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경제, '지식기반 신사업'이 미래 살린다

[위기의 한국경제 ‘재도약 키워드’] ② 첫번째 키워드 ‘신성장동력 확보’

 
 
기사공유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가 위태롭다. 국내총생산 순위는 2005년 세계 10위로 정점을 찍은 뒤 12년째 11~15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경제가 다시 도약할 방법은 무엇일까. <머니S>가 민간경제연구소와 대학의 경제전문가 15명에게 그 키워드를 물었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키워드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와 경제도약의 실질적 방안을 모색했다. <편집자주>

[위기의 한국경제 ‘재도약 키워드’] ② 첫번째 키워드 ‘신성장동력 확보’




한국경제가 다시 위기에 몰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살아난 성장세가 꺾이고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것이다. 정부가 목표치로 내세운 올해 경제성장률은 2.9%지만 상반기 2.8%에 머물렀다. 정부는 이 같은 수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상위권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성장률 외에 경제지표로 볼 때도 한국경제는 위축됐다. OECD의 경기선행지수(CLI)는 지난 3월 99.9를 기록한 뒤 6월 99.22로 넉달째 기준치인 100 미만을 맴돌고 있다. 지난해 3월 이후 15개월 연속 하락세다.

◆고부가가치 신사업 발굴 절실

<머니S>가 경제 전문가 15명에게 ‘한국경제 재도약 키워드’가 무엇인지 물어본 결과 52%(8명)가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답했다.

신성장동력은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미래기획위원회 합동회의에서 처음 나온 말이다. 당시 정부는 한국경제를 이끌 신규 성장엔진으로 ‘신재생에너지’, ‘LED 응용산업·IT융합시스템’, ‘바이오제약·글로벌 헬스케어’ 등 3개 분야 17개 사업을 제시했다. 당시 신성장동력의 한 갈래로 제시된 IT융합시스템은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언급된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발돋움했다.

노태우 순천향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신사업 발굴 및 육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4차 산업혁명의 요건으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ig-Data) 등 최첨단 정보통신기술과 경제·사회의 융·복합을 꼽았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반도체, 자동차 등 기존 주력산업의 성장정체와 경쟁력 약화를 대체할 고부가가치 지식기반의 신사업 발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국내 신산업 '걸음마' 단계

한국경제를 지탱하던 대표적인 주력산업 중 하나인 자동차만 봐도 문제가 심각하다. 자동차 수출액은 2014년 1~7월 기준 484억달러를 돌파했지만 2년 뒤인 2016년 400억달러 턱걸이에 그쳤다. 올해 같은 기간에는 234억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최근 자동차산업은 자율주행, 친환경차 등으로 패러다임이 급격히 바뀌었다. 한국 자동차업계는 이를 선점하지 못해 경쟁력을 잃고 말았다. 일부 선진국은 자율주행차가 이미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기업인 테슬라의 경우 시대적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해 짧은 기간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와 달리 국내 자율주행기술은 아직 세계 시장을 선도할 성과를 얻지 못했다.

최근 경기도는 차세대융합기술원에 의뢰해 3년간의 연구개발을 거쳐 완성한 ‘제로셔틀’ 자율주행을 국내 최초로 시현했다. 하지만 첫 시현을 마친 이재명 경기지사는 “최악의 초보운전”이라고 질타했다.

박순현 SC제일은행 투자자문부 팀장은 “반도체를 제외한 국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추가 성장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산업 외에도 국내 주요 산업의 상황은 좋지 않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6월 정책보고에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자평했다. 국내 제약업계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4%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 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 바이오산업의 성장가능성이 높아졌으나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기회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세대 제약바이오산업의 한 축으로 꼽히는 줄기세포치료 임상연구는 2016년 말 기준 전세계적으로 300여건이 진행됐다. 이 중 파미셀, 메디포스트 등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LG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 세포치료제 시장 현황과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세포치료제시장은 연평균 20%씩 성장 중이며 2020년에는 100억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이렇다 보니 정부도 내년에 1881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제약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역시 성장가능성이 충분한 산업군 중 하나다.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바람이 불면서 기대감이 높아졌다. 세계에너지기구는 2040년쯤이면 재생에너지 발전이 핵심 발전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관련 기업들이 바이오연료, 2차전지 등 신재생에너지에 몰두하는 이유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이미 전체의 7%에 달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문재인정부는 탈석탄·탈원전을 핵심 에너지정책으로 제시한다. 특히 산업부는 기존 석탄·원자력에 치우친 에너지생산구조를 바꾸기 위해 내년에 약 1조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대규모 투자금 쏟아붓는 기업들

