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한반도, ‘1.5℃’ 못 막으면 대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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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쯤이면 우리나라 여름이 5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5개월 이상 지속되고 제주도는 겨울이 사라질 전망이다.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까지 한반도 전 지역의 기온이 4℃ 상승하고 강수량은 17%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의 경우 고온에 의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일평균 기온 28.1℃ 이상의 일수가 2032년 이후 연평균 55.1일, 2090년 이후에는 60일 이상 될 것으로 보인다.

올 여름 폭염일수는 31.4일이었는데 폭염으로 인한 응급실 사망자수는 48명, 실제 사망자수는 150명에 달했다. 미래에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폭염에 사망할지 우려된다. 공식적으로 기온을 측정한 1907년 10월1일 이후 지난해까지 최고 기록은 1942년 8월1일 대구에서 나타났으며 40℃였다. 이 기록은 76년간 깨지지 않았다. 폭염일수는 1994년이 22.8일로 1위였다. 그러다 올 8월1일 강원도 홍천에서 41.0℃까지 치솟아 111년 만에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다른 나라 역시 올해 폭염이 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여름이라도 그다지 덥지 않던 북유럽의 노르웨이와 핀란드 기온은 최고 33.5℃까지 올랐으며 아프리카의 알제리아와 모로코는 51.3℃까지 치솟아 불구덩이 열기에 사람들이 시달렸다. 유럽은 7만명이 사망한 2003년의 더위가 ‘천년 만의 대폭염’으로 기록됐다. 영국 기상청 연구팀은 이런 극심한 폭염이 앞으로는 수천년의 주기가 아니라 127년마다 찾아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를 비롯해 여러 기관의 국제공동연구진은 새로운 통계기법을 사용해 분석한 결과 2018~2022년의 대기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 결과는 지난 8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사진=클립아트
◆지구온난화 대응책 절실


대폭염의 원인은 산업화 이후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온난화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올 여름 더위 역시 일회성이 아닌 지구온난화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앞으로의 대응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올 초 ‘국제 기후학 저널’에 ‘급격한 기온상승과 선형적 상승이 혼재돼 나타난 한반도 온난화’라는 논문을 통해 여름과 겨울의 평균 온도가 특정 시점에 튀어오르듯 상승한 후에는 그 수준이 계속 유지됐다고 발표했다. 서울·부산 등 60~100년의 관측 기록이 있는 12곳의 온도측정자료를 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여름 기후가 올해 폭염을 기점으로 새로운 단계에 진입해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에서 우리는 아직까지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될지도 모른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1901년부터 2012년까지 112년간 0.89℃ 상승한데 반해 한반도는 1912년부터 2010년까지 89년간 약 1.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기온 상승이 지구 평균의 두배에 달하는 사실로 한반도가 기후변화에 취약함을 알 수 있다. 지구의 해수면은 연간 1.8㎜ 상승했으며 우리나라 해수면은 2.2㎜ 올라갔다. 특히 제주도 북쪽해안의 해수면 상승속도는 1964년부터 2008년까지 연간 5.3㎜로 44년 동안 총 23㎝ 상승했다.

한반도 4대강 유역은 먼 미래로 갈수록 비홍수기 유량이 점차 감소해 2080년대(2070~2099년)에는 과거 대비 평균 물 부족량이 최대 9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분야에서는 작물의 생산성, 안정성 및 품질, 병해충 및 잡초 발생 등 다방면으로 기후변화가 영향을 미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제주도 및 한반도 남부와 중부의 경지 면적에서 아열대 기후로 바뀌는 지역이 2060년 26.6%, 2080년에는 60%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회성 IPCC의장. /사진제공=IPCC사무처
◆저탄소사회 대전환 시급


지난 10~12일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탄소포럼 2018’에서 유연철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우리는 대전환의 시대에 있다. 현재 지구환경 문제인 기후변화가 가장 큰 문제로 전세계는 탄소사회에서 저탄소사회로의 대전환을 꾀하고 있다”고 기조연설을 했다.

이에 앞서 인천 송도에서는 지난 1~6일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가 열렸다. IPCC는 기후변화를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전 지구적 환경정책을 제시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1988년에 설립한 국제기구다. 회원국은 195개국이며 이번 총회에는 135개국의 정부대표단과 국제기구 대표 등 570여명이 참여했다.

제6대 의장은 이회성 고려대 교수다. 2015년 10월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IPCC 의장 선거에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의장에 당선됐다. 6명 후보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의 학자들이었는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국제기구 수장에 선출된 다섯번째 한국인이 됐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이 2℃를 넘어서면 전 지구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도달하고 세계가 지금까지 해온 식으로 경제발전을 하면 지구온난화에 따른 피해는 감내할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세기말까지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가능하면 1.5℃를 넘지 않도록 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 이번 IPCC 총회는 지구의 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억제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였다.

각국 정부 대표단은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의 내용을 과학적으로 검토한 뒤 합의에 이르러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과학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번 특별보고서에는 ▲1.5℃ 온난화가 생태계·인류·경제성장 등에 미치는 영향 ▲1.5℃ 지구온난화 달성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경로 ▲전 지구적 대응 강화방법 등이 들어있다.

/사진=클립아트
◆기후변화 대응 위한 과제


IPCC는 전세계 연구결과들에 대한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분석을 담은 기후보고서를 지금까지 5개 발간했다. 1차 보고서(1990년)는 1992년에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온실가스의 인위적 방출을 규제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채택하는 근거가 됐다. 2차 보고서(1995년)는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의 근거가, 5차 보고서(2014년)는 Post-2020 신기후체제 협상의 과학적 근거로 활용됐다.

기후보고서는 발간 전까지 집필자들이 작성한 초안의 세밀한 검토와 피드백이 매우 많이 이뤄진다. 5차 보고서의 경우 1087명이 검토의견을 냈고 검토의견 개수는 5만4677건에 달했다. 1차 보고서를 내던 1990년에는 기후변화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것이 시기상조라 했지만 2014년에 나온 5차 보고서는 화석연료 사용 등 인간활동이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일 확률이 95% 이상이라고 결론 내렸다.

앞으로 6차 보고서에서는 2015~2022년의 기후변화를 평가하며 이전 보고서들이 탄소배출과 기후변화의 과학적 관계 규명에 치중한 것과 달리 탄소배출이 미치는 사회·경제적 영향과 변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로 다른 많은 의견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일치시킬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세계적인 경제적 손실은 매년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20%로 예측된다. 지구온난화 대책으로 기회를 찾으면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새로운 서비스가 생겨나며 새로운 제조업이 성장한다. 과거와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경제가 발전하면 온난화 대책으로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우려는 사라진다.

‘대한민국탄소포럼 2018’에서 유연철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선택은 자유지만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해 어떤 행동을 할지 선택할 수 있지만 그에 대한 책임도 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3호(2018년 10월24~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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