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밖은 위험해"… 당신도 홈족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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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이 집에 빠졌다. 이들은 집을 꾸미고 집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집에서 여가를 보내는 이른바 ‘홈족(Home族)’의 탄생이다. 홈족은 집에서 운동을 하는 홈트족, 집에서 피부를 가꾸는 홈뷰티족, 집에서 커피를 마시는 홈카페족 등 무한하게 확장되고 있다. 홈족의 유형과 이들의 탄생 배경을 들여다보고 홈족에게 필요한 아이템을 정리해봤다. <편집자주>


[홈족의 탄생] ① 홈트·홈카페…현대인의 놀이터가 된 '집'

/사진=이미지투데이

#1. 사회초년생 장수혁씨(28)의 취미는 셀프 인테리어다. 그는 6평 남짓의 자취방 안을 가구와 소품들로 꾸미는 재미에 푹 빠졌다. 6개월 전 첫 월급으로 소파베드를 구매한 게 시작이었다. 그는 “인테리어에 큰 돈을 쓰기는 어렵지만 변화를 자주 준다”며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조용히 시간을 보낼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밝혔다.

#2. 생후 8개월 아들을 둔 이지희씨(33)는 복직을 앞두고 5kg을 감량했다. 그의 다이어트를 도운 트레이너는 바로 유튜브다. 거실에 요가매트를 펴고 유튜브에 접속하면 순식간에 PT 수업이 펼쳐진다. 그는 “육아로 인해 운동을 다닐 여유가 없었는데 ‘홈트(홈 트레이닝)’를 알게 됐다”며 “짧게는 10분, 길게는 1시간짜리 영상으로 운동하는데 시간적·금전적 부담이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 

집순이, 집돌이가 ‘홈족’으로 거듭났다. 홈족은 집에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다. 과거 집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같은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집순이·집돌이는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집에 있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일이자 놀이로 여겨진다.

지난해 다음소프트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집순이‧집돌이’에 대한 언급량은 2013년 1만210건에서 2015년 18만7990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2015년에는 전년 대비 7배 이상 증가해 홈족 문화가 점차 확산되는 양상이 확인됐다. 

홈족 문화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 집에서 카페를 즐기는 ‘홈카페’, 집에서 피부나 손‧발톱 등을 관리하는 ‘홈케어’ 등이 대표적이다. 집 자체를 꾸미는 ‘홈퍼니싱’도 인기다. 이외에도 위빙, 컬러링북 등 집 밖을 나가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놀이는 무궁무진하다.

◆홈족, 집에서 뭐할까

땅끄부부의 운동 영상. 9개월 전에 게시한 해당 영상 조회수는 445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땅끄부부' 영상 캡처

① 홈트= 가장 대중적인 홈족 문화는 홈트다. 홈트는 홈 트레이닝의 준말로 집에서 동영상이나 책을 보며 따라하는 운동을 뜻한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고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홈트의 장점이다. 지난해 말 잡코리아가 831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7.3%가 홈트족이라고 밝혔고 홈트를 하는 이유 1위로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58.2%)’이라는 점이 꼽혔다. 

홈트의 원조는 90년대 말에 유행한 다이어트 비디오다. ‘빌리의 부트캠프’나 ‘슈퍼모델 이소라의 슈퍼 다이어트 체조’, ‘조혜련의 태보’ 등이 초기 홈트의 붐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홈트 영상이 확산되고 있다. 개인이 자신의 SNS에 운동방법을 담은 영상을 게시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따라한다. 그 종류도 다양해 신체부위별, 난이도별로 자신에게 필요한 영상을 선택할 수 있다. 

영상제작자가 모두 전문 트레이너는 아니다. 주부 김이경씨는 산후 20kg을 감량하고 그 방법을 영상으로 공유하기 시작했다. 현재 김씨는 주3회 오후 11시부터 1시간가량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운동방송을 하는데 시청자가 5만~10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또 남편과 아내가 함께 운영하는 유튜브 계정인 '땅끄부부'는 구독자가 85만명을 기록했다. 이들은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식이요법이나 일상생활 다이어트 요령까지 전달한다. 

② 홈뷰티= 홈뷰티족도 등장했다. 피부과나 에스테틱에서 받던 전문관리가 집 안으로 옮겨온 것이다. 마사지기, 제모기, 각질제거기, LED 마스크 등 뷰티제품은 간단한 작동만으로 큰 효과를 가져와 인기다. LG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정용 뷰티기기 시장규모는 4700억원으로 4년 만에 6배 성장했다. 올해는 5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③ 홈퍼니싱= 집 안에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집안 자체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일명 ‘홈퍼니싱(Home furnishing+집 꾸미기)’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생활소품 등을 소비하는 홈퍼니싱 시장은 2008년 7조원 규모에서 지난해 12조원으로 급성장했다. 지금까지는 신혼부부나 주부들이 주 고객이었다면 최근엔 1인 가구가 늘면서 대학생이나 직장인들도 홈퍼니싱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홈퍼니싱의 인기는 SNS 상에서도 나타난다. 페이스북에는 10만~5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테리어 페이지가 수십개에 달하고, 인스타그램에는 자신의 집을 보여주는 ‘집스타그램’(집+인스타그램), ‘방스타그램’(방+인스타그램) 같은 해시태그가 유행하고 있다.

사생활 노출을 꺼리던 과거와 달리 집안을 보여주고 인테리어를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집 자체가 자신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집스타그램'(왼쪽)과 '홈카페'를 검색한 결과. 게시물 건수로 그 인기를 짐작해볼 수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홈족이 등장한 이유

홈족이 급증한 건 집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집은 머무는 공간에서 활동하는 곳으로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특히 2030세대는 집의 투자가치보다 활용가치에 주목한다. 불가능에 가까운 내 집 마련 대신 아지트 같은 나만의 공간 마련을 꿈꾼다. 집을 재산증식 수단이 아닌 개성표출 수단으로 보는 것이다.

집 안에서의 활동이 증가한 데는 보다 현실적인 이유가 자리한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은 홈족의 증가 이유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첫째, 제대로 쉬고 싶은 욕구가 크기 때문에. 둘째, 나가면 돈 쓸 일이 많기 때문에. 셋째,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기 때문에.

무엇보다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집의 의미는 각별하다.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집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1.9%가 ‘집에 가만히 있을 때 가장 마음이 편하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많아진다’는 응답자도 56.9%에 달했다.

사회경제학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에게 집은 안식처가 된다. 사회생활에서 오는 피로감이나 정서적 공허함에서 탈출해 위로받을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현대인들이 집에 머물면서 자연스럽게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관심과 소비도 커졌다. 같은 맥락에서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전쟁터 같은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이 ‘케렌시아(querencia·안식처)’를 찾는다고 분석하고 이를 2018 소비 키워드로 언급했다. 

기술적 인프라도 홈족의 증가에 기여했다. 굳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제품, 서비스가 발달한 것이다. 간편 조리식이나 배달서비스 등이 확대되고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 등이 나오면서 홈족의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늘었다. 최근에는 집에서 취미생활을 할 수 있도록 미술 등의 재료를 구성해 배달해주는 전문업체도 생겼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신을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는 포미족(For Me+族)과 가치소비가 늘면서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홈카페, 홈트레이닝 등 관련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경은 silver@mt.co.kr

머니S 생활경제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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