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000억대 팔린 상품권이 돈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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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가 지역경제를 살리는 '마중물'로 떠올랐다.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치부되다 역외유출 차단을 위한 법정화폐의 대안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지역에서 돈을 돌게 해 소상공인과 지역주민, 지방자치단체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일거삼득’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시작된 지역화폐 열풍은 수도권 인근의 대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엔 블록체인기업이 지역화폐 플랫폼 시장에 진출하면서 종이로 발행되던 형태도 가상화폐로 진화하고 있다. <머니S>가 지역화폐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지자체를 찾아가 현황을 조명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했다. <편집자주>

[지역화폐 열풍] ④ ‘성남사랑상품권’ 써보니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돌고래시장(상가)./사진=김정훈 기자

경기 성남시는 지역화폐 유통이 활발한 지방자치단체로 꼽힌다. 2006년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전통시장과 마트, 각종 상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성남사랑상품권'을 전격 도입했다. 도입 초기에는 일부 재래시장에서만 사용됐지만 현재는 가맹점만 수천곳에 이를 만큼 사용처가 확대됐다. 성남시 시장과 상가에서 상품권을 사용하는 소비자와 상인을 만나봤다.

◆전통시장·상가에서 유통 활발

성남사랑상품권은 시에 위치한 농협출장소와 일반농협, 시·구청 등에서 성남시민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제시하면 구입할 수 있다. 용인시민인 기자는 성남시에 사는 지인에게 부탁해 분당구청에서 1만원권 5장을 대리구입했다. 구매 시 6% 할인이 적용돼 상품권을 4만7000원에 구입해 3000원 이득을 봤다. 상품권은 한번에 1인 10만원, 월 50만까지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구입할 수 있다. 

상품권을 구입한 뒤 분당에서 꽤 규모가 큰 전통시장인 돌고래시장을 찾았다. 이곳은 대규모 아파트단지 인근이어서 늘 고객으로 북새통이다. 시장을 방문한 날은 추석연휴를 앞두고 제수용품을 사려는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청과점으로 발길을 옮겼다. 고객들이 입구부터 줄을 섰다. 몇몇 고객은 지갑에서 주섬주섬 상품권을 꺼내기 시작한다. 과일가게 주인은 "이곳 주민들은 상품권이 없어서 못 쓸 정도"라고 했다. 과일을 산 고객 박모씨(34)에게 평소 상품권을 많이 쓰냐고 묻자 "지난달 시에서 산후조리지원금을 상품권으로 받았다"며 "다른 상품권 사용처를 잘 몰라 이곳에서(돌고래시장)에서 주로 쓴다"고 말했다.

전을 파는 가게를 찾았다. 상인에게 말을 건네기 힘들 만큼 사람이 많았다. 전을 구입하고 상품권을 건네며 몇마디 물어봤다. 그런데 그의 손에 성남상품사랑권 외에 온누리상품권도 함께 쥐어져 있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에서만 사용하는 상품권이다. 이곳에서는 두 상품권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상품권을 내는 손님이 많은 것 같다고 묻자 그는 "고객 절반 이상이 상품권 손님"이란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성남사랑상품권이 화폐로서 대중화됐음을 알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상품권을 낸 후의 반환금이다. 대부분의 상품권은 액면가의 80%를 넘어야 거스름돈을 현금으로 받는다. 성남사랑상품권 뒷면에도 이점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상품권으로 지불하는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 액면가 80% 이상을 사용하지 않아도 대부분 거스름돈을 현금으로 받았다.

한 상인에게 구입가와 상관없이 거스름돈을 주는 것이냐고 묻자 "여기 주부들 상대로 그런 것 일일이 따지면서 장사할 수 있을 것 같냐"며 웃었다. 대부분의 상인이 상품권 구입가격과 별개로 거스름돈을 주는 것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는 듯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분당 서현역 인근에 위치한 A상가를 찾았다. 상가 안 상점 대부분은 입구에 성남사랑상품권 가맹점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다. 한 안경점 상인 김모씨(55)는 "이곳 상가 전체가 가맹점으로 등록됐다"며 "지불액을 현금 대신 상품권으로 받아도 특별한 불이익이 없다. 고객이 상품권 사용을 원하니 당연히 받아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사진=김정훈 기자

성남시 시장현대화과에 따르면 지난 8월31일 기준 성남사랑상품권의 누적 발행액은 1615억원이며 누적 판매액은 1471억원이다. 발행된 상품권 91.1%가 판매된 것으로 성남시 내에서 성남사랑상품권이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소진수 성남시 유통행정팀 상품권 담당자는 "전임 이재명 시장 재임 때 복지수당으로 성남사랑상품권을 지급하기 시작하며 발행량이 대폭 늘었다"며 "은수미 현 시장도 지역화폐 1000억원 확대 정책을 펴고 있어 앞으로 상품권 발행이나 가맹점이 더욱 늘어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맹점 부족' 발전엔 한계

아파트 위주의 신도시가 발달한 분당은 주변 상가에서 비교적 쉽게 상품권 사용처를 찾을 수 있었다. 분당을 벗어나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인근 B상가를 찾았다. 이곳에서도 군데군데 성남사랑상품권 사용처를 발견할 수 있었지만 사용이 불가능한 곳이 더 많아 보였다. 

현재 성남시 내 상품권 가맹점으로 등록된 곳은 3700여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일이 상품권 사용처를 확인하기 어렵다. 일부 가맹점은 가게 외부에 가맹스티커를 부착하지 않아 사용처인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또한 가맹점 스티커를 부착한 곳이라도 상품권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기자가 B상가 가맹 음식점에서 식사 후 상품권을 내밀자 이곳 주인은 현금이나 카드를 달라고 요구했다. 기자가 "밖에 스티거를 봤다. 가맹점 아니냐"고 묻자 "그렇긴 한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상인은 상품권을 일일히 농협에 가서 환전해야 해서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상인들은 고객에게 받은 상품권을 취급은행에 가서 직접 환전해야 현금화할 수 있다. 상품권은 카드수수료가 없는 장점이 있지만 상인들은 유일한 상품권 환전은행인 농협을 직접 찾아가야 하는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
상점 외부에 부착된 성남사랑상품권 사용처 인증 스티커./사진=김정훈 기자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성남사랑상품권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심지어 동네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기업형 슈퍼에서도 사용이 불가능하다. 또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사용할 수 없다. 애초에 발행 취지가 지역경제 살리기인 만큼 사용처가 기업형상점이 아닌 중소형상점으로 제한된 탓이다.

시민들은 아쉬움을 토로한다. 성남시민 서모씨(38)는 "집 인근에서 상품권을 사용하려면 타 지역 전통시장을 찾아가야 한다"며 "소비자 발길을 전통시장으로 돌려보려는 정책임을 이해하지만 주로 대형마트나 인터넷쇼핑을 선호하는 최근 소비행태를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성남시 측은 상품권 사용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계약직 6명을 고용해 가맹점 확대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사용편의를 고려해 단순 사용처 확대보다는 일부 금액만이라도 대형마트나 온라인쇼핑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지역화폐가 더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상품권 사용처 확대가 절실해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1호(2018년 10월10~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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