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만남의 장소’… 응답없는 왕년의 랜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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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사진제공=CJ E_M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 2013년 방송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신촌을 배경으로 1994년과 1995년을 넘나든다. 드라마 속 또 다른 볼거리는 그 시대를 상징하는 건물들. 당시 신촌역 출입구를 수십번 왔다 갔다 한 삼천포(김성균 분)에게 좌절을 안겨준 그랜드백화점이 대표적이다. 그랜드백화점은 1995년 9월 할인 매장인 그랜드마트로 바뀌었고 그로부터 벌써 20년이 훌쩍 흘렀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 7번과 8번 출구 사이에 있는 그랜드마트. 연세대 학생은 물론 신촌을 찾는 수많은 이에게 만남의 광장으로 꼽혔던 이곳이 최근 폐점 소식을 전했다. 그랜드마트처럼 주요 상권에서 터줏대감으로 군림했던 마트·식당·아웃렛의 철수가 잇따르고 있다.

신촌 상권의 랜드마크인 그랜드마트 전경/사진=김설아 기자
◆청춘의 상징 ‘신촌 그랜드마트’ 29일 폐점

업계에 따르면 그랜드백화점은 오는 29일 마트신촌점(그랜드마트)의 영업을 종료한다. 그랜드마트는 지난 8월27일 직원들과 임대 상인들에게 폐점 사실을 알렸고 정식 공문을 통해 영업장 폐업 사실을 통보했다.

그랜드백화점 마트신촌점은 공문에서 “정도진흥기업과 계약기간 만료로 인해 본 사업장이 폐업되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매출이 매년 감소하는 등 수년간의 적자를 견디지 못해 더 이상 계약기간 연장을 하지 않고 영업장을 폐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도진흥기업은 올 2분기 기준 그랜드백화점의 지분을 20.13% 보유한 대주주로 건설과 부동산업을 하는 계열사다.

지하철 2호선이 관통하는 신촌역 인근은 과거 서울 최고 상권 중 하나로 꼽히는 대학가 상권의 요지로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주요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앞다퉈 1호점을 내는 격전지이기도 했다.

신촌로터리를 중심으로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가 자리 잡아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많은 유동인구로 붐볐다. 특히 그랜드마트·현대백화점에서 연세대 정문으로 이어지는 거리는 외식프랜차이즈매장, 옷가게, 화장품매장이 빽빽이 들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대학의 밀집과 편리한 교통을 바탕으로 성장하던 신촌은 1990년대 말 프랜차이즈 확산으로 개성이 없어지고 임대료 상승 등으로 빈 점포가 증가해 방문객이 감소하는 등 크게 침체됐다”며 “쇠락기를 걷다 최근 명성이 살아나는 듯했지만 어렵게 버텨온 그랜드마트를 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그랜드마트는 과거 한차례 폐점의 아픔이 있다. 2012년 말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이후 제대로 된 주인을 찾을 때까지 한동안 상설매장 등으로 활용되며 근근이 명맥을 유지해왔다. 이후 이랜드가 건물 일부를 인수해 한식뷔페 ‘자연별곡’, SPA브랜드 ‘SPAO’와 슈펜, 피자몰 등을 입점시키며 패션·음식 복합관으로 재오픈해 운영하는 상태다.

이처럼 주요 지역에서 상징성을 가졌던 건물이 하나둘 설자리를 잃고 있다. 40년 동안 방배동을 지켜온 중식당 ‘함지박’도 지난 8월21일 폐점했다. 함지박은 1978년 개점한 후 명사의 단골집과 모임장소로 사랑 받아왔다.

식당이 유명해지면서 인근 사거리는 ‘함지박 사거리’로 불렸다. 강남·서초 일대 주민 중 ‘함지박’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방배동의 랜드마크로 꼽혔지만 누적된 손실을 버텨낼 순 없었다. 주변에 중식당 등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경쟁력을 잃었고 업황이 나빠지면서 적자가 쌓였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사라지는 상징… 새 주인은?

롯데백화점은 지난 4월 안양1번가의 터줏대감이던 안양점을 매물로 내놨다. 롯데백화점 안양점이 위치한 안양1번가는 지역의 대표 상권으로 꼽힌다. 인지도도 높아 젊은이들의 만남의 장소로 꼽히던 곳이다. 하지만 2012년 인근에 평촌점이 들어서면서 매출이 줄어든 이후 만성적자에 시달렸다.

당시 롯데 측은 “안양점의 영업권을 매각하거나 양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점포의 체질을 개선하고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엔터식스패션쇼핑몰(엔터식스), 세이브 존 등 3~4개 업체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 롯데백화점은 안양점처럼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매각할 계획이다.

이랜드그룹의 최초 아웃렛이었던 NC당산점 전경/사진=김설아 기자
새 주인을 찾지 못하는 곳은 또 있다. 이랜드그룹의 최초 아웃렛이던 NC당산점은 폐점 후에도 폐건물로 방치 되고 있다. NC당산점은 2016년 12월31일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했다. 1994년 4월 ‘2001 아울렛’으로 문을 연 지 22년 만이다.


당산역 사거리 일대는 지역 대표 상권으로 NC당산점이 일대 상권을 주도해 왔다. 백화점처럼 쾌적하면서도 가격이 50~80% 저렴한 새로운 유통공간은 소비자와 업계의 큰 반향을 불러왔다.

그러나 역시 잔치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랜드 측은 임대료와 상권 변화 등을 폐점 이유로 꼽았다. 이랜드 관계자는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면서 임대료가 많이 올라 철수하게 됐다”며 “(건물이 그대로 방치되는 것에 대해선) 이랜드 측 소유가 아니라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NC당산점과 달리 신촌 그랜드마트가 나간 자리에는 이마트의 삐에로쑈핑이 입점을 검토 중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인 삐에로쑈핑은 만물상 개념의 할인숍이다. 지난 6월27일 서울 코엑스에 1호점을 열었으며 지난 6일 동대문 두산타워에 2호점을 열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상징적인 건물도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명암이 갈리는데 신촌 그랜드마트는 역 바로 앞에다 신촌사거리 중심에 있어 여전히 상권을 대표하는 얼굴”이라며 “젊고 개성넘치는 신촌로터리 한복판에 삐에로쑈핑 매장이 자리잡으면 상권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558·5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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