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고 나누고… '빈집'의 화려한 재탄생

[빈집 쇼크] ③ 도심 빈집, 이렇게 활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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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스] 빈집. 우리 사회가 마주한 골칫거리다. 주택 공급과잉, 재산권을 둘러싼 공공과 개인의 갈등이 얽히고 설키며 초래한 문제다. 저성장·저출산·고령화와 같은 인구사회학적 문제도 빈집 양산을 부추긴다. 지난해 전국 빈집은 126만호를 넘어섰다. 내집 마련의 꿈은 멀기만 한데 남아도는 집이 널린 사회. 이른바 '빈집 쇼크'가 한국사회를 병들게 한다. <머니S>가 빈집 현상을 진단하고 현장을 찾아 빈집 활용 방안 등을 알아봤다.<편집자주>[소박스]

[빈집 쇼크] ③ 도심 빈집, 이렇게 활용하라

빈집은 농촌의 폐가나 지방의 미분양아파트 등 유형이 다양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도심의 빈집이다. 그러나 도심 빈집은 기회이기도 하다. 수도권 인구집중으로 주택 수급불균형이 심각한 가운데 빈집은 도심의 주거난을 해결하는 열쇠다.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은 도심의 빈집을 적극 활용한다. 국내에서도 임대주택, 여성쉼터, 공유숙박 등으로 빈집을 개조하는 사업이 확산되고 있지만 낮은 수익성 등으로 아직까지 큰 성과가 없다..

사례①: 서울 빈집 청년임대 프로젝트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한 낡은 단독주택. 몇년 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쓰레기더미가 쌓이던 집이 2016년 두달간의 수리 끝에 ‘청년 셰어하우스’로 다시 태어났다. 보증금 500만원, 월세 20만~25만원을 내면 입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으로 한달 35만원 이상인 주변시세보다 낮다.

서울시와 사회적기업이 방치된 빈집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개조하는 사업은 주거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주택뿐만 아니라 청년 창업공간, 커뮤니티시설 등으로도 활용하는 ‘빈집 프로젝트’다.

셰어하우스 생활 6개월차인 대학생 김유연씨(20·가명)는 “처음에는 여러명이 생활하는 게 불편했지만 차츰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되고 서로 정보교류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며 “무엇보다 주변 고시원보다 싼 값에 넓은 방과 거실, 주방을 가진 것이 꿈만 같다”고 했다.

올해 서울시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을 통과시켜 사업대상을 더 넓힐 수 있게 됐다. 그동안은 집주인이 매각을 거부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지속적으로 방치된 빈집의 경우 서울시 권한으로 강제철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SH서울주택도시공사는 빈집뱅크를 구축하기로 했다. 빈집 주인과 사용자를 중개해주는 시스템으로 사업지 선정과 리모델링, 임대업무를 맡는다.

하지만 빈집사업은 수익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주변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운영하다 보니 서울의 오르는 땅값을 계산하면 민간에 매각하거나 재개발을 기다리는 게 더 이득이다.

이에 정부는 빈집을 팔아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는 토지연금제도도 도입했다. 빈집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팔면 매각대금을 연금으로 받는 방식이다. 원금이 1억원이라고 가정하면 10년형, 기대이율 2.66%를 적용할 때 매달 94만6463원을 받을 수 있다. 부산 일부지역에 시범사업을 도입한 상태라 사업성과는 더 지켜봐야 한다.
/사진제공=다자요

사례②: ‘헌집 줄게 새집 다오’ 두꺼비하우징

직장인 오한진씨(가명)는 4년 전 원룸생활을 청산하고 서울 은평구 증산동의 넓은 정원이 있는 2층 단독주택으로 이사했다. 이 집에는 오씨를 포함한 일곱식구가 모여 산다. 방은 각자 쓰고 거실과 주방, 욕실 등을 공유한다.

이 집은 원래 수년간 방치된 낡은 빈집이었다. 그런 집을 ‘사람 사는 곳’으로 변화시킨 건 두꺼비하우징의 빈집 프로젝트다.

두꺼비하우징은 2011년 은평구가 설립한 사회적기업이다. 낡은 빈집을 보수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을 벌여 집주인에게 낮은 금리로 수리비를 빌려주고 청소년 게스트하우스, 성폭력 피해여성을 위한 쉼터 등으로 운영했다.

지난해까지 빈집 11개가 두꺼비하우징의 손을 거쳐 새집으로 태어났다. 전체 입주자는 100여명이다.

사례③: 제주도 빈집 꾸며 ‘공유숙박’

도시재생 스타트업 ‘다자요’는 글로벌플랫폼 ‘에어비앤비’를 통해 제주도의 빈집 두곳을 공유숙박시설로 재탄생시켰다. 다자요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유치해 빈집을 리모델링했다.

다자요의 빈집 프로젝트는 빈집을 재생하는 것 외에도 폐가로 인해 침체된 동네를 활성화한다는 목적이 있다. 제주도에는 빈집이 2만5000여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빈집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태어난 대표사례는 ‘도순돌담집’이다. 도순돌담집은 100년 넘은 가옥으로 오랜 시간 사람이 살지 않았다. 지금은 외국인관광객이 찾는 ‘핫한’ 게스트하우스가 됐다.

남성준 다자요 대표는 “낡은 집을 철거하고 짓는 다세대주택이나 수익을 담보하는 고층빌딩만 세우는 개발지향적 사고를 벗어나자는 뜻에서 일을 시작했다”며 “유휴자산을 재생하고 오래된 가치를 살리면서 공공의 이익을 얻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전 용두동 빈집 안전울타리. /사진=뉴시스

[소박스] 선진국의 빈집 활용방안
해외 대도시도 빈집을 적극적으로 관리한다. 영국은 1년 반 이상 방치된 빈집을 보수하면 지자체가 비용의 절반을 내준다. 프랑스 파리는 빈집을 평균 임대료의 80% 수준으로 빌려주는 사업을 운영한다. 이웃나라이자 빈집대국 일본은 2013년 도쿄의 빈집이 81만7000가구(전체주택의 11%)에 달하자 빈집을 노인 공동체시설로 썼다.

일본 정부는 보수비용을 지원하는 대신 화재 위험이 높은 빈집을 지자체가 강제철거할 수 있도록 했다. 시가현에서는 빈집 주인과 입주자를 연결해주는 빈집뱅크를 운영한다. 지자체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빈집 정보를 올리면 입주를 희망하는 사람이 신청할 수 있다. 이런 시도가 일본 전역에 확산돼 빈집을 리모델링하고 청년에게 임대하는 사업이 활발히 진행됐다.

또 18세 이하 자녀를 키우는 가구나 60세 이상 고령자 등이 빈집에 입주하면 월세를 최대 4만엔(약 41만원) 지원하는 제도도 있다. 일본정부가 이처럼 빈집사업에 적극적인 이유는 임대주택을 새로 짓는 것보다 빈집을 활용하는 게 비용 부담이 적어서다. 일본에서는 빈집이 강제철거되는 것을 막으려고 집주인이 월 5000~1만엔을 내고 관리를 맡기는 ‘빈집 서비스업체’도 생겨났다. [소박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6호(2018년9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해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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