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논바닥 가운데 '외딴 섬'… 여기저기 '빈집'

[빈집 쇼크] ② 수요 없이 ‘우후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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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우리 사회가 마주한 골칫거리다. 주택 공급과잉, 재산권을 둘러싼 공공과 개인의 갈등이 얽히고 설키며 초래한 문제다. 저성장·저출산·고령화와 같은 인구사회학적 문제도 빈집 양산을 부추긴다. 지난해 전국 빈집은 126만호를 넘어섰다. 내집 마련의 꿈은 멀기만 한데 남아도는 집이 널린 사회. 이른바 '빈집 쇼크'가 한국사회를 병들게 한다. <머니S>가 빈집 현상을 진단하고 현장을 찾아 빈집 활용 방안 등을 알아봤다.<편집자주>


빈집이 넘치는 경기도 광주의 한 빌라 단지. /사진=김창성 기자
[빈집 쇼크] ② 수요 없이 ‘우후죽순’

서민은 내집 마련이 평생의 꿈이다. 하지만 빈집은 넘쳐나는데 살 집을 못찾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진다.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된 이른바 ‘빈집 쇼크’ 얘기다. 지난달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인구주택총조사 전수집계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 주택은 1712만가구. 이 중 사람이 아예 살지 않는 빈집이 120만가구며 텅 빈 아파트도 67만가구나 된다.

우리 주변에서도 빈집을 쉽게 볼 수 있다. 경기도 광주 신현리·능평리 일대에 들어선 빌라촌과 용인에 지어진 브랜드아파트단지가 대표적인 수도권 빈집이다. 그곳에 가보니 빈집이 생기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농촌에 ‘우후죽순’ 빌라촌 - 경기도 광주

“이사 온 걸 후회해요. 출퇴근도 힘들고 동네가 너무 휑해요.” (빌라 입주민 A씨)
“서울보다 집값은 싼데 빈집이 많다니 꺼려집니다.” (빌라촌 방문객 B씨) 

“이 정도 가격에 이런 평면 찾기 어려워요.” (공인중개업자 C씨)
“동네 빌라에서 전원생활을 누려보세요.” (공인중개업자 D씨)

한동네를 바라보는 너무도 상반된 평가. 경기도 광주시 신현리·능평리의 빌라촌을 두고 나온 얘기다. 입주민과 집을 보러 온 방문객은 후회와 우려를 나타냈지만 지역 공인중개업소는 비즈니스에 여념이 없었다. 신현리는 위치상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와 1㎞, 판교와는 5㎞ 남짓 떨어진 곳이고 능평리는 이보다 2㎞ 정도 더 멀다.

신현리·능평리 빌라촌은 산과 하천에 둘러싸인 자연환경에 거주여건이 쾌적하다. 또 분당구와 판교 중심까지 차로 30분 정도밖에 안걸려 생활편의시설을 이용하기 좋다.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깔끔한 빌라촌인 이곳은 겉으로 보기에 아무 문제가 없지만 수도권의 대표적인 빈집 밀집지역이다. 왜일까.

신현리 E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지역(능평리 포함) 55~105㎡의 빌라 시세는 2억~3억원. 비싼 서울 집값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다. 문제는 그게 다라는 점이다.

거리상으로 분당, 판교 등과 가깝지만 대중교통이 부족하고 배차 간격도 길다. 한번 나왔다 들어가는 데 상당한 시간을 허비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30분 정도 걸리지만 이는 교통체증이 없을 때 얘기다.

빌라촌의 주 진입로인 태재로·서현로는 분당·판교를 비롯해 43번 국도를 잇는 도로로 평소 출퇴근 차량, 관광객, 인근 골프장 이용객 등이 몰리는 상습 정체구간이다. 최근 평일 낮에 이곳을 방문했을 때도 분당에서 빌라촌을 진입하는데 차가 막혀 40분 이상 걸렸다.

수요가 없고 우후죽순 빌라만 잔뜩 들어서 가격상승 기대감이 낮은데도 여전히 빌라 공사가 한창이라 스스로 빈집을 늘리는 형국이다.
공사가 덜 끝난 한숲시티 내 중학교. /사진=김창성 기자
◆브랜드아파트도 ‘텅텅’- 경기도 용인

용인에도 빈집이 넘친다. 광주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빌라라면 용인의 빈집은 내놓기만 하면 완판된다는 대형건설사의 브랜드아파트다.

용인시 성복역 인근의 성복 힐스테이트와 성복 자이가 대표적이다. 일레븐건설이 시행하고 현대건설·GS건설이 시공한 이 단지는 각각 3개 단지 2157가구, 2개 단지 1502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입주한 지 8~9년 됐지만 여전히 100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단지 중앙에는 분양홍보관이 남아 ▲20% 할인분양 ▲취득세 50% 특별지원 등을 앞세워 집주인 찾기에 나섰지만 시장은 요지부동이다. 앞선 광주 빌라촌과 달리 대형사의 브랜드아파트인 데다 인근에 고속도로와 전철역이 있어 교통편이 편리하고 단지별로 생활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오랜 기간 미분양으로 남은 게 의아할 정도다.

이에 대해 현지 F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곳의 미분양은 168~211㎡ 크기의 대형면적”이라며 “가격도 서울보다 싼 7억~9억원이지만 최근 수요가 중소형 면적에 집중돼 대형건설사의 아파트임에도 집주인 찾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대림산업의 용인 한숲시티도 빈집이 늘어날 조짐이다. 분양 당시 단지가 산·논·밭뿐인 허허벌판에 들어선 데다 용인·화성·오산 등 주변 번화가와의 거리가 10㎞ 이상 떨어져 접근성이 나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아직도 개선되지 않아서다.

분양 초기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딛고 전체 6700여가구 중 현재 180여가구만 빈집으로 남았지만 이미 입주한 이들이 최근 매물을 쏟아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지 G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미분양은 거의 해소됐지만 입주시점까지 교통·학군·편의시설이 미비하다 보니 집주인들이 프리미엄도 포기하고 집을 내놓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입주민 H씨는 “고민 끝에 입주했지만 편의시설도 부족하고 시내에 한번 나가려면 시간도 너무 오래 걸려 다시 집을 내놓을까 고민”이라며 “빈집이 속출하고 사람들이 꺼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씁쓸해 했다.

단지를 찾은 방문객도 한숲시티에 대해 혹평했다. 방문객 G씨는 “서울보다 집값이 싸다고 해서 보러 왔는데 논바닥 한가운데 마치 외딴 섬처럼 들어서 있어 실망했다”며 “이정표가 없어서 내비게이션 없으면 찾아오기도 어렵다. 이나마 분양이 된 게 신기할 정도”라고 고개를 저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6호(2018년 9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solrali@mt.co.kr

머니S에서 건설·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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