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소비자 사라진' 금융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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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산업이든 소비자 없이는 미래도 없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과거 사례에서 보듯 금융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요즘 핫이슈로 떠오른 주요 금융정책은 어떤가. 인터넷뱅크와 은산분리, 암호화폐 제재 등의 정책에 과연 소비자가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

최근의 금융정책들을 보면 ‘백안시’(白眼視)라는 말이 떠오른다. 중국 진나라 때 죽림칠현의 ‘완적’이라는 이가 있었는데 그의 특기가 백안시였다. 청안(눈동자)과 백안(흰자위)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이다. 완적은 반가운 손님이 오면 청안으로 대하고 반갑지 않은 손님은 백안으로 대했는데 현대사회 들어서는 남을 업신여기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두고 백안시한다고 표현한다.

완적은 어느 날 친구와 바둑을 두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도 마음의 동요 없이 태연히 바둑 승부를 마친 다음에야 두말이나 되는 술을 마시고는 피를 토하며 대성통곡했다고 한다. 때늦은 통곡이었다.

최근 논란을 일으킨 가계금융·복지조사도 소비자를 백안시한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이 실시한 조사에서 표본의 대표성이 작다는 논란과 함께 “정부 입맛에 맞추기 위한 맞춤형 통계”, “통계를 분석이 아닌 해석의 관점으로 본 오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논란은 통계 ‘생산자’인 정부가 ‘소비자’인 기업과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아 생긴 결과다.

금융의 백안시가 왜 무서운가. 소비자를 뒷전에 놓아서다. 이런 정책은 산업을 시장에서 도태시킬 수밖에 없다. 카메라필름에만 목매다가 신시장 개척의 타이밍을 놓쳐버린 코닥·후지·아그파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이 일궈놓은 컬러필름시장은 이제 색바랜 사진이 됐다.

2000년 신용카드, 2005년 주식형 간접투자상품, 2007년 종합자산관리계좌(CMA), 2013년 상장지수펀드(ETF), 2017년 비트코인과 카카오뱅크 등의 성공은 시대흐름을 읽고 소비자의 관심과 욕구를 꿰뚫어봤다는 데 있다. 반면 최근 금융정책의 실패는 소비자를 읽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논란만 키우고 해결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지금은 디지털을 넘어 ‘ABC’(AI, Big Data, Cloud service)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플랫폼시대다. 산업간 경계는 무너졌고 융·복합화가 대세다. 금융상품도 소비자 후생에 초점을 맞추고 스마트플랫폼시대에 맞는 변화와 혁신이 시급하다. 금융당국의 정책도 구더기(부작용) 무서워 장(산업진흥정책) 못 담그는 수준을 벗어나야 한다.

소비자가 생각하는 금융의 미래는 거창하지 않다. 금융이 소비자의 ‘가성비’를 넘어 ‘가심비’를 향할 때 신뢰는 살아날 것이다. ‘신뢰받는 금융’이 꺼져가는 우리 산업의 동력을 살리는 중추엔진이 되길 기대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0호(2018년 10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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