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돈 1조원’ 증발한 코스닥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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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폐지가 예고된 코스닥사 주주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 DB
코스닥시장에서 소액주주 8만여명의 주식 6000억원이 증발했다. 11개의 코스닥 상장사가 감사의견을 거절당해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해 상장폐지된 탓이다. 이들 종목 중 일부는 정리매매 기간에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단기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투기장을 방불케 한다.

11개 종목 무더기 상폐 결정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11개 종목의 상장폐지가 결정돼 지난달 28일 정리매매가 시작됐다. 문제는 이 종목들의 소액주주 지분율이 41.51%에서 95.11%에 달할 정도로 높아 개인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입게 됐다는 점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번에 상폐되는 11개 종목의 지난해 말 기준 소액주주는 모두 7만7556명이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을 정리매매 전 가격으로 환산하면 6677억원에 달한다. 종목별로 소액주주의 보유지분 가치가 높은 종목은 에프티이앤이(1280억원), 모다(1205억원), 파티게임즈(1082억원), 트레이스(741억원), 감마누(733억원) 등이다. 소액주주 숫자가 가장 많은 종목은 감마누(1만2386명), c&s자산관리(1만767명), 트레이스 (8851명) 순이다.

정리매매가 시작된 지난달 28일 이 종목들은 모두 90% 가량 하락한 가격에 거래됐다. 소액주주의 지분가치 약 6000억원이 하루아침에 증발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정리매매는 마지막 날 낙폭이 도드라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액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피해주주들은 지난달 26일부터 한국거래소 앞에 모여 상장폐지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번 상장폐지 과정은 여러면에서 문제가 있으니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정리매매를 보유해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거래소가 감사기간을 연장해달라는 기업들의 요구를 부당하게 묵살했다고도 주장했다.

일부 피해주주는 “아들 대학 등록금이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막막하다”는 등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들은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올리고 거래소에서 시위를 이어가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주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는 절차적인 문제를 이유로 상장폐지 번복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규정에 따른 상장폐지이므로 이의 신청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도 "집단 상장폐지가 이례적이지만 번복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상폐 이후 재상장은 기간의 제한없이 가능하다. 다만 상폐 사유가 해소되지 않아 정리매매가 시작된 종목이 빠른 시간 안에 재상장을 준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0분 단위로 ‘폭탄 돌리기’

상장폐지가 결정된 대부분의 종목은 거래소를 상대로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이들의 가처분 신청 소식에 일부 종목은 정리매매 기간에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기대심리가 반영된 덕분이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거래소가 결정한 상폐가 번복된 사례는 없었다. 

정리매매 둘째날인 지난 1일 감마누 주가는 장중 전일 종가 대비 181.69% 폭등한 1200원까지 치솟았다. 이날 감마누는 30분 만에 시세가 30% 급락했다. 위너지스도 장중 86.43% 폭등했다가 30% 가량 하락한 44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정리매매는 가격변동제한폭이 적용되지 않고 30분 단위로 단일가 매매가 이뤄진다. 이 30분 사이에 상한가를 몇번이나 갱신하기도 하고 하한가를 기록하기도 한 것이다.

정리매매 주식에 투자자들이 몰린 것은 상폐가 결정된 종목들이 우회상장이나 재상장 의사를 밝히며 상폐 절차 가처분 신청을 낸 것에 따른 기대 심리로 풀이된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상폐가 결정된 종목이 신청한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진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상장이 유지된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상폐가 결정된 회사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사례 중 가장 유명한 것은 2009년 네오리소스와 디보스다. 당시 네오리소스는 자본 전액 잠식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진행한 증자에서 신규 자금 일부를 차용금 변제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된 사실이 적발돼 상폐가 결정됐다. 같은 해 디보스도 정리매매 기간 중 상장폐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정리매매가 중단됐지만 결국 본안 소송까지 가지도 못하고 정리매매 일정을 연기하는 데 그쳤다.

거래소 관계자는 “절차상 상장폐지가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번복될 가능성은 없다”며 “과거에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사례가 종종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최근에는 그런 사례가 거의 없다. 과거 사례에서도 결론적으로 상장폐지가 번복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리매매 기간의 주가 폭등은 결국 폭탄 돌리기”라며 “이미 많은 투자자가 큰 손실을 입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피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1호(2018년 10월10~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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