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에서만 쓰이는 돈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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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가 지역경제를 살리는 '마중물'로 떠올랐다.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치부되다 역외유출 차단을 위한 법정화폐의 대안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지역에서 돈을 돌게 해 소상공인과 지역주민, 지방자치단체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일거삼득’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시작된 지역화폐 열풍은 수도권 인근의 대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엔 블록체인기업이 지역화폐 플랫폼 시장에 진출하면서 종이로 발행되던 형태도 가상화폐로 진화하고 있다. <머니S>가 지역화폐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지자체를 찾아가 현황을 조명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했다. <편집자주>

[지역화폐 열풍] ① 경제공동체 살리기 ‘마중물’

지역화폐 열풍이 거세다. 추석을 전후해 경기 시흥시가 새로운 지역화폐를 선보였으며 인천시 서구는 새 지역화폐 발행 계획을 밝혔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지난달 말 기준 61개에서 올해 말 64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상품권 발행액은 2015년 892억원에서 지난해 3100억원으로 2년 새 3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진보 지자체장이 대거 당선된 만큼 앞으로 지역화폐 수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지역화폐는 말 그대로 특정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화폐다. 국가(한국조폐공사)가 발행하는 법정화폐와 달리 각 지자체가 발행하며 관리까지 맡는다. 행안부의 제도적 지침에 따라 ‘고향사랑 상품권’으로 불리며 성남사랑상품권, 포항사랑상품권 등과 같이 지역이름이 앞에 붙는다.

◆수도권 대도시 도입 잇따라

지역화폐 열풍은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며 예고됐다. 지난해 문재인정부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지역화폐 활성화를 제시하면서다. 무너지는 골목상권을 살려 지역경제를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고향사랑상품권 활성화 법률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각 지자체가 조례를 기반으로 지역화폐 운영기금을 조성한다.

지자체가 지역화폐에 주목하는 것도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다. 지역에서만 유통되는 화폐를 발행해 자본이 역외로 유출되는 걸 막겠다는 의도다. 예컨대 중소도시에 위치한 공장에서 노동자가 일하며 제품을 생산해도 수익은 공장 본사가 있는 대도시로 유입된다. 대형마트나 프랜차이즈 카페, 온라인쇼핑몰도 마찬가지다.

국내 지역화폐 권위자인 문진수 서울신용보증재단 상임이사는 <머니S>와의 통화에서 “건설사, 유통사 등이 지방에서 대거 운영되지만 해당 지역에 기여하는 건 비정규직 인력을 일부 고용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노동자가 돈을 벌어도 부가가치는 서울 본사로 들어가고 있다”며 “지역내 총수출이 총수입보다 큰 것(역외유출)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인 가치교환 시스템으로 지역화폐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시흥시 지역화폐 ‘시루’. /사진=시흥시

수도권 이외 지역, 특히 중소형 지역일수록 지역화폐 발행에 관심이 높다.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지자체는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56개로 강원도(10곳)와 충북(9곳), 충남(8곳), 전남(8곳) 등이 가장 많다. 경기지역은 2곳(성남시, 가평군)에 불과했으며 인천(강화군)과 광주(남구)는 각 1곳에 그쳤다. 다른 광역시와 서울은 발행하지 않았다.

지역화폐 열풍은 최근 수도권 대도시로도 확산되고 있다. 전국 단위에선 서울과 경기도의 역외유입이 가장 크지만 경기지역 안에서도 역외유출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화폐에 관심이 많아졌다. 보통 지역민의 주요 생활권이 인근 대도시인 경우가 해당한다. 해당 지역에서 거주하지만 대도시에서 근무하며 소비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지역화폐 발행 계획을 밝힌 인천 서구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인천 서구의 역외소비율(52.8%)은 전국에서 가장 높지만 소비유입률(25.3%)은 수도권에서 가장 낮다. 돈을 지역에서 돌게 하기 위해 서구는 내년 초 지역화폐를 발행할 계획이다.

경기 시흥시는 지난달 17일 지역화폐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 기준 4157개 가맹점에서 지역화폐인 ‘시루’를 사용할 수 있으며 발행처도 더 늘릴 방침이다. 올해 3억3000만원인 운영비용을 내년까지 15억원으로 늘리고 시루 유통량은 올해 20억원에서 내년 2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시흥시 지역공동체과 관계자는 “인구가 50만명 정도로 작지 않지만 소비는 인근 지역인 부천이나 서울, 안산에서 주로 이뤄진다”며 시루 도입배경을 설명했다.

