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시대, 마주 보고 서로를 인정하세요”

[업그레이드 코리아] ⑤ ‘갈등 해결사’ 2인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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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이면에는 대다수 국민이 주거불안이나 교육불평등, 성차별로 고통받는 현실이 있다.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과 이를 지지한 국민 주도의 촛불혁명이 역사적인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대립과 반목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갈수록 커지는 빈부격차는 계층간 갈등을 초래하고 사회불안을 키워 ‘갈등사회’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지금 대한민국은 자본주의가 정착됐음에도 담론은 과거 경제개발시대에 머무는 전환기를 거치고 있다. 이는 결국 사회·정치적 의사소통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머니S>가 창간 11주년을 맞아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서 불거진 갈등 요인을 짚고 그 해법을 모색했다. <편집자 주>

[업그레이드 코리아] ⑤ ‘갈등 해결사’ 2인의 해법

 
우리는 갈등의 시대에 살고 있다. 세대와 이념은 물론 계층, 가치관, 성별 등을 둘러싼 다양한 가치관이 첨예한 갈등을 빚는다.

<머니S>가 리서치기업 두잇서베이와 공동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우리나라 정치·경제·사회의 문제로 ‘갈등’을 꼽았다. 정치분야에서는 이념갈등(9.5%), 사회분야는 세대갈등(3.2%)을 지목했다. 우리나라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이 3364만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국민들이 서로 화합하고 소통함으로써 이뤄지는 질적 성장은 이루지 못한 셈이다.

역대 정부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2000년), 사회통합위원회(2009년), 국민대통합위원회(2013년)를 설치해 사회 각계각층의 화합과 통합을 위한 정책을 쏟아냈고 비영리단체와 함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지난달 28일 갈등해결 전문가인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과 이희진 한국갈등해결센터 이사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만나 우리 사회의 갈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들어봤다.
박태순사회갈등연구소장/사진=임한별 기자
- 갈등만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해결하는 센터가 생소하다. 어떤 일을 하는가.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이하 박 소장) : 사회갈등연구소는 우리사회 갈등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참여정부 때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갈등관리위원으로 일하면서 우리 사회에도 갈등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006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갈등전문연구소를 설립했고 지금은 갈등조정 전문가들을 배출하는 갈등조정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이희진 한국갈등해결센터 이사(이하 이 이사) : 갈등해결학 학위나 전문과정을 이수한 전문가들이 기업과 공공기관, 학교, 가정 등 삶에서 벌어지는 갈등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모였다. 이번달에는 이웃갈등해결 전문가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세종시 도시분쟁조정위원, 수원시 시민소통기획관, 노무사회 조정중재단 소속 강사진이 나서 이웃갈등 해결방법을 알려준다. 센터에서 갈등관리사 (민간)자격증을 따면 기업이나 단체에서 노사관리자, 컨설팅 전문가로 일하면서 도움을 줄 수 있다.

-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회갈등지수는 OECD 29개국 중에서 7위로 매우 높은 편이다. 현장에서 느낀 심각성은 어느 정도인가.

▶박 소장 : 매주 광화문광장에서 이해단체들의 집회가 열릴 만큼 사회갈등 문제가 심각하다. 갈등 해결능력을 가진 개인을 찾아보기 어려워 대다수 소송이나 법적으로 갈등을 푸는 실정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원만하게 갈등을 해결하려면 법적 처리 외에 국회를 통한 해결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이 마련됐으나 대통령령으로 사회적 영향력과 규제가 약한 상태다. 갈등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 이사 : 최저임금 도입, 국민연금 개편 등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이해관계자의 갈등이 커지는 이유는 다양한 사회계층의 목소리를 정책 결정에 반영하지 않아서다. 특히 사회 취약자로 불리는 서민·소외계층를 세밀하게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해 정권교체 후 새로운 정책이 쏟아졌지만 사회 취약자들의 니즈가 반영되지 않아 갈등이 더 커지고 있다. 정부는 새정책의 효과를 기대하기 전에 파열음을 잠재울 충분한 준비기간을 가져야 한다. 국민과 기업, 사회, 정부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려면 말이다.
이희진 한국갈등해결센터 이사/사진=이남의 기자
- 정부는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적 대안을 도출하는 ‘공론조사’를 도입했다. 두번의 공론작업을 거친 신고리 5·6호 공사재개와 대입제도 개편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 이사 : 지난 6월부터 3개월간 대입제도개편 공론화 위원으로 참여했다. 2022년 대입제도 개편에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공정성, 중립성, 책임성, 투명성을 원칙으로 학부모, 학생, 교원, 입시전문가, 대학입학관련자, 교육전문가 등 다수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또 490명의 시민참여단을 선정해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대국민 조사도 진행했다. 대입제도 개편에 국민이 충분히 의견을 내놓는 기회가 생겨 긍정적으로 본다. 아직은 시민참여단 선정의 어려움, 선거여론조사 기법활용의 한계, 공론화위원회에 대한 법적 기반 등의 문제가 있다. 하지만 공론화는 결과보다 과정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정부의 정책결정에 국민들이 참여할 기회가 생긴다면 대립하고 갈등하는 문화가 사라지고 깊게 생각하고 충분히 의논하는 대화의 장이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

▶박 소장 :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번 대입제도 공론화는 심각한 오류와 한계를 지녔고 공론화 실패의 전형이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여부 논의와 이번 대입제도 개편 공론조사에서 전문가와 시민참여단은 치열하게 대립했다. 사회갈등을 최소화하고 사회통합적 의사결정을 목표로 하는 공론화의 의미를 달성하지 못했다. 다수결에 기반한 공론조사는 국민의 의사를 명확히 확인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두 안건처럼 이해관계의 지속적인 대립과 갈등이 발생한 경우 정부가 정책을 선택하는 데 명분을 확보할 뿐 사회갈등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두번의 공론화를 통해 공론화 원칙, 기획과 설계, 시민참여단 조사방식 등을 재검토하고 반성적인 성찰을 통해 더 나은 공론조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 현대인이 가정과 직장, 사회에서 갈등을 해결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박 소장 : 우리 사회는 갈등이 심화될 때마다 ‘어떻게 해결할까’보다는 ‘어떻게 하면 반대 진영을 이길까’에 초점을 맞춘다. 갈등이 불거진 문제를 바라볼 때 현실적인 측면보다 이념적이고 관념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성향이 강한 것이다. 따라서 나 자신부터 갈등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보자. 타인의 생각과 가치를 인정하고 더불어 살기 위해 서로를 인정하고 마음을 나눌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이사 : 서로가 마주해야 한다. 갈등이 더 심각해질까 염려하기 전에 오해의 골을 풀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보다 내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들여다볼 시간도 가져보라.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하다면 무료로 상담해주는 단체의 문을 두드려보자. 타인과 관계를 회복하고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소통이 무엇인지 아는 시간이 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558호·5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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