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경제, ‘혁신성장 생태계’ 더 늦출 건가

[위기의 한국경제 ‘재도약 키워드’] ③ 두번째 키워드 ‘과감한 규제개혁’

 
 
기사공유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가 위태롭다. 국내총생산 순위는 2005년 세계 10위로 정점을 찍은 뒤 12년째 11~15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경제가 다시 도약할 방법은 무엇일까. <머니S>가 민간경제연구소와 대학의 경제전문가 15명에게 그 키워드를 물었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키워드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와 경제도약의 실질적 방안을 모색했다. <편집자주>

한국경제의 위기를 알리는 시그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정부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상위권에 속한다며 위기설을 부인하지만 투자·고용·소비심리 등 경제지표가 일제히 경기침체를 입증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설비투자지수는 최근 5개월 연속 하락했고 생산과 소비는 0%대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앞으로의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99.8로 부정적이다. 한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핵심 주체는 기업이다. 하지만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힘을 쓰지 못하는 실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미미한 '규제개혁 체감효과'

문재인정부는 출범 1년 규제혁신 완료 건수가 242건으로 전임 박근혜정부(197건)보다 적극적인 규제개혁을 진행 중이라고 자평한다. 하지만 기업이 체감하는 규제개혁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달 초 이틀간 국회를 찾아 문희상 국회의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여야 의원 40여명과 릴레이 회동을 갖고 규제개혁 입법을 촉구했다.

박 회장은 국회 면담에서 “지난 8월 임시국회에서 기업 관련 법안이 하나도 통과되지 않아 경제계가 허탈감과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며 “성실한 대다수 기업이 역동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큰 그림을 봐 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규제개혁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앞서 박 회장은 지난 6월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만나 “규제개혁을 건의한 것만 38번째인데 상당수가 해결되지 않아 기업이 체감을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머니S>가 창간 11주년을 맞아 민간경제연구소와 대학의 경제전문가에게 ‘한국경제 재도약 키워드’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도 경제계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주요 재도약 키워드로 '신사업 발굴'·'양극화 해소'와 함께 '규제개혁'(27%)을 꼽았다.

백웅기 상명대 총장은 “한국의 미래는 기술발전,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발전, 제조업의 서비스화 등에 달렸는데 해당 분야는 규제개혁을 통해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태경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도한 포지티브 규제가 기업의 신산업 진출을 막고 연구개발 등 거의 모든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봉걸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여러 이익집단이 규제개선을 가로막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막고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을 제거하는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사업 발굴'을 핵심 키워드로 꼽은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신사업 발굴을 통한 시장개발이 장기적으로 필요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규제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윤재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또한 “기존 산업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고 중국의 추격으로 현재의 주요산업도 조만간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며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선 노동시장을 포함한 과감한 규제개혁과 공정경쟁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래픽=머니S 디자인팀
◆규제개혁→기업 투자·고용↑

규제개혁이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세계 최대 경제대국 미국의 사례로 확인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오바마정부 8년간 연평균 110억달러의 규제비용이 발생한 반면 트럼프정부는 지난해 5억7000만달러를 절감하며 기업의 숨통을 틔워줬다.

트럼프노믹스의 핵심은 '대규모 감세·인프라 투자·규제개혁'이다. 이 기조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신규 규제 1건당 기존 규제 2건을 폐지하고 연내 총 규제비용의 증가분이 0을 넘지 않게 하는 ‘규제비용총량제’를 시행했다.

그 결과 오바마정부는 취임 첫해 51개의 신규규제를 입법한 반면 트럼프정부의 신규규제는 3개에 그쳤고 기존 규제67개를 폐지하거나 개선했다. 당초 목표를 넘어선 과감한 규제개혁에 기업들은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 확대로 화답했다.

미국의 실정에 비춰볼 때 우리 정부의 규제개혁 성적은 미흡한 수준이라는 게 한경연의 주장이다. 한국도 규제개혁의 속도를 높이려면 규제비용총량제 법제화를 통해 규제비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중소기업·신산업·창업분야에 편중된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것.

김윤경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혁신 아이디어로 ‘하고 싶은 사업’을 하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며 “지역혁신성장특구 조성과 같은 지역단위에 그치지 말고 규제개혁 단위를 사업이나 기술 등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지난 5월 미국 실업률은 완전고용 수준인 3.8%를 기록했고 중소기업은 인력난마저 겪고 있다”며 “강력한 규제개혁이 포함된 트럼프정부의 경제정책으로 미국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확대된 만큼 우리도 적극적인 규제개혁으로 경기 활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0호(2018년 10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sense83@mt.co.kr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제약·의료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106.10하락 55.61 10/23
  • 코스닥 : 719.00하락 25.15 10/23
  • 원달러 : 1137.60상승 9.2 10/23
  • 두바이유 : 79.83상승 0.05 10/23
  • 금 : 78.78상승 0.9 10/23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