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림의 연예담] 전도연은 되고 한가인은 안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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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리메이크 전성시대다. 영화가 드라마화 되는 것은 물론, 일드(일본 드라마)와 미드(미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한국 드라마가 늘고 있다. 이미 성공을 거둔 원작 콘텐츠, 상업성 측면에서 흥행이 담보되는 리메이크작은 제작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모은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부는 ‘리메이크’ 열풍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리메이크 열풍] ②‘호평’과 ‘혹평’ 사이, 리메이크 드라마

OCN 주말 드라마 '미스트리스(극본 고정운 김진욱, 연출 한지승)' 제작발표회가 지난 4월25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홀에서 열렸다. /사진=임한별 기자

안방극장에 리메이크 열풍이 다시 불기 시작했다. 해외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한국판 리메이크작들은 극과 극의 평가를 얻곤 한다. 원작 못지않게 한국판 콘텐츠로 잘 해석했다는 평을 듣는가 하면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을 다시 확인하게 만든 작품도 있다.

리메이크 드라마는 여러 면에서 매력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다. 원작이 이미 검증된 콘텐츠이기에 제작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모은다. 기존 한국 드라마와 차별화된 소재, 높은 화제성 덕분에 스타 캐스팅 역시 용이하다.

그러나 모든 작품이 리메이크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 같은 요소들은 방영 전 많은 예비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반응이 확연히 갈린다. 각색과 완성도에서 실망감을 자아내 혹평이 난무하는 경우와 성공적이라는 호평 속에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수식어가 붙는 경우가 있다.

◆원작의 재현+한국적 정서 살린 ‘스토리’

/사진=각 드라마 포스터

원작의 장점을 완벽하게 구현하면서 국내 정서에 맞는 섬세한 감성으로 완성도와 차별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작품들이 있다.

‘역시 이보영’이라는 찬사를 얻게 한 tvN 드라마 ‘마더’는 일본 원작의 명성을 뛰어넘은 웰메이드 작품이란 평가를 얻었다. 원작이 워낙 호평을 받았기에 리메이크 소식에 우려도 컸지만 이보영, 허율, 이혜영, 남기애, 고성희 등 배우들의 눈물 연기와 김철규 감독X정서경 작가의 감동 스토리에 시청자들은 찬사를 보냈다.

장동건의 6년 만 복귀작으로 첫 방송부터 화제를 모은 KBS 드라마 ‘슈츠’(Suits). 미국 NBC 인기시리즈를 리메이크한 ‘슈츠’는 미국에서 시즌 7까지 방송되며 전세계 마니아 층을 형성한 드라마다. 방송 내내 아쉬운 지적이 있었던 게 사실. ‘신사의 품격’의 김도진(장동건 분)과 ‘슈츠’의 최강석(장동건 분)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문이 이어졌지만 원작의 큰 줄기를 토대로 한국화에 성공했다.

지난 2016년 방송된 tvN '굿와이프' 역시 전도연, 윤계상, 유지태, 김서형, 나나를 앞세워 원작 만큼 훌륭한 한국형 리메이크작으로 기억되고 있다. 전도연을 비롯한 출연 배우들의 호연도 큰 역할을 했지만 무엇보다 한국사회에 맞게 새로 쓴 대본과 한국 시청자의 감성을 겨냥한 연출이 한몫했다는 게 방송가의 평가다.

가장 완벽한 리메이크의 신화라는 수식어를 얻은 OCN ‘라이프 온 마스’. 원작 ‘라이프 온 마스’는 BBC가 2006년 방영한 작품으로 지금까지 회자되는 수사물의 명작. ‘원작을 뛰어넘는 리메이크작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원작일수록 도전하기 어려운 게 사실.

베일을 벗은 한국판 ‘라이프 온 마스’는 전체적인 분위기는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한국의 시대 배경을 살려냈다. 1988년도 옷 스타일부터 말투, 유행가 등을 그대로 차용해 작품에 녹여냈고 리메이크 작품이라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어색함 없이 표현됐다.