기업도 변하고 있다. 주력 사업군에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갑을 여는 추세다. 삼성그룹은 신사업 육성을 위해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한다. 전체의 90%인 160조원은 삼성전자에 집행된다. 이를 토대로 3년간 4만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 초 5년간 신사업 23조원 투자에 4만5000명의 채용 계획을 밝힌 바 있다. SK는 3년간 80조원을 투자하고 2만8000명의 일자리를 마련한다. LG는 올해 19조원을 투자하고 이 중 50%를 전기차 부품과 자율주행 센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올해 1만명을 새로 뽑을 계획이다.

GS그룹도 5년간 20조원을 투자하고 같은 기간 2만1000명의 고용창출 성과를 낼 계획이다. 포스코 역시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5년간 45조원을 투자하고 2만명 고용 창출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화는 5년간 22조원을 투입하고 일자리 3만5000개를 만든다.

KT는 5년간 23조원을 투자하고 3만6000명을 채용한다. KT는 특히 5G 네트워크 고도화에 9조6000억원을 투자하고 인공지능, 클라우드, 가상현실 등에 3조90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신세계도 3년간 9조를 투자하고 연간 1만명 채용을 실현할 방침이다.

기업들의 이 같은 대규모 투자는 ‘신성장동력’ 확보에 초점을 맞춘다. 신사업 영역을 선점하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국경제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 기업은 이 같은 투자로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아베노믹스로 본 '투자-성장'의 관계

경기와 업황이 어려울수록 기업이 곳간을 푸는 게 쉽지 않은데도 국내 대기업들이 투자에 열을 올리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일본은 아베정권이 들어서면서 20년간 이어진 디플레이션과 엔고 탈출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며 경기회복에 주력했다.

LG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일본경제 부활했나’ 보고서를 보면 대규모 투자가 국가경제에 미친 긍정적 영향을 읽을 수 있다. 일본 기업들은 과거 20년간 투자에 소극적이었지만 아베정권 출범 이후 뚜렷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베정권 전후 5년의 성장기여도를 살펴보면 투자부문의 차이가 크다. 아베 집권 이전 5년간 투자부문 성장기여도는 연평균 -0.36%였지만 아베 집권 이후 5년간은 0.55%로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종에서 자동차제조업은 9.1%, 범용기계 제조업 6.8%, 전자·기계 부품 생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비철금속 제조업 12.5%, 금속제품 제조업 4.1%의 투자 증가세를 보였다. 각 기업의 투자 기여도에 힘입어 아베 집권 이후 일본경제가 살아났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양극화·규제 동반 해결해야 성과

기업이 자금만 쏟아붓는다고 해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투자를 통한 인프라 구축과 전문인력 확보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4차 산업혁명시대의 규제혁신 방향’에 따르면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인프라 구축 및 신기술에 특화된 전문인력 양성이 신성장동력 확보의 핵심이다.

보고서는 ▲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 컴퓨팅 등 정보통신기술과 이에 기반한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응용기술 연구개발 강화 ▲민간 부문의 기술 활용 및 사업 전개상 필요한 ICT인프라, 컨설팅을 지원할 수 있는 사업 인프라 구축 ▲신기술 및 융합기술 등을 이용하는 서비스에 특화된 전문 인력 양성 등을 산업경쟁력 확보의 조건으로 제시한다.

경제 전문가들이 그린 로드맵대로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이를 적극 가동해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자금도 일부 기업의 투자로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 경우 대기업에 편중된 국내 산업구조가 더 심화될 수 있다.

결국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핵심 키워드로 제시된 신성장동력 확보는 대·중소기업의 양극화 해소 등 또 다른 키워드와 맞물릴 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또 새로운 산업에 빗장을 거는 규제관행도 과감하게 철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0호(2018년 9월26일~10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지완 lee88@mt.co.kr

머니S 산업2팀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106.10하락 55.61 10/23
  • 코스닥 : 719.00하락 25.15 10/23
  • 원달러 : 1137.60상승 9.2 10/23
  • 두바이유 : 79.83상승 0.05 10/23
  • 금 : 78.78상승 0.9 10/23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