화(8.1%), 성소수자(4.3%) 등을 사회문제로 꼽았다.

사회갈등의 원인에 대해서는 매스컴의 과잉보도(32.4%) 때문이라는 응답이 많았지만 사회불안감 확산(21.7%), 개인주의(18.0%), 사회약자의 권리신장(15.2%), 소수집단의 발언권 확장(12.7%) 등도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갈등사회, 어떻게 풀 수 있나

그렇다면 사회갈등은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사회학자 김문조 고려대 명예교수는 여러 강연에서 “각종 부조화로 사회적 가성비가 떨어진 한국 사회를 재조화(Rematching)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경제적 고성장을 넘어 국민 욕구를 반영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는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국민 각자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방안-사회문제와 사회통합’ 보고서는 경제적 불평등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갈등을 관리하는 제도와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보고서는 또 이념갈등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는 건전한 정치발전의 계기지만 우리 사회는 일상의 사소한 갈등이 이념갈등으로 증폭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2016년 정치적 혼란기를 지나면서 앞으로 이런 갈등이 차츰 해소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도 내놓았다.

차혜령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변호사는 “미투운동의 경우 관행과 인식의 변화를 기대하고 내버려두기에는 2차피해 문제가 심각하다”며 “지침을 만들고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갈등사회는 가치 전환의 시대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민주주주의 근간인 다원주의를 위협한다. 갈등을 방치하지 말고 중재하는 정치가 구현돼야 한다. 복잡한 갈등을 어떻게 잘 조정하느냐에 민주주의의 미래가 달렸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558호·5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해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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