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경제, '성장 사다리' 새 틀을 짜라

[위기의 한국경제 ‘재도약 키워드’] ① 전문가 15인이 꼽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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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가 위태롭다. 국내총생산 순위는 2005년 세계 10위로 정점을 찍은 뒤 12년째 11~15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경제가 다시 도약할 방법은 무엇일까. <머니S>가 민간경제연구소와 대학의 경제전문가 15명에게 그 키워드를 물었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키워드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와 경제도약의 실질적 방안을 모색했다. <편집자주>

[위기의 한국경제 ‘재도약 키워드’] ① 전문가 15인이 꼽은 키워드

한국경제 위기설이 해마다 반복된다. 수년째 성장이 정체된 탓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 반열에 올라섰다고 자부하지만 내실과 펀더멘탈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는 외풍과 국내 복잡한 정세에 흔들리며 위태롭게 자리를 지켜왔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2.8%였던 국내 경제성장률은 2009년 0.7%로 곤두박질쳤다. 이후 2010년 6.5% 성장하며 정점을 찍은 뒤 매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지난해 3.1% 성장에 그쳤다. 올해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 등 국내 대표기업이 여전히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남북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남북경제협력에 따른 발전이 기대되지만 이는 거꾸로 대기업 의존도를 높이고 대북관계가 경색국면에 빠질 경우 불확실성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군사독재정권을 거치며 20세기의 절반 이상을 까먹었다. 1970~1980년대 개발독재로 짧은 기간에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질적 성장이 정체되며 경제대국 반열에 오르지 못하고 주변을 맴돈다. 이제 우리 경제는 양적 성장을 뒷받침할 튼튼한 뼈대를 다져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질적 성장을 위한 한국경제 재도약의 키워드는 뭘까. 

<머니S>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민간경제연구소와 대학의 경제전문가 15명에게 한국경제가 정체기를 딛고 다시 도약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성장을 가로막는 문제점을 짚고 재도약을 위한 키워드는 무엇인지 알아봤다. 

◆저성장의 늪, 가장 큰 원인은

한국경제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국제적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해주는 나라로 반세기 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쉼 없이 달리며 세계에 ‘코리아’라는 이름을 각인시켰지만 수년째 위기감이 팽배하다. 성장률은 더디고 고용률도 바닥인 데다 성장 과정에서 양적 부풀리기에만 치우쳤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한국경제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현재 한국경제 위상은 세계에서 어느 정도라 보는가’라는 질문에 상위권이라고 답한 이는 7명(47%), 중상위권 역시 7명(47%)으로 나타났다. 1명(7%)은 중위권이라고 봤으며 하위권·최상위권이라고 답한 이는 한명도 없었다. 경제 수준이 세계적인 반열에 올랐지만 아직 선진국과 어깨를 견줄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딛고 국민적 기대 속에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경제점수는 어떻게 평가할까. 전문가들 중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점수는 어떤지’에 대한 질문에 90점 이상이라고 답한 이는 한명도 없었고 ▲80~89점 3명(20%) ▲70~79점 6명(40%) ▲60~69점 5명(33%)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1명은 낙제점이라고 응답하는 등 대체로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이는 남북미 정상회담 등 남북관계 개선이 국민적 호응을 얻으면서 경제발전 시너지효과가 기대됐지만 정작 민생경제는 후퇴했다는 세간의 평가와 같은 맥락이다.

‘저성장 기조의 원인이 무엇이라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다양한 답변을 쏟아냈다. 응답자의 40%(6명)는 ‘기존 주력산업의 사양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자동차·철강·조선·석유화학 등 경제발전을 이끌었던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전체 경제성장률 상승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이어 ▲규제정책에 따른 성장동력 약화(4명, 27%) ▲노동생산성 하락(4명, 27%) ▲소득 불균형에 따른 소비축소(1명, 7%)가 뒤를 이었다.

◆우리만의 새로운 성장모델은?

