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촉물 안돼요"… '영업 손발' 묶인 제약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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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1일부터 국내 제약·바이오사의 영업활동에 ‘판촉물 제공’, ‘관광·스포츠·레저 부대시설이 있는 장소에서의 제품설명회’ 등이 전면 금지된다. 리베이트 쌍벌죄·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등 규제 강화로 가뜩이나 영업활동이 위축된 가운데 추가로 영업 담당자의 손발을 묶는 규약이 결정된 것. 당장 영업현장에선 “국내 제약업계의 현실을 무시한 방침”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개정 IPFMA 코드 수용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달 27일 판촉물 금지 등 국제제약협회연합(IFPMA)의 윤리경영지침인 자율규약(Code of Practice)의 주요 개정사항을 공정경쟁규약과 공정경쟁규약심의위원회 심의기준에 반영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협회는 IFPMA 자율규약 개정 사항 가운데 하나인 ‘처방의약품에 대한 판촉물 제공 금지’와 관련해 2019년 1월1일부터 공정경쟁규약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스포츠·레저·취미·오락 관련 물품의 판촉물 사용을 금지키로 했다.

또한 ‘제품설명회 등 행사 개최 장소의 적절성’에 대해 관광·스포츠·레저 등의 부대시설이 있는 장소에서의 행사를 금지키로 하고 이를 공정경쟁규약심의위원회 심의기준에 반영해 함께 적용키로 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윤리경영은 국내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필수 요건인 만큼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윤리경영을 확립하기 위해 개정 IFPMA 코드를 준수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7월 다국적 제약사가 중심인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는 IFPMA의 윤리규정 가이드라인 개정이 이뤄지자 글로벌 본사 방침에 따라 이를 따르기로 했다. 회사 로고가 있는 펜과 메모지 정도만 제공 가능하고 나머지 판촉물 및 관례적 기념품·선물 제공 등을 금지토록 한 것. 

당초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국내 영업환경의 특성과 한국식 규제가 이미 이뤄지는 점 등을 감안해 이를 무조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지난달 18일 열린 15차 이사장단 회의에서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국내 제약환경에 변화를 주기로 최종 결정했다.


상위제약사들은 새로운 규정 준수가 확정된 이상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이를 결정한 만큼 새로운 영업환경에 맞는 가이드라인도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A제약사 관계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국제규정 준수를 결정한 만큼 회원사로서 지켜야 하겠지만 의료진과 접촉할 수 있는 매개체였던 판촉물이나 설명회에 대한 규정이 강화되면 어떤 방향으로 영업활동을 펼쳐야 할지 고민”이라며 “협회에서 큰 틀의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B제약사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영업환경이 더 깨끗해지겠지만 상세한 지침이 필요하다”며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변화된 영업환경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려줘야 대응책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제약업계의 상황을 고려하면 판촉물 및 경조사비를 규정한 약사법과 공정경쟁규약, 김영란법이 있기 때문에 굳이 개정 IFPMA 코드를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며 “대안 없이 각 제약사별로 새 영업 규정을 만들면 영업현장에선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협회 차원 가이드라인 나와야

하지만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바뀐 영업환경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정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국제제약·바이오단체의 규정을 수용하기 위해 큰 틀에서 IFPMA의 자율규약 개정사항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라며 “각 제약사의 영업활동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게 아니고 불공정 관행이었던 향응제공이나 판촉물을 금지하겠다는 것이어서 실제 영업활동이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소·중견제약사는 위기감이 더 큰 상황이다. D제약사 영업사원은 “리베이트 쌍벌죄 도입, 김영란법 시행으로 가뜩이나 병원장들이 새로운 제약영업 담당자를 만나는 것을 꺼리는 상황에서 신규 입사자의 영업활동 및 경력직 영업사원의 신규 거래처 확보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며 “원장들이 기존에 거래했던 제약사와만 거래를 하려는 경향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약이 거의 없는 국내 제약사 특성상 제네릭(복제약)과 도입 의약품을 영업 담당자의 역량을 앞세워 판매해 왔는데 최근 몇년 새 영업활동을 위축시키는 방안만 도입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영업 담당자가 교체되든지 아니면 제약사 잘못으로 클레임이 걸리지 않는 이상 신규 거래처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국내 제약업계는 진통제 하나도 성분이 같은 제품이 100여개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제네릭 등을 병원에 납품하기 위해선 타 제약사와 차별화된 영업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말’ 외에 다른 영업활동을 모두 규제하면 의사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신약이 없는 제약사의 영업사원은 가망 구매자와의 만남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E제약사 영업사원은 “여러 영업활동 규제로 최근에는 1만원 이하 가격대에 맞춰 원장들이 좋아할 만한 판촉물을 전달하며 만남의 기회를 갖거나 부대시설이 있는 호텔 등에서 제품설명회를 하며 원장들에게 의약품을 소개할 시간을 가져왔는데 이것까지 막히면 막막해질 것”이라며 “회사 차원에서 새로운 규정에 맞는 지침을 내리겠지만 영업활동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1호(2018년10월10~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sense83@mt.co.kr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제약·의료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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