◆자극적인 소재+디테일 놓쳐 ‘대중성까지 잃다’

/사진=각 드라마 포스터

원작의 벽을 깨기는 쉽지 않다. 기대 속에 방영된 작품의 끝은 초라한 시청률과 냉담한 시청자들의 반응뿐. 방송 내내 소수점대 시청률로 고전하다 조용히 퇴장한 작품들이 있다.

동명의 미드 '크리미널 마인드'를 원작으로 세계 최초로 리메이크한 tvN ‘크리미널마인드’. 뚜껑을 열어 본 결과 ‘크리미널마인드’는 이준기, 손현주 등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수사물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 난잡함, 미국식 각본과 한국적 상황의 부조화 등으로 창의적인 재해석에 실패했다.

OCN '미스트리스' 역시 실패에 가깝다. 2008년 영국 BBC에서 방송된 동명의 드라마를 각색한 '미스트리스'는 비밀을 가진 네 여자와 그들에 얽힌 남자들의 뒤틀린 관계, 심리적인 불안감을 다룬 미스터리 관능 스릴러다. 한가인이 6년만에 선보인 작품이어서 큰 관심을 모았지만 불륜·살인 등 파격적인 스토리와 구심점 없이 나열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산만하다는 지적을 받아 '미스트리스'는 1%대의 시청률을 전전하다 방송 7회 만에 0%대로 추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리메이크의 함정에 빠진 작품으로 tvN ‘안투라지’를 빼놓을 수 없다. ‘망투라지’라는 혹평을 남긴 채 시청자들의 원성을 산 ‘안투라지’는 조진웅, 서강준, 이광수, 박정민, 안소희, 이동휘, 최명길, 엠버 등 초호화 배우 군단으로 채워졌지만 자극적인 소재와 어설픈 대본이 패인으로 꼽혔다. 연예계 실상을 리얼하게 다룰 것으로 기대했지만 빈약한 스토리, 맥락 없이 펼쳐지는 저급한 대사들은 오히려 불편을 초래했다.

너무 유명한 원작이 다소 벅찼던 것일까. 야심찬 시도는 결국 시청률 실패라는 결과를 낳았다. MBC ‘위대한 유혹자’의 이야기다. 지난 5월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위대한 유혹자'는 1782년 출판된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가 지은 서간체 소설 '위험한 관계'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한국에서 '스캔들'이라는 사극으로 각색된 적은 있었지만 현대 배경의 드라마로는 첫 시도였기에 기대 역시 컸던 게 사실. 신예 대세 우도환과 걸그룹 레드벨벳의 박수영(조이)이란 카드를 내세웠음에도 방송 내내 1~2% 시청률에 머물렀으며 결국 MBC 드라마 중 가장 낮은 시청률이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얻었다.

◆작품의 ‘완성도’에 집중해야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지상파가 주도권을 잡았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케이블채널, 종합편성채널도 앞다퉈 드라마 블록을 강화하고 있다. 플랫폼이 다양화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것. 따라서 콘텐츠 확보 전쟁에서 리메이크는 매력적인 선택지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인기나 작품성 측면에서 이미 검증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드라마 편성이 늘어나면서 시나리오가 부족하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이 과정에서 해외에서 인기를 얻은 작품은 위험 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안정적으로 다가온다. 대중의 검증을 받았다고 볼 수 있어서다”라며 “인지도 면에서도 초반 화제몰이에 유리한 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리메이크 작품에는 ‘비교’라는 함정이 있다. 리메이크 작품은 원작을 그대로 따라도, 또 원작과 너무 달라도 질타의 대상이 된다. 원작의 겉모습은 닮았지만 각색에서 한국적 정서를 잘 살리지 못하거나 원작의 디테일을 놓치면 리메이크의 안 좋은 예로 남을 수밖에 없다.

방송 관계자는 “원작을 보지 못한 사람과 원작 팬 모두가 만족할 만한 작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 얼마나 국내 정서에 잘 맞게 각색하느냐도 중요하다. 결국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유림 cocory0989@mt.co.kr

머니S 생활경제부 김유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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