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OO' 빼면 망하는 상업용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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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 가중평균 금리)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금리가 지난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은행의 예·적금은 물가상승분만큼도 이자를 받지 못해 실질적으로 손해를 본다는 의미다. 또한 주식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 선호종목 30개의 10년간 투자성과가 –74%로 시뮬레이션된 바 있다. 연기금·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이 주로 거래한 30개 종목 10년 수익률 역시 9%로 예금만도 못하다. 외국인투자자 수익률만 78%였다.

금융시장에 돈 묻어두기가 힘들다보니 연금으로 안정된 노후를 확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부동산임대소득에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지난해 도입한 주택임대사업자 활성화정책이 1년을 못 넘기고 번복되면서 일관성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졌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간주하는 부정적인 시각이 강해져 종부세 인상에 영향을 받지 않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상업용부동산에 관심이 쏠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상업용부동산임대는 주택임대와 달리 충분히 연구하고 접근해야 한다. ‘피겨퀸’ 김연아는 2010년에 인천 송도의 복합상가 ‘커넬워크’ 4블록에 있는 상가 3채를 약 30억원에 구매했는데 2년 가까이 임대수입이 없었다. 등기부등본상 10억800만원 근저당이 설정돼 은행대출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가 전체 공실률은 75%에 달했다. 이제야 상가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김연아만큼 경제력이 크지 않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서부지역으로 집중되는 유동인구


상업용부동산은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다. 주택임대에서는 임차인 소득과 관계없이 월세가 정해지지만 상업용부동산은 임차인 장사가 얼마나 잘되느냐에 따라 임대료가 영향을 받아서다. 취득 시 예상한 수익률과 실제수익률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는 공실이 생기지 않지만 상업용부동산은 공실기간이 길어지면 이를 감안하지 않고 계산한 수익률보다 실제수익률이 훨씬 작아진다.

입장 바꿔 점포를 구해 창업을 할 때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도 입지다. 자영업으로 선호도가 높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운영에서도 창업자들의 실패이유 중 절반 이상이 '자리 때문'이라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결과가 있다. 24시간 편의점이 많이 늘어나 수요 대비 공급 과잉으로 편의점당 수익이 줄어도 입지에 따라서는 다른 편의점의 몇배로 돈을 버는 점포도 있다.

노후대비 목적의 임대용부동산은 장기보유가 전제돼 미래수익률이 현재와 달라질 수 있으니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상업용의 입지가치도 세월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주변상황이 변하거나 유동인구 흐름이 달라지면 임대료는 영향을 받는다. 임차인이 떠나가는 곳은 임대료가 내려가고 들어오려는 임차인이 늘어나면 임대료가 올라간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년 만에(2016년 4분기 대비 2017년 4분기) 임대료가 가장 많이 올라간 곳은 종각역(38.4%)이다. 보신각 주변 젊음의 거리에는 유동인구가 집중되고 업무시설이 많아 직장인 수요가 탄탄하다. 망원동(15.1%), 신촌(13.1%), 연남동(12.7%) 등 젊은이들 발길이 잦은 서울 서부지역 상권도 임대료가 급등했다. 이대앞(19.5%)도 지난해 임대료가 상승했지만 2013년에 18만원까지 육박했던 3.3㎡당 임대료(한국감정원 시세 기준)가 2016년 1분기에는 9만1410원까지 떨어져 반토막났다. 크게 하락한 폭의 일부가 회복되는 셈이다.

반면 강남상권인 신사역(-17.2%), 압구정(-13.0%), 잠실새내역(-13.8%) 등은 지난해 임대료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젊은이들이 서부지역으로 많이 옮겨가고 중국인관광객 감소로 화장품점 상권이 부진한 영향이 컸다. 인사동과 북촌(-10.8%)도 중국인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업종이 몰려 임대료가 하락했다. 요즘 20~30대는 강남보다는 홍대앞, 연남동, 상수동 등 서부지역에서 만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강남에서는 제2롯데월드 등 복합몰로 수요가 분산돼 길가 상가 수요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충분히 공부하고 비교한 후 결정

세부 입지에서는 대중교통접근성, 차량접근성, 도보접근성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 접근성이 좋고 가시성이 높아 고객유입이 용이한 곳의 점포가 임대료를 높게 받을 수 있다. 지하철역이 가까운 곳은 유동인구가 많다. 또 건물 앞 도로가 넓으면 차량접근이 용이하고 코너에 입지하면 눈에 잘 띈다. 다만 수도권은 지하철역에서 가깝고 눈에 잘 뜨일수록 임대료가 증가하는 반면 지방은 접근성과 가시성보다는 중심상권 입지 여부가 더 중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파트단지 상가에서는 배후단지의 세대규모가 클수록, 도로 폭이 넓을수록, 평지에 위치할수록 임대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파트 대형평형에 사는 사람들은 구매력이 높아 대형평형이 많은 단지의 상가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잘 나오는 편이다. 다만 언덕으로 올라가는 곳이나 사람들의 유동흐름이 다른 길로 계속 이어지지 못하고 끝나는 곳이라면 눈에 띄더라도 발길이 뜸할 수 있다. 지역이나 상권의 특성, 배후수요, 희소성, 그리고 미래가치까지 고려해 입지를 다각도로 꼼꼼히 따져야 한다.

임대 초기에 높은 수익을 얻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수익이 떨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필자의 지인도 유동인구가 많은 곳의 의류매장용 상가를 프리미엄을 주고 구입해 초기에는 괜찮은 수익이 들어왔지만 나중에 주변상황이 달라지면서 임대료가 계속 내려가 예금이자수익보다 못한 수준이 됐다. 입지가 더 좋은 인근 부지에 유사업종의 다른 건물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그쪽으로 옮겨갔고 지인의 건물은 1층을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썰렁한 상태가 됐다. 몇년 뒤 손실을 보고 처분했는데 그동안 얻은 임대수익의 대부분을 반납했다.

자주 다녀보지 않은 지역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그 지역에 많이 다녀봤거나 오랫동안 주거하는 사람들 얘기를 꼭 들어봐야 한다. 지인을 따라 중개업소에 매물로 나온 상업용부동산을 살펴본 적이 있는데 그는 사고 싶어 했다. 그러나 필자가 그 지역 주된 고객층에게 확인한 결과 그 동네에 오는 사람이 예전보다 줄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구입을 포기하도록 권유했다. 훗날 그 동네의 점포 임대료가 내려간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 언론에 나오는 상황만 보고 구입을 결정하기보다 지역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대안이 되는 다른 지역과 비교·검토한 후 판단해야 한다. 입지선정부터 입지의 미래변화까지 예상해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0호(2018년 10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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