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공무원' 외치는 이상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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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우리나라 취업시장은 재난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7월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겨우 5000명 증가하는 데 그치고 올 상반기 대졸 신입직원 최고령이 31세로 집계되는 등 많은 청년이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해 좌절하고 있다. 머니S가 국가적 재난수준에 이른 취업생태계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공무원이 답일까] (上) "사람? 산업이 먼저다"…인재들은 '책상 앞에'

/사진=뉴시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재난'이라는 키워드가 자주 눈에 띈다. 올해 24년 만에 찾아온 무더위로 '폭염재난', 고령인구비율이 14%에 도달하면서 '인구재난'이 도래하는 등 곳곳에서 경고음이 들린다. 이 중 유독 심각하게 경고음이 울린 분야가 고용시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취업자 수는 전년대비 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2010년 1월 이후 8년6개월 만에 최저 증가폭을 기록했다. 전체 실업률은 3.7%인 가운데 청년실업률이 9.3%로 고용률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고용재난'을 인지한 정부는 내년 일자리 예산을 사상 최대치인 23조5000억원으로 편성하는 등 최악의 고용지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하지만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곳간을 푼다고 일자리가 생길까에 대한 의구심이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대책이 저출산 대책처럼 '돈 먹는 하마'가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정부는 지난해에만 24조원 가까운 저출산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산기피 현상은 나날이 가속화되고 있다.

일각의 주장처럼 문재인정부 일자리 대책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일까.

◆내년도 일자리 예산 23.5조… 실효성 '글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예산안에 대한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달 29일 발표된 정부의 '2019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일자리 예산은 23조5000억원으로 올해(19조2000억원)보다 4조2000억원(22%) 늘었다. 일자리 예산이 20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밝힌 일자리 창출 예산 집중분야는 ▲민간일자리 ▲재정지원 일자리 ▲공공부문 일자리 ▲직업훈련 강화 등이다. 이는 고용지표가 역대 최악으로 치달은 만큼 민간 일자리 마중물 역할을 하며 공공부문 일자리를 계속 창출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간 일자리 관련 예산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정책 측면에서 지난해와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 현행 보조금 지원정책을 유지하면서 규모만 더 키운 셈이다.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이 청년 1명을 추가채용하면 연 900만원씩 3년간 지급하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 규모를 7135억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올해 4307억원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금액이다. 대상인원도 9만명에서 18만8000명으로 2배 이상 늘렸다.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청년이 2년 이상 근속하면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역시 1조374억원을 편성해 올해 4258억원보다 2배 이상 확대했다. 지원대상도 11만명에서 23만명으로 확대됐다.

/사진=뉴시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정부의 '묻지마식' 재정 지원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계 관계자는 "정부의 청년 일자리정책은 '퍼주기식' 재정 지원이다"면서 "일자리를 늘리려는 건 좋지만 보조금을 주는 식의 재정 투입은 단기적인 미봉책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일자리 관련 수치 등 단기적 성과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일자리 문제의 근원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만약 경제성장률이 떨어져 일자리가 줄었다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 형태의 정책으로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은 "(상반기) 취업자 수 증가폭이 작고 일부 부문의 어려움이 있지만 인구 둔화와 기저효과를 감안할 때 평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다"면서 "하반기에는 한국은행 경제전망에 근거해볼 때 상반기보다 개선된 취업자 수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재들은 '책상 앞에'… 꽃보다 '공무원' 

/사진=뉴시스

20·30대 취업준비생(취준생)이나 직장인 10명 중 1명은 현재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7월 20대와 30대 취준생과 직장인 등 총 28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2.9%가 현재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거나 과거에 준비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78.2%(복수응답)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노후연금(41.5%)과 복지·근무환경(40.9%), 적성(16.9%) 등의 순이었다.

문재인정부 출범과 동시에 경찰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이다희씨(29·여)는 "이번 정권이 아니면 공무원이 되기가 힘들 것으로 보여 공시생이 됐다"면서 "원래는 미술 전공을 살려 취업하려고 했으나 공무원과 공공기관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소식을 듣고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그렇다면 공무원이 되는 것은 쉬울까,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18년도 국가공무원 7급 공채시험 응시원서 접수에 47.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마저도 포화상태인 것이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안정적인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공무원 쏠림현상을 개선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는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수 인재들이 산업현장에 나가 경제를 이끌도록 정부가 나서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 일자리로 향하는 이들은 늘고 있다.

서울의 H대학교에서 이공계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한모씨(30·남)는 "처음에는 에너지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어서 석사과정을 지원했지만 고달픈 연구원 생활을 하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면서 "지금은 전공과는 상관없지만 7급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충남의 한 대학교에서 신입생 대상으로 장래희망 실태조사를 시행한 결과 학생 10명 중 4명이 장래희망으로 '공무원'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5년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38.2%의 응답률보다 높은 수치로, 수년째 공무원이 학생들의 장래희망 1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공공부문 일자리만 '챙겨'… 신산업은 '나 몰라라'

문재인 대통령. /사진=뉴시스

문재인정부가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공무원 늘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문재인정부의) 공공기관의 일자리 늘리기가 단순한 숫자 확대에 집중되는 모습에 우려를 표한다"며 "공공기관 숫자 늘리기에 집중하는 일자리 확대가 취업시장 전체를 왜곡한 것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고 공공기관 일자리 확대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

올해 일자리 관련 예산안을 살펴보면 '공무원·공공기관 일자리 창출' 예산은 지난해 1조4485억원에서 올해 1조9068억원으로 약 5000억원으로 늘어난 반면 '혁신형 창업 촉진' 예산은 올해 8781억7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5.6%나 줄었다.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하는 김현식씨(29·남)는 "주변의 같은 연령대 친구들을 보면 공무원이나 공기업을 준비하는 취준생이 생각보다 많다"면서 "현 정부가 나처럼 창업해서 도전하는 이들을 격려해주는 것보다는 공무원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사진=뉴시스

신산업 경쟁력 확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평가된다. 전체 산업에 생기가 돌면서 양질의 일자리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80년대 화학분야 대기업에 취업했던 이정인씨(57·남)는 "지금과 다르게 당시 대학교만 졸업하면 취업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면서 "다른 기업에서 면접이 실시되는 날이면 예비합격자들은 합격업체에서 놀이공원을 데리고 갔다. 타기업에 인재를 뺏기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고 전했다.

당시 80년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8.8%에 달했다. 최근 국내 경제성장률이 2~3%대 수준인 것에 비하면 80년대는 산업의 전성기라고 볼 수 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사진=뉴시스

이 같은 현상은 최근에도 찾아볼 수 있다. 신산업 성장에 따른 일자리 창출 성공사례로 미국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을 꼽을 수 있다. 아마존의 경우 지난 6월말 기준 직원 수가 57만5000명에 달했다. 이는 삼성그룹 전체 직원 수(지난해 기준 18만1322명)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아마존은 설립한지 24년이 지난 지금도 해마다 20%대의 높은 성장률과 매년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신산업에 대한 투자 기반이 부족해 보인다.

이가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사업운영 매니저는 "문재인정부의 경우 '창업'이라는 정책 키워드가 없다"면서 "현 정부에서는 일자리가 키워드가 되면서 신생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류은혁 ehryu@mt.co.kr

머니S 류은혁 기자입니다. 이면의 핵심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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