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칼럼] '폭염 후유증' 얼마나 갈까

 
 
기사공유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처럼 극심한 무더위가 결국 지나갔다. 하지만 후유증은 남는다. 모두가 공감할 후유증은 9월에 날아올 전기요금 고지서에 평소보다 많아진 청구금액이 찍히는 것이다. 매년 7~8월은 에어컨 사용이 늘어 다른 달보다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는데 특히 올해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청구금액이 더 증가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이 419만가구의 7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분석한 결과 전년동월 대비 전기요금이 1만~5만원 올라간 가구수는 42만가구, 5만~10만원 올라간 가구수는 3만2000가구, 10만원 이상 올라간 가구수는 7000가구로 집계됐다.

폭염이 절정이었던 8월 전기요금은 더욱 늘어날 것 같다. 서울에서 한밤중 최저기온이 8월2일 30.3도, 8월3일 30.4도를 기록해 이틀 연속 초유의 초열대야 현상까지 나타났다.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 밤에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고 창문을 열어놓은 채 선풍기만 돌리는 가정에서도 이번에는 에어컨을 틀어야 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피부질환부터 뇌졸중까지


신체상 후유증으로는 피부질환이 있다. 태양광선으로 인한 화상(햇빛화상)을 입는 환자는 매년 8월에 집중되는데 7월까지 합치면 연간 발생 환자수의 절반이 넘는다. 자신도 모르게 화상을 입지 않으려면 자외선이 강렬할 때 야외활동을 삼가야 한다.

일광화상을 입으면 그 부위를 차갑게 해 피부온도를 낮춰야 한다. 물집은 터트리지 말고 병원에 가서 무균상태로 치료받아야 하는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집에서 관리하는 사람도 있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기미·주근깨와 같은 색소침착질환, 광노화로 이어지므로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일광화상 환자수가 2014년 8868명에서 지난해 1만1106명으로 늘었다. 자외선의 파장이 긴 부분에 장기간 노출되면 피부암까지 유발되니 조심해야 한다.

폭염 시 나타나는 더욱 심각한 문제는 뇌졸중으로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뇌혈관이 굳어 막히거나 터져서 생기는 뇌졸중은 한겨울에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한여름인 7~8월에 발생하는 환자수는 12월과 차이가 별로 없다. 중풍질환전문병원을 찾는 환자수는 겨울에 늘었다가 봄철에 줄고 여름에 다시 증가한다.

여름철 뇌졸중은 겨울철과 발생률이 비슷하고 위험성도 동일하다. 기온이 높은 외부와 냉방으로 온도가 많이 내려간 실내를 드나들면서 혈관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또한 무더위로 땀을 지나치게 많이 흘리면 몸속 수분이 과도하게 배출돼 피가 평소보다 끈적한 상태가 된다. 그러면 혈전이 만들어지기 쉽고 혈전은 떨어져 나와 피를 타고 돌아다니다 혈관을 막아 뇌졸중을 일으킨다. 심장혈관을 막으면 심근경색 같은 관상동맥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노년층은 기온이 32도가 되면 27~29도일 때보다 뇌졸중 위험이 66%, 심근경색 위험이 22%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의 지인은 2년 전 8월 초에 집에서 에어컨을 틀고 있다가 뇌혈관이 막히는 증상인 뇌경색이 와서 응급실로 실려간 적이 있다. 이후 가을까지 병원에 입원해 재활치료를 받아야 했다.

뇌졸중은 빨리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므로 증상이 의심되면 곧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과잉 냉방으로 인한 냉방병이 감기나 두통에 그치지 않고 혈관질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

온열질환은 더위로 체온조절이 힘들어져 발생한다. 질병관리본부의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31일까지 일사병,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은 사람은 총 4511명이다. 주간별로는 7월15~21일(654명), 7월22~28일(1017명), 7월29일~8월4일(1106명), 8월5~11일(624명)에 집중적으로 환자가 많이 발생해 무더위가 심한 정도에 비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전국 516개 병원 응급실로부터 수집한 온열질환자 진료현황 통계에 따르면 총 4511명 중 48명은 사망에 이르러 2011년 감시체계 운영을 시작한 이래 사망자수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북(10명), 전북(5명), 경기(5명)에서 사망자가 많았으며 서울에서도 4명이나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폭염이 절정이던 7월 말~8월 초에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두통과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저하 등 온열질환 증상이 감지되면 즉시 그늘지고 통풍이 잘되는 곳으로 이동해 차가운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 체온을 내린 후 의료기관에 가야 한다. 온열질환 환자의 3분의1은 65세 이상 노인이라 나이가 많을수록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도 신경을 써야 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폭염이 키운 물가상승


