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에 두손 묶인 1인방송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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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1인방송 전성시대다. 아프리카TV가 장악했던 국내 1인방송시장에 유튜브가 뛰어들면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였다. 먹방, 게임, 뷰티, 키즈, 버라이어티 등 여러 장르에 걸쳐 막대한 팬덤층을 거느린 인기 크리에이터들이 정착했다.

예능프로그램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대도서관, 윰댕, 밴쯔 등 인기 크리에이터를 주축으로 한 ‘랜선라이프-크리에이터가 사는법’은 JTBC를 통해 매주 금요일 밤 9시에 방송된다. SBS의 경우 추석연휴 기간 이영애, 강호동, 양세형 등 인기스타들의 크리에이터 도전기를 다룬 ‘가로채널’을 파일럿으로 편성해 눈길을 끌었다.

성장이 있으면 고통도 따라오는 걸까. 1인방송 콘텐츠는 2015년부터 업계 자율규제로 운영되다 보니 욕설, 폭력, 도박, 음란 방송이 무분별하게 쏟아졌다. 모니티링을 강화하고 수시로 단속해 순수 콘텐츠산업을 육성한다는 자구책도 큰 효용성을 갖지 못했다.

오히려 영상 트래픽이나 별도 재화로 수익을 얻는 구조 때문에 일부 크리에이터는 한층 자극적인 소재를 내세웠다. 이에 규제강화 목소리가 나오자 제재 규정이 불분명한 데다 별도 규제를 만들어도 자칫 표현의 자유를 해쳐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1인방송 규제는 올 들어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경쟁력과 유해성, 그 기로에 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MCN(다중채널네트워크)시장 규모는 3000억원에 달하며 매년 2~3배씩 성장하고 있다. 2020년에는 1조원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치가 피부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1인방송 크리에이터를 육성한 MCN업계는 몸집을 키웠지만 일부 크리에이터의 지나친 행동이 쌓여 규제 필요성을 실감케 했다.

지난달 28일 새벽 한 유튜버가 자신의 차량을 몰고 시청자를 죽이러 가겠다며 방송을 진행해 경찰이 출동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술을 마시며 방송을 진행하다 시청자와 시비가 붙어 감정이 격화된 것이 화근이었다.

비단 유튜버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아프리카TV 1세대 BJ로 이름을 알린 철구는 지속적인 폭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철구는 지난 4월 진행한 방송에서 욕설을 반복했고 시청자 신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지난달 14일 ‘7일 방송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는 방심위가 2015년부터 철구에게 시정요구 및 자율규제 권고를 각각 4회와 5회 내렸음에도 지키지 않은데 대한 가중처벌이다.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팝콘TV의 경우 지나친 선정성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지난해부터 불법 유통 콘텐츠 근절 캠페인 등 자구책을 선보였지만 여전히 자극적인 방송이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시청자들과 일부 시민단체는 통합방송법 제정 논의가 이뤄지는 만큼 1인방송도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채 방치되면 청소년을 비롯한 시청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우려에서다. 시장 동일 규제원칙에 따라 1인방송도 현행 방송사업자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 콘텐츠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1인방송에 통합방송법을 적용하거나 별도 규제를 만들면 관련부처가 크리에이터와 MCN업체에 대한 직권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선정성, 혐오 표현, 욕설 등 처벌기준의 수위를 명확히 설정하기 어렵고 관련 제재가 일반 사용자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방송’ 범주에 크리에이터 1인방송을 포함시킬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뒤따랐다. 크리에이터 콘텐츠 생산을 ‘근로’로 본다면 관련 제재가 생업까지 중단시킬 수 있다.

MCN업계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한다는 점에서 온라인 1인방송이 큰 파급력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과도한 제재를 가할 경우 크리에이터의 창의적 역량을 해칠 수 있어 순기능을 살리는 자율규제 형태로 보완하거나 특별법 제정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치 편향 타파? 유해성만 걸러야

1인방송 제재 움직임에 편승한 정치적 편가르기도 논란이다. 50~60대 중장년층의 유튜브 사용이 급증하면서 보수적 색채를 띤 1인방송 시청률도 급증한 상황. 관련 업체들은 1인방송 제재 분위기에 격렬한 반대 입장을 내보이며 여권이 정치적으로 가짜뉴스 프레임을 씌운다고 주장했다. 지난 박근혜 정권 당시 진보주의 성향 팟캐스트 방송은 제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보수성향 1인방송을 즐겨본다는 한 50대 시청자는 “1인방송 규제는 가짜뉴스를 핑계 삼아 보수방송에 재갈을 물리는 것 아니냐”며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가 있는데 억압하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픽사베이
전문가들은 이런 정치적 프레임이 1인방송 환경을 한층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자율규제가 창의적인 콘텐츠 생산에 일조하며 시장을 키웠지만 부작용도 큰 만큼 유해성만 제거하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문화평론가는 “1인방송시장은 글로벌미디어산업의 중추”라며 “선정성 논란을 예방하도록 민관 협동 차원의 캠페인이나 자율규제안부터 접근해야 한다. 정치적 프레임이나 지나친 확대해석을 지양하고 단계적 해결책 도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1호(2018년 10월10~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채성오 cso86@mt.co.kr  |  facebook

머니S 채성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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