전문가들은 제자리걸음 중인 한국경제의 부진을 딛고 재도약하기 위한 키워드를 다양하게 제시했다.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키워드는?’ 질문에 전문가 중 8명(52%)은 '신사업 발굴'을 꼽았고 '규제 개혁'(4명, 27%), '양극화 해소'(3명, 20%)가 뒤를 이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기존 주력산업이 중국과의 경쟁으로 한계에 부딪힌 점”이라며 “자동화로 인해 단위 노동고용이 감소하는 시점에서 적절한 신사업을 발굴하지 못하면 고여 있는 대규모 자금을 회전시킬 수 없고 노동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 신사업발굴과 일자리 창출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김도영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양극화 해소 및 대·중소기업의 균형적인 발전이 필요하다”며 “이는 국민의 재무안정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사회기반을 구축해 한국경제의 지속 성장을 이끄는 바탕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신사업 발굴’, ‘규제 개혁’, ‘양극화 해소’를 이루기 위해 어떤 국가의 사례를 참고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해 롤모델로 삼을 만한 국가는?’이란 질문(복수응답)에 독일(7표),  미국(6표), 일본(3표), 중국·스웨덴·핀란드·이스라엘(각 2표), 네덜란드(1표)를 지목했다. 다만 그대로 베끼기보다는 우리에게 맞도록 적절히 변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윤재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시장경제 모형과 유럽의 사회안전망이 결합된 우리만의 새로운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며 “과거 다른 나라를 롤모델로 구축했던 경제정책은 모두 실패했다. 우리 사회환경 및 국민 의식수준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 사례를 복사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아직은 머나먼 선진국의 길


우리나라는 선진국 문턱에서 정체됐지만 세계적인 국가는 어떻게 선진국의 지위에 올랐을까. 전문가들은 ‘세계적 선진국의 발전 배경은?’이라는 질문(복수응답)에 ▲빠른 산업화(12표) ▲강력한 리더십(5표) ▲풍부한 자원(3표) ▲민족·문화적 특성(2표) ▲지리적 특성(1표)을 꼽았다.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태동한 산업혁명은 기술혁신, 사회·경제구조의 변혁을 통해 빠르게 정착했고 다음 산업혁명을 위한 기초를 다졌다. 당시 시대의 흐름에 빠르게 대응한 국가는 현재 모두 선진국 지위에 올라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잡았다.

반면 같은 시기 쇄국정책으로 눈과 귀를 닫은 우리나라는 산업화에 한참 뒤처졌고 20세기 들어서도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의 상처를 겪으며 산업화는 엄두도 못냈다.

박정희정권 시절 활발한 해외교류와 대기업 중심의 산업화로 빠르게 경제성장을 일궜지만 양적 성장에 치중, 질적 성장은 이루지 못하면서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특히 노동조합 양성화가 더뎠던 우리나라의 기업구조는 철저한 오너 중심의 재벌체제가 유지되면서 상시적인 갈등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기업은 어떤 길을 가야 할까.

전문가들은 우리기업이 선진국의 기업문화를 접목하기 위해서는 ▲경직된 조직문화(11명, 73%) ▲경직된 노사관계(3명, 20%)를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꼽았고 기타 응답으로 인적자원을 개발해야 한다는 답변(1명, 7%)도 나왔다.

응답비율이 갈렸지만 14명의 전문가가 지목한 경직된 조직문화와 노사관계 모두 ‘사용자-노동자’의 관계 문제다. 이 같은 문제는 지배자와 피지배자 관계로 정형화될 수 있고 조직을 경직되게 만든다. 결국 경영주를 비롯한 관리자부터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수평적인 조직으로 판을 새로 짜는 것이 선진기업으로 향하는 첫걸음이라는 지적이다.

직원들의 처우개선 역시 대체로 경제발전에 도움을 준다는 답변이 나왔다. ‘선진국의 각종 복지정책이 경제발전 및 유지에 도움이 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7%인 7명은 ‘보통’이라고 답했고 33%(5명)는 ‘그렇다’, 20%(3명)는 ‘매우 그렇다’라고 답했다.

‘10년 뒤 한국경제의 위상’을 묻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현재 수준 유지(7명, 47%) ▲아시아 정상(4명, 27%) ▲위상 저하(4명, 27%)의 순으로 답했다. 짧은 기간 안에 세계적인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룬 저력을 보였으나 대안을 찾지 않을 경우 정체 또는 퇴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설문조사 방법과 참여인원

설문 참여인원은 총 15명으로 민간경제연구소와 대학의 경제전문가로 구성됐다. <머니S>는 객관식 질문 8개, 주관식 질문 2개로 구성된 설문지를 보내 회신을 받았다. 전문가 15명에는 익명을 요청한 1명의 민간경제연구소 실장이 포함됐다. 또 설문결과에 표시된 수치(비율, %)는 소수점 이하를 반올림 처리했으며 합계(100%)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
▲곽동철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가나다 순) ▲김도영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노태우 순천향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박순현 SC제일은행 투자자문부 팀장 ▲박태경 영남대 경영대학 교수 ▲백웅기 상명대 총장 ▲성한경 서울시립대 정경대학 부학장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이윤재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전봉걸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 ▲A경제연구소 B실장(익명) 


☞ 본 기사는 <머니S>제560호(2018년 10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solrali@mt.co.kr

머니S에서 건설·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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