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9·13대책, 강남3구는 찻잔 속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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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동 센트럴아이파크. /사진=김창성 기자
문재인정부 1년6개월여 동안 여덟번이나 이어진 부동산규제의 목표는 치솟는 집값 잡기다. 정부는 집값 인상의 주범으로 지목된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를 매번 겨냥했고 9·13부동산대책도 다르지 않았다. 치솟는 집값을 바라보던 강남 일대는 9·13대책에 긴장한 모습이다. 저마다 손익계산에 분주하면서도 집값 변동 추이에 촉각을 세운다.

강남 일대는 계속된 규제에도 내성이 생긴 탓인지 집값이 계속 올랐다. 하지만 일단 규제가 시작되면 움츠린 모습을 보인다. 최근 찾은 강남3구 역시 다르지 않았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도 있었지만 계속된 규제에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거나 ‘그래도 강남’이라며 자신감을 보이는 주민도 많았다. 강남 3구는 9·13대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자신감 여전한 대장주 ‘강남구’

“그래도 강남인데, 큰 걱정 안합니다. 계속 오르겠죠.” 삼성동 주민 A씨
“뭐가 뭔지 도무지 이해 안된다는 분도 많아요.” 논현동 B공인중개업소
“세금 조금 더 내도 가진 거 내려놓기 쉽지 않을 겁니다.” 대치동 주민 C씨

강남3구의 대장주인 강남은 9·13대책에도 대체로 차분한 모습이다. 수십억원 이상 하는 집값이 정부 규제로 폭락할 가능성이 없는 데다 그동안 반복된 규제에도 잘 버텼다는 인식이 팽배해서다.

매도·매수 문의 모두 줄었지만 매매가가 수십억원에 달하는 만큼 평소에도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곳이라 규제에 따른 시장 급변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는 시각이다.

규제도 규제지만 강남은 집값에 민감하다. ‘당연히 오른다’, ‘가치가 있으니 결국 오른다’는 의식이 팽배해 상승기대감이 하락 우려를 항상 압도한다.

압구정동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규제에 보유세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 높다”면서도 “다만 강남 부동산 가치에 대한 이견은 없는 만큼 가격 하락에 대한 걱정은 없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청담동 주민 E씨도 “시장이 인정한 가치가 값으로 발현된 것인데 이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리려는 게 말이 되냐”며 “정부의 규제 의도는 이해하지만 조준점이 잘못됐다. 강남주민이 아니라 진짜 투기세력을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강남 일대는 정부 정책에 대체로 신경을 안 쓰는 듯 보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민감한 반응이다. 그래도 집값 상승에 대한 자신감은 여전해 정부 규제를 관망하는 분위기도 강하다. 정부 규제에 대한 반발 심리가 강남일대에 짙게 깔려 초반에는 주춤할지라도 결국에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믿음이 강하다.


압구정동 주민 F씨는 “강남의 가치는 시장에서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에도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며 “조금 주춤할 순 있어도 결국에는 제자리를 찾는 게 강남부동산”이라고 자신했다.


역삼동 G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 규제가 이어진다고 수십억원이나 하는 매물이 갑자기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도 적고 매물이 쏟아져도 대출 규제가 심해 이를 사들일 자금력을 가진 사람도 마땅치 않을 것”이라며 “선택은 강남 재력가의 몫이지만 결국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어떤 칼날이 들어와도 강남 집값은 요지부동”이라고 전망했다.
한산한 잠실동 공인중개업소. /사진=김창성 기자
◆“빚내서 입성했는데”… 아쉬운 ‘서초구’

최근 서초구의 아파트 시세는 반포 일대가 주도한다. 고급 빌라 등이 들어선 방배동도 서초구의 대표적인 부촌이지만 한강 조망권과 뛰어난 교통 접근성 등을 앞세운 반포 일대에 최근 새 아파트가 들어서고 재건축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강남구에 대적할 만한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특히 최근에는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의 시세가 3.3㎡당 1억원을 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반포 일대 집주인은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다.