폭염은 물가상승을 유발해 가정경제에도 후유증을 가져온다. 이제 여름이 지나고 추석이 다가오는데 ‘제사상 물가 대란’이 나타날 수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990년부터 2015년까지 16년 동안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폭염이 심했던 1990년, 1994년, 1996년, 2004년, 2013년의 7~8월 전년동월 대비 물가상승률(5.6%)은 연평균 물가상승률보다 0.6%포인트 높았다. 이를 제외한 연도의 7~8월 평균 물가상승률보다는 2.1%포인트 상회했다. 이외 연도의 7~8월 평균 물가상승률은 연평균 물가상승률보다 0.2%포인트 낮았기 때문에 7~8월이 으레 물가가 높이 올라가는 건 아닌 셈이다.

폭염만 아니면 오히려 물가가 내려간다고 볼 수 있다. 농축수산물의 상승률은 10.4%로 폭염장기화 5개 연도의 평균보다 3.8%포인트 높고 다른 연도의 평균보다는 6.7%포인트 상회했다. 폭염장기화 연도에 여름철 물가상승률이 높았던 항목은 식료품을 비롯해 교통, 숙박부문도 해당되며 의류 및 신발 물가는 둔화됐다.

폭염장기화 연도의 9~10월 평균 물가상승률은 4.9%로 이외 연도의 평균인 3.6%보다 여전히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즉 폭염이 있었던 해에는 그렇지 않은 해와 비교했을 때 여름 이후 물가까지 영향이 지속되는 후유증이 나타났다. 특히 축산물은 폭염이 장기화된 해의 9~10월 물가상승률이 그렇지 않은 연도보다 3.6%포인트나 높았다. 폭염에 축산물 폐사, 출하체중 감소 등으로 품질이 하락하고 공급이 감소하며 관리비용이 늘어 축산물 물가가 올라가는 것으로 보인다.

차례음식 구입비용의 3분의1 이상을 차지하는 축산물은 추석이면 구매 부담이 가중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전체 추석 차례상 구입비용 중 축산물 비중이 대형유통업체 기준 36.4%, 전통시장 기준 38.3%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음으로 높은 비중이 농산물, 과일류, 기타, 수산물 순이다.

폭염 같은 이상기후로 발생하는 가격상승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면 농축수산물의 저온 저장시설을 확대 보급해 물량을 많이 비축해야 한다. 농축수산물 가격상승에 편승해 공산품 및 서비스 가격이 덩달아 오르는 경우가 있으니 가격담합에 대한 모니터링과 단속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농축산 물가 고공행진

올해는 농축산물 물가상승률이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 주간(8월28일~9월3일) 거래동향을 보면 도소매가격이 평년 같은 시기에 비해 상당히 높다. 각 품목(상품 기준) 소매가격의 평년 8월 하순 대비 등락률이 감자(45.7%), 배추(69.5%), 무(97.1%), 건고추(62.5%), 깐마늘(6.2%), 대파(30.2%), 양배추(81.6%), 상추(40.8%), 시금치(237.9%), 당근(24.3%), 오이(21.4%), 애호박(39.4%), 파프리카(58.5%), 포도(29.6%), 복숭아(29.4%), 쇠고기(11.7%), 돼지고기(4.9%), 닭고기(0.9%) 등으로 나타났다.

하락한 것은 양파(-12.2%), 토마토(-4.2%), 사과(-12.1%), 배(-13.1%), 계란(-11.3%) 등 소수 품목에 국한된다. 이런 가격 동향을 보면 배추, 무, 양배추, 시금치 등은 적게 먹고 양파, 사과, 배, 계란을 많이 먹어야하나 싶다. 고기는 쇠고기보다는 닭고기를 먹는 게 식탁 물가 줄이는데 도움이 되겠다.

폭염은 지나갔어도 완전히 지나간 것이 아니다. 곧 다시 닥쳐올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는 한 점점 더 강렬하게 다가올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7호(2018년9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 0%
  • 0%


  • 코스피 : 2100.56상승 8.1618:03 11/19
  • 코스닥 : 702.13상승 11.9518:03 11/19
  • 원달러 : 1128.60상승 0.118:03 11/19
  • 두바이유 : 66.76상승 0.1418:03 11/19
  • 금 : 66.49상승 1.118:03 11/19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