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떠나는 '가상화폐 거래소', 무슨 일이?

 
 
기사공유
#비트코인 투자자 김경민씨는 현재 이용중인 가상화폐 거래소를 해외 거래소로 옮길지 고민이다. 올 초 비트코인이 2200만원까지 올라 짭짤한 수익을 냈지만 정부의 잇따른 규제로 거래가 단절돼 수익률이 고꾸라졌다. 때마침 코빗과 빗썸, 코인원, 업비트 등 국내 대형거래소들이 규제가 약한 해외로 진출하고 있어 김씨도 이참에 해외 거래소로 갈아탈 생각이다. 신규 계좌 개설이 가능한 해외 거래소의 가상화폐 거래가 더 원활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해외 신규 투자자의 참여가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투기 광풍을 일으켰던 가상화폐시장이 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다.

◆'가두리 양식장' 한국 떠나는 거래소 

빗썸은 이달 안에 홍콩에 ‘빗썸덱스’를 설립한다. 빗썸은 최근 최대주주를 싱가포르 기업으로 바꿨고 앞으로 싱가포르와 유럽 등에 새로운 가상화폐 거래소를 세울 계획이다. 코인원은 지난 8월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들과 함께 ‘코인원인도네시아’를 설립해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비트도 이달 말 싱가포르에 새로운 거래소 ‘업비트 싱가포르’를 개설한다.
/사진=뉴시스
국내 거래소들은 해외 진출이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 강조한다. 신규 투자자가 가상화폐에 투자하려면 시중은행으로부터 가상계좌를 발급받아야 하지만 투기 과열현상을 우려한 정부가 암묵적으로 신규계좌 발급을 막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더 이상 신규투자자를 영입할 수 없어 기존 투자자만 거래하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를 ‘가두리 양식장’으로 부른다.

블록체인협회에 따르면 30여개 가상화폐 거래소 중 은행과 가상계좌 발급을 계약한 거래소는 코빗과 빗썸, 코인원, 업비트 등 4곳이다. 지난 1월 가상화폐 실명거래제가 시행된 후 법인계좌로 투자금을 모았던 중소형거래소는 모두 시중은행과 거래가 중단됐다. 가상화폐 가격이 올라도 투자자가 이를 현금화할 길이 막힌 것이다.

가상계좌를 발급해 막대한 수익을 냈던 시중은행도 국내 대형거래소의 해외 진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가상화폐 실명계좌를 발급하는 신한·기업·농협은행은 내년 1월까지 일부 가상화폐 거래소와 에스크로(특정금전신탁)계좌 개설 계약을 연장했다. 최소한의 계좌를 열어 기존 투자자의 반발을 달래는 동시에 가상화폐 시장에 몰린 자금이 서서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정부가 가상화폐 발행으로 돈을 기부받는 가상화폐공개(ICO)에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가상계좌 발급에 따른 수수료 수익이 매력적이지만 그렇다고 정부의 서슬퍼런 칼날을 피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거래소 수익이 투기 붐이 한창이던 전성기에 비해 10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가상화폐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IT 시스템과에 투자하고 우수 인력을 대거 채용한 곳은 최근에 벌어놓은 돈을 까먹고 있는 실정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인력 구조조정까지 할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거래소와 재계약 여부 변수

금융권은 정부의 태도 변화를 예상하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가 대거 해외로 이전하면 막대한 가상화폐 투자금이 해외로 유출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정부 역시 이 같은 점을 우려해 강경했던 태도를 바꾸고 은행의 신규 계좌를 열어줄 것이란 전망이다. 

시중은행의 가상계좌 발급은 은행 수익과도 직결된다. 그동안 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로부터 입금 건당 200~300원의 거래 수수료를 챙겼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라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대가로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수수료를 챙긴 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화폐 계좌를 열어준 농협·기업·국민·신한·우리·산업은행 등 6개 은행은 가상화폐 거래 수수료로 22억2100만원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가상화폐 수익률 하락에 거래가 줄면서 수수료도 크게 줄었다. 이미 관련 인프라 투자를 마친 은행은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로 리스크 관리 비용이 늘어난 상태다. 

현재 농협은행은 빗썸과 코인원에 신규계좌를 열어주지만 기업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업비트, 코빗의 기존 계좌만 거래를 허용하고 있다. 가상화폐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서비스는 거래소의 소비자보호, 정보보호, 자금세탁방지 등 내부통제와 안전수준을 따져 6개월마다 재계약한다.
올 초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광주은행은 가상화폐 실명거래 시스템을 갖췄으나 계좌는 발급하지 않고 있다. 신한·IBK기업·NH농협은행도 내년 1월 가상화폐 거래소와 계약이 만료된다. 정부의 눈치를 보는 시중은행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와 재계약을 체결할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은행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해외 자회사를 꾸리는 것은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것으로 국내 거래소의 보안성을 강화와는 무관하다”며 “재계약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중 고려대 교수는 “은행과 가상화폐 거래소의 계약을 자율로 맡기면서 투자자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며 “정부가 블록체인산업을 육성하면서 가상화폐는 분리해 혼란이 커졌다. 가능하다면 특별법을 두고 가상화폐를 규제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3호(2018년 10월24~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210.89상승 14.818:03 02/18
  • 코스닥 : 745.33상승 6.6718:03 02/18
  • 원달러 : 1125.80하락 2.918:03 02/18
  • 두바이유 : 66.25상승 1.6818:03 02/18
  • 금 : 65.12하락 0.218:03 02/18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