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요 강심장] 해거름 황금들녘 서럽게 고운 김제 인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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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리랑의 주요 배경이 된 전북 김제평야./사진=한국관광공사

찬바람이 제법 이는 가을이다. 남쪽, 너른 황금빛 들녘은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눈에 담는 전북 김제, 해질녘 황금빛 물결은 더욱 곱다. 

찬바람이 가을을 겨울 어귀로 내몰기 전, 김제여행은 챙길 게 많다. 조정래의 <아리랑>과 양귀자의 <눈의 꽃> 무대가 된 김제평야와 귀신사, 농경문화의 집약체인 벽골제, 호남 제일의 고찰인 금산사. 곳곳마다 얘깃거리가 숨 쉬니 시월 김제여행은 곧 인문여행의 완성이다.

조정래아리랑문학관./사진=한국관광공사

◆풍요로워 서러운 땅 '김제'

‘그 끝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넓은 들판은 어느 누구나 기를 쓰고 걸어도 언제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일제치하에서의 민족의 수난과 투쟁의 역사를 담은 대하소설 <아리랑>에서 작가 조정래는 그 배경이 된 김제들녘을 이렇게 표현했다.

<아리랑>의 무대인 전북 김제. 실로 도로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김제 들녘을 바라보니 왜 이 들녘을 징게맹개외배미(이 배미 저 배미 할 것 없이 김제와 만경을 채운 논들은 모두 한 배미로 연결돼 있다는 뜻인데 그만큼 넓다는 얘기)이라 불렀는지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풍요로웠기 때문에 일제에 수탈당할 수 밖에 없었던 슬픈 땅이기도 하다.

전 12권을 집필하는 동안의 조정래 작가의 물품./사진=한국관광공사

부량면에 있는 조정래아리랑문학관은 김제 들녘을 배경으로 민초들의 고단했던 삶뿐만 아니라 작가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으로 손색이 없다. 아리랑 각 부의 줄거리와 함께 작가가 취재 시 사용한 취재수첩과 자료노트가 전시돼 있다. 

특히 원고 집필 계획표에 빨간 펜으로 적어놓은 작가의 말은 일제강점기 민중들의 박탈된 삶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고민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산 기록이다. 

김제 벽골제 수문인 경장거./사진=한국관광공사

◆김제의 상징 '벽골제'

아리랑문학관을 둘러본 다음 김제의 상징이자 옛 조상들의 농경문화를 엿볼 수 있는 벽골제로 가보자. 1700여년 전, 백제 비류왕 27년에 축조된 우리나라 최초·최대의 수리시설인 벽골제는 현재 저수지가 모두 흙으로 매어져 테마공원으로 꾸며졌다.

공원 안에는 장생거와 경장거라는 두 수문과 농경문화의 기원과 역사를 엿볼 수 있는 벽골제수리민속유물전시관, 단아각, 단야루 등이 있어 아이들의 체험교육 학습장으로 좋다.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벽골제에서 아이들과 가을 추억을 만들어보자.

양귀자 소설 '숨은 꽃'의 배경지인 귀신사 대적광적./사진=한국관광공사

◆신(神)이 쉬러 돌아오는 자리 '귀신사'

금산면 청도리에 자리한 귀신사는 양귀자 소설 <숨은 꽃>의 배경이 된 곳이다. 믿음으로 귀의한다는 귀신사는 신라 문무왕 16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비구니사찰. 양귀자는 소설에서 귀신사를 두고 '우선 이름으로 나를 사로잡고 영원을 돌아다니다 지친 신이 쉬러 돌아오는 자리'로 표현했다.

귀신사는 감나무마다 주렁주렁 감이 매달려 탐스럽게 익어가는 가을날의 모습이다. 굳이 가을에 찾지 않더라도 쉴새 없이 붉은 꽃들을 뽐내는 배롱나무로 뒤덮인 여름날의 정취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맞배지붕 형태의 대적광적 안에는 거대한 비로자나불이 객을 맞는다. 역시 같은 지붕형태의 명부전 뒤로는 고려시대에 건축된 듯한 3층석탑과 석수를 볼 수 있는데 특히 석수는 서쪽으로 보고 납작 엎드린 돌사자 위에 정교한 남근석주가 꽂혀있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금산사 미륵전./사진=한국관광공사

모악산 자락에 위치한 금산사 또한 국보 62호로 지정된 미륵전을 비롯해 갖가지 보물들이 많아 호남 제일의 고찰로 손꼽힌다. 백제 법왕 때 창건됐고 특히 동양 최대의 실내 입불 미륵보살상을 모신 미륵전이 압권이다.

법당 마루의 중생들을 내려다보는 거대한 미륵보살을 품은 미륵전은 목조로 된 3층 법당이다. 내부는 통층으로 된 특이한 구조다. 견훤의 아들 신검이 권력에 눈이 멀어 견훤을 감금한 곳이기도 하다. 미륵전 외에도 대장전, 적멸보궁 등 둘러볼 보물들이 많다.

▶위치정보
▲조정래아리랑문학관: 전라북도 김제시 부량면 용성1길 24 조정래아리랑문학관
▲귀신사: 전라북도 김제시 금산면 청도6길 40
▲금산사: 전북 김제시 금산면 모악15길 1


<자료 및 사진 제공=한국관광공사>
 

심혁주 simhj0930@mt.co.kr

생활경제팀 심혁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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