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노모와 '씹는 재미'에 빠진 40대 딸

[미래먹거리 ‘실버푸드’] ① 식탁 커지는 실버푸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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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사는’ 삶을 원하는 시대다. 하지만 산해진미도 먹지 못한다면 그림의 떡. 식품업계는 고령사회 진입에 맞춰 실버푸드 시장을 연다. 업체들은 어린아이, 산모, 일시적으로 신체기능이 떨어진 일반인까지 수요층을 확대하고 있다. <머니S>는 미래 먹거리 시장을 조명하고 직접 체험해봤다.<편집자주>


[미래먹거리 ‘실버푸드’] ① 식탁 커지는 실버푸드 시장

#. 직장인 박정미씨(41·가명)는 음식을 먹을 때 자주 사레가 들린다. 고기류는 소화가 잘 안돼 채식 위주로 식사한다. 그러다 보니 자주 지치고 면역력도 약해진 기분이다. 박씨의 어머니 김명숙씨(70·가명)는 잇몸이 붓고 어금니가 흔들려 발치를 한 뒤로 딱딱한 음식은 아예 씹지 못한다. 그런데 최근 연화식을 접하면서 두 모녀의 삶의 질이 확 높아졌다. 입안에서 스르르 녹는 갖가지 채소와 식감이 부드러운 돼지고기까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먹는 즐거움을 느끼는 요즘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식품업계가 실버푸드로 알려진 기능성 건강식, 일명 케어푸드(연화식·치료식·다이어트식품 등 고기능성 식품 전체를 통칭)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케어푸드는 맛과 모양은 유지하면서 씹고 삼키기 편하게 만든 고기능성 음식을 말한다. 주 고객은 치아와 소화기관이 약해 음식 섭취가 어려운 고령층과 환자다. 최근에는 이보다 더 넓은 수요를 겨냥한다. 치과 치료, 소화 불량 등으로 일시적으로 신체기능이 떨어지거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 산모, 어린이 등이 잠재고객이다.

◆고령화시대 주름 잡는 ‘실버푸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들을 겨냥한 실버푸드시장 규모는 2011년 5100억원에서 2015년  8000억원으로 60% 가까이 성장했으며 지난해 1조1000억원으로 1조원 규모를 넘어섰다.

실버푸드시장은 건강기능식품, 특수용도식품, 두부 및 묵류, 전통발효식품, 인삼 및 홍삼제품 등 전체 건강식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업계는 성장 가능성을 매우 크게 보고 있다.

우선 소비에 적극적인 베이비부머가 노년층에 진입하는 2020년에는 16조6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올 초 정부가 ‘식품산업 발전계획안’에서 고령친화식품을 미래 먹거리로 정하고 영양학적 측면을 고려한 고령 맞춤형 식품산업 육성 의지를 밝혀 주목받고 있다.

국내 식품기업들도 실버푸드 전담 사업부를 신설하고 식품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정공모과제인 ‘고령자용 식재료(육류∙생선∙야채) 연화기술 개발 산업화’에 대상과 아워홈이 참여했으며 CJ프레시웨이는 2015년 업계 최초로 실버 전문 식자재 브랜드 ‘헬씨누리’를 론칭했다.

풀무원은 식자재 유통계열사인 푸드머스를 통해 시니어제품 전문브랜드인 ‘소프트 메이드’를 선보였고 현대그린푸드는 국내 최초로 연화식 전문 제조시설을 갖추고 전문 브랜드 ‘그리팅 소프트’를 론칭했다.

유업계도 실버푸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저출산으로 분유와 우유 소비량이 점차 줄면서 빠르게 성장하는 실버푸드시장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한 것. 

매일유업은 지난 2월 식품업계 최초로 노년층 주요 질환 중 하나인 사코페니아 관련 정보를 다루는 전문 연구소를 출범하고 실버푸드 제품 개발에 나섰고 일동후디스도 연내 실버 세대를 겨냥한 분유 및 액상 유제품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최대 유업체인 서울우유협동조합과 유아식시장 1위업체 아이배냇 역시 시장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노인식은 유아식과 비슷해 접근이 쉬운 데다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소비가 줄어든 분유시장을 대체할 것으로 본다”며 “소화가 어려운 어르신들이 이미 유아용 분유를 대용식으로 섭취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 배달 서비스까지… 일본은 ‘스마일케어식’

실버푸드시장은 국내에선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지만 해외에선 일반화된 지 오래다. 미국은 고령자나 환자, 영유아 등 특별한 식사가 필요한 이를 위한 식사대용식과 메디푸드, 음료 등의 식품시장 규모가 26조원에 이른다.

고령인구가 많은 일본도 실버푸드 선진국에 속한다. 일본에선 실버푸드가 ‘스마일 케어식’으로 불린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실버푸드 중 가공식품시장은 지난해 1480억엔(약 1조48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일본 정부는 스마일 케어식을 ‘쉽게 씹을 수 있는 식품’, ‘잇몸으로 부술 수 있는 식품’, ‘혀로 으깰 수 있는 식품’, ‘씹지 않아도 삼킬 수 있는 식품’ 등 4단계로 나눠 관리한다. 

스마일케어 분류도 도입했다. 해당 음식을 씹거나 삼키려면 어느 정도의 힘이 필요한지 등을 7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뒤 제품 겉표면에 스티커를 붙여 소비자가 알아보기 쉽게 했다. 씹는 것이 어려우면 노란색, 삼키기조차 어려우면 빨간색 스티커가 붙은 제품을 구매하면 된다.

실버푸드업체는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고령 소비자의 집으로 원하는 음식을 배달해주는 ‘가이고(곁에서 돌봄) 도시락 서비스’까지 진행한다. 최근에는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청·장년층을 비롯해 여러 이유로 일반 음식을 먹기 어려운 이들로 대상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예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앞으로도 실버푸드 종류가 많아지고 급식서비스나 택배서비스 등 관련사업이 커짐에 따라 2020년까지 연평균 3%대의 성장률을 이어갈 전망”이라며 “국내에서도 식생활의 중요도가 더욱 커져 실버푸드산업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식품업계 전문가들은 건강 성분도 중요하지만 풍부한 맛과 식감을 갖춘 메뉴개발을 통한 소비확대는 물론 차별화된 서비스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서도 실버푸드와 함께 관련 서비스가 대중화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7호(2018년 9월15~1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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