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힘든 저소득층, ‘이자 직격탄’ 맞을까?

[치솟는 밥상물가] ② 한은의 금리인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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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차례상에 올라갈 채소는 1년 전보다 7.0% , 수산물은 6.0% 올라 농축산물 값이 3.5% 상승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상은 4인 가족 기준 30만원가량으로 지난해(24만9000원)보다 20%나 늘어날 전망이다. <머니S>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추석물가 실태를 살펴보고 정부의 물가대책과 통화정책 등을 점검해봤다.<편집자주>


[치솟는 밥상물가] ② 한은의 금리인상 ‘딜레마’


장바구니 물가가 연일 치솟고 있지만 근원물가는 IMF경제위기 때만큼 떨어졌다. 계절적 요인 등 일시적 변동이 큰 항목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장기적인 물가 추세를 살필 수 있어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 소비자물가보다 더 눈여겨보는 지표다. 근원물가가 떨어진다는 건 인플레이션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금리인하 요인인 셈이다.

더욱이 경제성장률까지 둔화됐다. 국내 상황만 보면 한은은 기준금리를 내리는 게 맞다. 하지만 연내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등 대외적 인상요인이 커질 전망이어서 물가 연동 정책을 펴야 하는 한은의 고민이 깊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체감물가 급등으로 저소득층은 이미 경제불황에도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 놓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은이 통화정책을 고민하는 사이에 저소득층이 입는 고물가 타격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추락하는 근원물가 상승률

근원물가의 하락세가 심상찮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근원물가는 0.9% 오르는 데 그쳤다. 올 1월 1.1%였던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 4월 1.4%까지 올랐지만 이후 4개월 연속 하락하며 급기야 지난달엔 1%선이 무너졌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0%대로 떨어진 건 1999년 12월(0.5%) 이후 18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IMF경제위기 때만큼 국내경기가 안좋아졌다는 신호다. 지난달 근원물가의 상승률이 저조했던 것은 전기요금 인하 등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다. 그럼에도 근원물가의 하락세는 저물가 기조가 고착화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 감소로 경제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각종 경제지표가 일제히 추락했다. 올 1분기 1.0%(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 성장했던 우리 경제는 2분기 0.6%로 주저앉았다. 소비는 둔화됐고 투자도 감소했다. 민간소비는 0.3% 증가하는 데 그쳐 6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증가율은 1분기 1.6%에서 2분기 0.6%로, 건설업은 2.1%에서 –3.1%로 추락했으며 서비스업도 1.1%에서 0.5%로 반토막났다. 2분기 수출은 0.4%로 2011년 3분기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투자와 소비 부진은 수요 부문의 물가상승 압력이 낮다는 걸 의미한다. 내수가 인플레를 유발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가는 대내외 경제상황

통화정책을 결정짓는 주요지표인 ‘물가’는 물론 ‘성장’까지 둔화돼 한은의 고민은 더욱 커지게 됐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상반기 성장률은 2.8%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정부는 우리 경제의 연간 성장률을 3.0%로 전망하다 지난 7월 2.9%로 낮췄는데 이보다도 낮게 나타난 것이다. 근원물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경기까지 악화돼 한은의 금리 인상요인이 더 없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은은 연간성장률 목표(2.9%)를 달성하려면 3분기와 4분기 0.91~1.03%씩 성장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리 경제가 2분기 연속 1% 이상 성장한 적은 2012년 이후 한번도 없다. 이에 성장률 전망치가 한차례 더 하향조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국내 경제는 금리인하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대외경제는 정반대다. 미국 연준이 연내 금리를 1~2번 추가로 올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1.75~2.0%다. 미국이 금리를 2번 인상하면 한미 금리 차는 1.0%포인트가 된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금리 차가 1.0%포인트가 되는 순간 자본 유출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딜레마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금리 인상 요인과 인하 요인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미국은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연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우리나라는 경기가 개선되지 않은 데다 오히려 하강하고 있어 금리를 올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은이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라고 말했다.

◆저소득층은 스태그플레이션 상태

이런 가운데 서민이 체감하는 이른바 ‘장바구니 물가’는 치솟고 있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IMF경제위기 때만큼 떨어진 것과는 반대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지출비중이 큰 품목 141개의 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8월 기준 1년 전보다 1.3% 올랐다. 특히 저소득층 체감물가에 영향이 큰 농수산물 물가가 급등했다. 지난달 농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7.0% 올랐는데 쌀(33.4%), 고춧가루(44.2%), 시금치(22.0%) 등의 증가폭이 상당했다. 8월 농수산물 가격은 전달인 7월과 비교하면 14.4%나 급등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수급에 차질을 빚은 영향이다.

기름값, 외식물가 등도 일제히 올랐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12.0% 급등했으며 외식물가도 2.6% 올랐다. 외식을 포함한 개인서비스 물가상승 기여도는 0.77%포인트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저소득층일수록 소득의 식품소비 비중이 높아 농수산물 가격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말했다.

김상봉 교수는 “저소득층은 물가는 오르는데 가계소득 성장률은 그에 못미쳐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 상태”라고 분석했다. 가계부채까지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상 시 저소득층에 끼치는 악영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은의 기준금리 딜레마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7호(2018년 9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서대웅 mdw1009@mt.co.kr

<머니S> 금융팀 서대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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