반포동 주민 H씨는 “자금력이 풍부한 집주인이야 시세 흐름에 둔감할 수 있지만 어렵게 돈을 마련해 입성한 사람은 매달 나가는 대출 이자 등을 생각하면 집값 흐름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지 않냐”며 “교통·학군·편의시설이 뛰어나니 너도나도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들어오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잠원동 주민 I씨도 비슷한 입장. 그는 “정부 규제로 집값이 떨어지면 시장 안정화 측면에서는 성공일지 몰라도 대출 받아서 이사 온 사람들의 상황은 무시하겠다는 거냐”며 “집을 갖고 있어도, 팔아도 부담을 주는 규제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정부와 시장 수요자의 관점은 판이하다. 수요자는 자녀교육은 물론 편의시설, 주거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강남3구 입성을 꿈꾼다. 자금능력 이상의 무리한 지출을 하면서까지 강남에 입성하려는 이유다.

반면 정부는 돈 없으면 무리해서 집을 사지 말라며 대출까지 규제했다. 대출 규제로 강남에 입성하려는 수요자의 돈줄이 막히자 집을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사람까지 곤란해진 상황.

반포 J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가 수요자의 현금동원 능력까지 꼼꼼히 따져서 자금출처를 밝히겠다고 한 상황이라 청약시장뿐만 아니라 매매시장까지 얼어붙을 수 있다”며 “집값을 잡기 위해 사방을 옭아맬 필요는 없다. 단순히 사고파는 사람에게까지 세부담을 가중시키면 시장의 반발만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서초동 주민 K씨도 비슷한 입장. 그는 “정부 규제로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순수하게 가족이 살 집을 장만한 사람들 아니겠냐”며 “집값 잡다 서민도 잡을 판이다. 강남에 산다고 다 투기세력으로 모는 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물을 확인하는 한 수요자. /사진=김창성 기자
◆“너무 한산해요”… 조용한 ‘송파구’

“이 동네 사시나요? 혹시 집 내놓으러 오셨어요?”
“얼마나 올랐나 분위기만 보러 왔습니다.”
“정부 규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너무 복잡해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공인중개업소가 밀집한 송파구 잠실동의 한 상가를 찾은 주민 L씨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집값을 잡겠다며 정부가 툭하면 규제를 쏟아내고 있어 얼마나 시세변동이 있는지 수시로 확인 중이지만 너무 복잡해서 팔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는 “고생해서 돈 벌어 집 두채 있는데 아직도 은행 대출금을 갚고 있어 빠듯하다”며 “팔려니 양도세 부담이 있고 그냥 갖고 있자니 보유세 부담이 있고 뭘 어찌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집값이 계속 올라도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고 씁쓸해 했다.

이어 “규제를 하더라도 나이 든 사람이나 부동산 거래를 처음 해보는 사람을 위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아 정부로부터 홀대받는 느낌”이라며 “집을 사고파는 일 외에도 세금문제 등 여기저기 챙겨야 할 게 너무 많은데 자칫 하나라도 빠트려 불이익을 보더라도 책임은 전부 당사자 몫이란 건 말이 안된다. 집값 잡기에만 급급한데 복잡한 규제를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천동 주민 M씨는 조금 격앙됐다. 그는 “정부의 부동산규제를 지켜보고 있지만 오히려 주거안정을 해치는 행위로 보인다”며 “사고파는 일은 시장이 알아서 할 일이지 왜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해 애꿎은 사람까지 고민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파구 주민들 역시 불만 섞인 목소리는 뚜렷했다. 재건축 추진 아파트와 연말 헬리오시티 입주 등 부동산시장의 굵직한 이슈가 많아 시세 흐름과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공인중개업소 일대는 한산한 모습이다. 상가에 차를 마시러 오거나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을 빼면 공인중개업소를 오가는 사람은 드물었다. 가끔 매물이나 시세를 확인하러 공인중개업소 앞을 서성이는 이는 있었지만 발길이 확연히 끊긴 모습이다.

잠실동의 N중개업소 관계자는 “9·13대책이 발표되자 계약을 하려다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며 “대책 발표 때마다 집값 흐름을 지켜보며 매도·매수 흐름을 관망하는 분위기가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0호(2018년 10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solrali@mt.co.kr

머니S에서 건설·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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