◆소상공인-사용자-지자체 모두 ‘윈윈’

지역화폐는 지역에서 돈이 돌게 하면서 내부적으로 소비와 생산을 촉진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

지역주민은 지역화폐를 액면가 대비 저렴한 비용으로 구입해 할인혜택을 받는다. 선할인율이 5%라면 9500원으로 1만원짜리 지역사랑상품권을 구매하는 식이다. 지자체들은 보통 6%를 할인해주며 명절기간에는 10% 이상을 할인하기도 한다. 사용자가 할인받은 가격은 고스란히 소상공인에게 돌아간다. 소상공인은 지자체와 협약을 맺은 판매대행점(시중은행)에서 법정화폐로 바꿀 수 있다.

할인금액을 보전하는 건 지자체다. 지자체는 조례로 지역화폐 운영기금을 조성한다. 지역 내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역화폐를 활성화할수록 예산대비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역외유출을 차단해 지방세를 더 걷을 수 있어서다. 또 관광객이 많은 경우 지역 내 소비를 유발할 수도 있다. 관광객이 할인혜택을 바라고 3만원 어치의 지역사랑상품권을 구매했다면 실제론 이보다 더 많은 소비를 기대할 수 있다.


지역의 소상공인은 물론 사용자(지역주민)와 지자체가 지역화폐 도입으로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얻었다는 실증적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고향사랑상품권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강원 양구군의 소상공인 소득 대비 상품권 부가가치율은 2.13%로 나타났다. 소상공인 1인당 소득이 평균 2.13% 상승했다는 의미다. 화천군의 경우 1.12%였다.

지역주민과 지자체도 덕을 봤다. 양구와 화천의 주민 1인당 연간 소득은 각각 5만3400원, 2만6600원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양구와 화천의 지역화폐 발행 및 운영예산 대비 부가가치 창출효과는 각각 6.34배, 15.86배에 달했다.

전대욱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소상공인이 상품권(지역화폐)을 지역 안에서 통용시킴으로써 역내순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가 주민 중 소상공인 비율이 높은 농산어촌에서 크게 나타났다”며 “지방 거점도시나 특별·광역시라 하더라도 지역공동체와 소상공인 같은 특정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활용하면 도입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화폐의 보이지 않는 효과

지역화폐는 ‘보이지 않는 효과’도 창출한다. 경제적 수치로 환산할 수 없지만 지역 공동체를 더 끈끈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보통 국가주도형이 아닌 민간이 발행하는 지역화폐의 주된 목적이기도 하다.

‘마포경제공동체 네트워크 모아’가 2015년 도입한 서울 마포구 지역화폐 ‘모아’는 대표적인 민간주도형 지류(종이)식 지역화폐다. 이 단체는 지역화폐 도입 이유로 “더불어 잘 살자는 뜻에서 함께하는 공동체가게를 알게 되고 (지역민과 소상공인이)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사용자가 모아를 사용하면 가맹점(공동체가게)은 공동체기금을 내는데 이중 절반이 공동체 활성화 목적으로 쓰이며 나머지는 모아 운영기금으로 사용된다.

최태규 망원시장 상인회장은 “현금으로 매주 교환 가능한 온누리상품권과 달리 모아는 2주가 지나야 환금할 수 있는 불편함 때문에 초기엔 반대의견도 많았다”며 “모아를 사용하는 지역민을 보면 유대감이 생긴다는 데 상인들이 동의했고 지난해부터는 시장 내 모든 점포(87개)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윤성일 마포경제공동체네트워크모아 대표는 “지자체와 협력해 모아의 복지정책 활용 방안 등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마포경제공동체 네트워크 모아’가 발행하는 민간 지역화폐 ‘모아’. /사진=서대웅 기자

2000년 대전에 민간 지역화폐 ‘두루’를 도입한 한밭레츠의 김찬옥 두루지기는 “두루 도입 목적은 공동체 복원”이라며 “지역화폐 거래는 ‘관계성’에서 출발한다. 주민과 상인이 직접 만나야 해 결제방식이 불편하지만 이 과정이 반복되면 공동체 내부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기준 660가구가 한밭레츠 회원으로 가입해 두루를 사용 중이며 15년 이상 회원을 유지하는 가구는 114곳에 달한다. 2년 안에 탈퇴한 곳은 91곳에 불과했다.

문진수 상임이사는 “영미권 등 금융 선진국에선 99.9%가 민간주도로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국가는 보조하는 형식을 취한다”며 “민간이 지역화폐를 도입하는 건 지역경제 활성화 외에도 공동체 복원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전대욱 수석연구원은 “지방정부 주도로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국내의 경우 과도기 모델로 볼 수 있다”며 “지역화폐의 공동체 효과를 내기 위해선 지역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성장에서 재생 중심으로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는 현 시점에선 지역경제의 다양성 확보가 중요한데 지역화폐가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며 “경제적 창출의 도구보다 공동체 복원의 관점에서 지역화폐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1호(2018년 10월10~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서대웅 mdw1009@mt.co.kr

<머니S> 금융팀 서대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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