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장난감으로 ‘예술’하는 건축가

People / 이재원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설계1본부/ 개발설계그룹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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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원 실장이 만든 후크선장 /사진=이재원씨 제공

“레고로 만들지 못하는 건 없어요. 픽셀화된 이미지 작업과 같거든요. 이를테면 파란 플레이트에 ‘ㄱ’자 블록을 꽂았을 때 잠수함으로 인식하는 것처럼 특정한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만들어내는 작업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걸 사람들과 공감할 때 시너지가 나타나죠. 이게 레고의 매력입니다.”

11년차 건축설계사인 이재원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설계1본부/ 개발설계그룹 실장은 레고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4살 때부터 35년 넘도록 레고를 갖고 놀았고 지금은 전세계 단 20명뿐인 ‘레고 프로페셔널’(LCP: LEGO Certified Professional) 중 한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의 말처럼 레고로 만들지 못하는 건 없다. 최근엔 덴마크 레고 본사에서 만든 슈퍼카 ‘부가티 시론’의 영상이 화제였다. ‘레고 테크닉 팀’이 6개월간 레고 블록 100만개를 들여 실물크기로 만든 것도 놀라운데 심지어 시속 25㎞ 정도의 속도로 달릴 수 있었기 때문.

어린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여겨지는 레고가 이제는 도전대상이 되고 예술로 인정받는다. 예전과 달리 특정 분야에 몰두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뀐 데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해주는 경향이 생기며 취미가 직업이 되는 일이 늘어난 것.

이에 레고 본사에서는 공인 전문가 프로그램인 LCP를 운영한다. 단순히 레고를 좋아하고 레고를 활용한 작품활동을 했다고 해서 LCP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공인받고 일정 시간이 지나야 해당 자격을 레고 창작활동에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재원 실장이 그 주인공.

◆레고로 이룬 건축가의 꿈

이 실장이 건축가가 된 건 레고 때문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북유럽쪽과 주로 거래하는 무역업을 한 덕분에 어려서부터 레고를 갖고 놀 기회가 많았다.

“레고로 무언가를 만드는 건 건축설계와 매우 흡사해요. 머릿속 아이디어를 스케치하고 이를 토대로 설계하고 모형을 만들고 나아가 한 세트로 만드는 과정이 거의 같거든요. 그래서 레고와 건축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게 아닌가 싶어요.”

그의 집안은 4대에 걸친 레고마니아다. 지금은 작고한 할아버지부터 이 실장의 초등학생 딸까지 레고사랑이 대단하다. 그에 따르면 가족마다 전용 레고가 따로 있고 절대 건드릴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할아버지와 먼 이별을 할 때였다고. 레고를 비롯해 유독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많았던 탓이다. 다음으로 힘들었던 순간은 레고 디자이너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였다. 가족이 함께하는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도전했는데 떨어져서 큰 좌절을 맛봤다. 가장으로서 가족을 챙겨야 하는 점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릴 수 없었던 것.

“지금은 딸과 함께 레고로 소통합니다. 아이와 함께 스케치한 뒤 그걸 레고로 만드는 작업을 했어요. 굉장히 즐거워했고요. 그런데 요새는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면서 그걸 유튜브에 올리더라고요. 혼자 그렇게 레고에 빠지는 것을 보니 아빠의 마음 같아선 딸이 밖에 나가 뛰어놀았으면 합니다. 놀 수 있을 때 놀아야 하지 않겠어요?”

그는 레고가 아니었으면 딸과 소통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코드가 잘 맞아 둘도 없는 절친이라고.

레고와 함께 살아온 그의 건축 철학은 어떨까. 그는 “멀리서 어떤 건물을 봤을 때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 있어야 좋은 건축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아이들은 건물 모양만 보고도 용도를 알아차리는 능력이 뛰어난데 이렇게 직관적인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정교함이 돋보여 전세계 마니아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는 건축, 동화, 판타지 등 다양한 주제로 레고 작품을 만들고 있다.
이재원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설계1본부/ 개발설계그룹 실장 /사진=박찬규 기자

◆예술작품으로 인정받길

“예전에는 레고를 사랑하는 작가 이재원님이라고 불렸는데 요새는 레고 공인 아티스트로 소개되더라고요. 단순 취미를 넘어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는 경우가 많아지고 레고로 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늘어난 게 LCP가 된 후 달라진 점입니다. 한가지 바라는 점이라면 앞으로 레고로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이 더 늘어날 텐데 아티스트피(fee)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이왕이면 돈이 되는 예술을 하고 싶습니다. 레고 블록이 비싸거든요.(웃음)”

이 실장은 LCP가 된 후 레고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단순히 기억 속에 있는 것, 아이와 함께 생각한 것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이를 뛰어넘어 아트워크가 목표다. 레고가 표현의 수단일 뿐 팝아티스트와 다를 바 없다는 게 그의 주장.

물론 이렇게 레고 아티스트로 활동할 수 있는 배경은 회사의 배려 덕분이다. 디자인회사다 보니 직원들이 다양한 취미가 있고 이를 인정해준다. 업무의 특성상 직원들의 창의성이 결국 회사의 역량으로 이어지기 때문.

“여러 의미에서 회사는 열심히 다녀야 합니다.(웃음) 많은 프로젝트로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리고 건축과 레고를 연계한 전시회도 열고 싶습니다. 건축 모형을 만들고 그걸 또 레고로 표현하는 식이죠. 비즈니스가 되는 예술이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혼자 좋은 게 아니라 남들이 보고 좋아하는 예술작품처럼 공감이 형성돼야 할 것 같아요.”

레고는 우리 일상의 축소판인 데다 스토리를 담고 있어서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가 어렵다. 단순히 장난감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강력한 마력을 가진 존재다. 이를 예술로 승화시킨 이 실장. 그는 딸이 아빠의 직업을 ‘레고 작가’라고 당당히 말할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묵묵히 레고를 쌓아올린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7호(2018년 9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찬규 star@mt.co.kr

산업2팀 박찬규 기자입니다. 자동차와 항공, 해운, 조선, 물류, 철강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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