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쓴소리’로 변신한 경총,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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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달라졌다.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경제정책에 재계의 입장을 적극 대변하며 사용자단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때로는 정부를 상대로 직설적인 비판을 날리는 등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재계 단체들의 목소리가 사실상 실종된 상황에서 거의 유일하게 기업들의 권익 대변인을 자처하는 셈이다. 올 상반기 일부 경제현안에 대해 노동계의 입장을 옹호, 정체성에 대한 비판을 받던 것에 비하면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재계 대변인 역할 ‘톡톡’

최근 경총이 정부정책을 상대로 낸 입장문을 보면 경영계의 목소리가 잘 반영됐다. 지난달 중순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자 경총은 고용부에 검토의견을 제출하고 “현 시행령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은 최저임금 준수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근로자의 ‘시급 계산시간 수’를 산정할 때 ‘소정근로시간’ 외에 실제 일하지 않지만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까지 합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무노동 유급시간’이 많은 유노조 기업의 근로자들이 개정안의 혜택을 받아 근로자 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게 경총의 주장이다. 특히 경총은 유급주휴일 규정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은 경총이 심혈을 기울여 경영계 입장 수용을 요구하는 분야다. 경총은 앞서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결정하자 곧바로 고용부에 재검토를 촉구하는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 고용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최저임금을 확정하자 “기업의 실질적 지불능력을 넘어서 기업 현장에서 감당하기 어렵다”며 강력 반발했다.

최저임금 외에 다양한 사안에도 경영계의 입장을 적극 대변하고 있다. 주 52시간 특례업종이 5개로 축소된 데 대해 “특례업종 대폭 축소로 인한 부작용은 국민 불편뿐만 아니라 해당 산업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입법적 재검토를 촉구했다. 또한 피치 못하게 발생하는 일시적 연장근로도 인가연장근로 사유에 추가·검토해 줄 것으로 요청했다.

아울러 고용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업종 노동자의 산업재해 신청에 역학조사를 생략하기로 하자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노사 간의 협의 및 의견수렴을 전혀 하지 않고 산재인정 처리절차의 개선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합리적인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또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고용부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된 법규를 폐지할 것과 노조법의 일부 조항을 단결권 보장 방향으로 개정할 것을 권고하자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제안은 국민적 정당성과 설득력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조직 쇄신방안 주목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경총은 노동계의 입장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최저임금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경총이 최저임금 산입 범위 처리를 국회 논의 대신 최저임금위원회에 다시 부쳐야 한다는 노동계 주장에 동조했다가 회원사들의 반발을 샀다. 그 원인이 고용부 관료출신인 송영중 전 부회장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경총은 한바탕 내홍을 앓기도 했다.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이 사태는 결국 지난 7월 송 전 부회장이 해임되면서 일단락됐다. 이후 후임으로 한국자동차협회장 출신인 김용근 부회장이 선임되며 경총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재계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고 정부와 기업 간 조정자로서 탁월한 역량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아온 인물이다. 김 부회장의 영입으로 경총이 노사관계를 넘어 경제·사회 이슈 전반에 대해 경제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총 관계자는 “경총은 원래 경영계를 대변하는 단체”라며 “경총의 모습이 달라졌다기보다 단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회장은 자동차산업협회장을 역임하며 노사이슈를 비롯한 경영현안에 굉장히 해박하다”며 “경영계가 맞닥뜨린 이슈를 빠르게 포착한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경총이 추진하는 조직쇄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단체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재계 대변인 역할에도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총은 송 전 부회장 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자금유용 의혹 등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이후 손경식 경총 회장은 “앞으로 공정한 경총 사무국 인사체제를 확립할 것”이라며 “회계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업무 절차·제도·규정을 정비하는 등 사무국 내 일대 혁신을 일으키겠다”고 약속했다.

그 일환으로 경총은 현재 ‘조직개선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쇄신방안을 논의 중이다. 경총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쇄신방안 논의에 들어갔다”며 “손 회장이 언급한 혁신과 관련해 후속조치를 마련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선 어떤 방향으로 논의가 오가는지 알 수 없다”며 “쇄신방안이 마련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7호(2018년 9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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